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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 옛길 평해길 제5길 물끝길(上),신원역~아신역 본문

경기 옛길

경기 옛길 평해길 제5길 물끝길(上),신원역~아신역

다보등 2023. 7. 4. 10:30

6월 25일(일)
6월 말이다. 날씨가 덥다. 길을 걷자고 나설려니 잠시 망설여졌다.
제주도에선 장마가 시작이라고 하고, 내일부터 장마 영향으로 비 예보가 있는 폭풍전야가 아닌 장마전야(?)이다.
장마가 아니라도 날씨는 점점 더워질 것이므로 평해길은 7-8월 한여름에는 쉬었다가 가을에 다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오늘 이후 언제 다시 이어 걸을 지 알 수 없다.
얼린 생수며 간식을 챙겨 배낭을 메고 나섰다.
집에서 출발해 경의중앙선을 타고 오전 10시 신원역에 내렸다.
2시간 30여 분이나 걸렸으니 참으로 멀기도 하다. 
 

경기도 평해길 물끝길(양근나루길, 14.2km) - 신원역~국수역~아신역~양평역

 
신원역사 앞에 오늘 걷게 될 물끝길에 대한 상세 안내도가 있다.
'물끝길은 신원역에서 양평역까지 남한강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힐링로드이다.
양근나루는 서울 마포나 뚝섬에서 실은 새우젓을 양근나루에 내려 육로를 통해 강원도 홍천이나 횡성까지 마차로 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물길이 끝나고 육로교통이 시작되는 곳으로 사람과 물자, 문화를 연결해 주던 양평사람들의 오랜 삶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정겨운 시골길과 나무향이 가득한 숲길, 도랑 옆의 물소리에 발맞추어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경기옛길 홈페이지)'
 

 
 
신원역을 나서자 곧 마주하는 넓은 도로의 횡단보도이다.
한강변으로 나가야 하는데 차량 통행량도 많고 무섭게 쌩쌩 지나간다.
멍하니 정신 놓고 있으면 횡단보도에 녹색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정신 차리고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야 한다.
버튼을 누르고 보니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들어올 시간이 표시가 된다.
 

 
 
도로를 건너자 시원스런 남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게 된다.
이렇게 한참을 걷는다.
직진으로 난 길에는 무언가 공사 중인지 차단되어 길은 다리 아래로 지나가게 되어 있다.
 

 
 
메타쉐콰이어가 줄지어 선 길을 걷는다.
이 길은 예전에 중앙선열차가 다니던 철길이었으나 지금은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로 만들어졌다.
메타쉐콰이어나무는 아직은 어린 나무라 그늘이 풍성하진 않지만 풍경도 멋지고 그늘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 길은 자전거전용도로이고 보행로가 따로 없으니 오가는 자전거를 신경 써야 한다.
 

 
 
예전에 중앙선 철로였던 길이라 폭이 좁다.
쭉쭉 뻗은 메타쉐콰이어가 정말 명품로드이다.
양서초등학교를 지나며 보행로도 있어 다행이다.
질울 고래실마을 입구를 지난다.
'질울'이란 의미는 질흙이 많아서 미질이 좋아 쌀이 유명하며 울타리가 많은 동네라는 뜻이며
'고래'는 물이 풍부해 푹푹 빠지는 논으로 고래실논으로 불렸다.
이 두 가지 이름을 합성해서 '질울 고래실'이라는 마을로 불린다고.
 
 

 
 
양옆으로 줄지어 선 나무가 주는 그늘 속을 걷다 보니 갑자기 시원한 냉기가 느껴진다.
앞쪽에 터널이 있다.
터널에 들어서기도 전에 미리부터 이렇게 시원할 수가 있나!!
감탄사가 절로 난다.
세상에나!
에어컨 몇 대를 틀어야 이렇게 시원하게 할 수가 있을까 싶다.
동굴 속 냉기가 새삼 놀랍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자전거길은 직진이지만 평해길은 오른쪽 방향으로 안내를 한다.
그런데 풀이 너무 무성하다.
자전거길을 따라가도 무방하다만 그래도 평해길 안내를 따르기로.
 

 
 
남한강에 떠 있는 두 섬에 대한 안내가 있다.
평해로가 지나갔던 도곡리에서 대심리로 넘어가는 길을 6번 국도를 따라 걷다 보면 남한강에 떠있는 커다란 두 개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거북섬과 대하섬이란다.
두 섬 모두 개인이 소유한 섬이라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거북섬은 지도상에도 이름이 표기되지 않은 공식적인 섬 이름이 아니고 그냥 이 섬 안에 있는 농장의 이름이 거북농장이기 때문에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이란다.
이에 비해 대하 섬은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어 있는 섬이다. 강에 있는 큰 섬이란 뜻으로 면적이 약 7만 평이나 된다고 하니 과연 강에 있는 섬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다.
 

 
'거북'과 '대하'라기에 '먹는 대하'인 줄 알았더니 강에 떠 있는 큰 섬이라 하여 (큰 새우 대하를 좋아하는 나는) 웃음이 났다.
대하로 웃음을 준 안내문을 뒤로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길로 들어선다.
풀이 우거져 살짝 긴장이 되긴 하였으나 이내 북포천 둑길로 올라섰다.
평화로운 주변 풍경을 보며 걷는 길은 아름답긴 한데 햇볕이 뜨겁다.
 

북포천

 
출발지인 신원역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 남짓 걸어왔다.
잠시 그늘에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시며 산비탈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단지 감상~
마을 앞쪽으로 경의중앙선이 지나간다.
저 마을에선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그네에겐 더없이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북포천을 끼고 주변 경치도 보아가며 걷다 보니 어느새 국수리에 접어들었다.
앞에 보이는 저 다리 왼편으로 진행하면 국수역 방향이다.
평해길은 국수역까지 가지 않고 첫 번째 오른편 길로 가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점심을 먹고 가자. 국수리니까 국수 맛있는 집이 있겠지?' 한다.
오전 11시가 살짝 넘은 시간,
좀 전에 북포천을 지나오며 그늘 아래서 간단하게나마 간식을 한 탓에 배가 고프진 않지만
그렇다면 일단 먹고 가기로 하고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넜다.
 

 

'국수리 국화 국수'라는 시가 있는 벽면도 놓치지 않고 잠시 들여다보았다.
   
  「... 국수리이니까 매끈매끈 길쭉길쭉
       국수가 유명하겠지?」
 
"국수리니까 국수가 맛있는 집이 있겠지?" 좀 전에 남편이 한 말과 같아서 시 앞에서 또 웃었다.
 
 

 

 
국수리 국수를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내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인가...
더위에 지쳐서인가 어째 내 입맛엔 그냥 그랬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 축 늘어진 호박잎, 그늘이 없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잠시 헷갈리는 지점도 있었으나 제대로 길을 찾아 걷는다.
어느 집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 붉은 열매... 아마도 복분자인 듯.
북포 1리 마을 회관을 지나는 동안 동네 사람은 만날 수 없었으나 자전거는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오!! 앞쪽에 터널이 나타났다.
멀찌감치 서부터 시원한 냉기가 느껴진다.
걸음이 빨라진다.
입구에 원복터널이라고 적혀있다.
자전거길이다 보니 보행자도로는 따로 없다.
연신 지나치는 자전거를 조심하면서...
 

 
터널을 빠져나오면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지은 주택단지가 즐비하다.
도시 외곽에서 만나는 흔한 풍경들이다.
 

 
금방 또 터널이 나타났다.
양평 거곡 아트터널이다.
아트?
 

 
 
아신역이 멀지 않은 지점에 아신갤러리가 나온다.
아래 조형물은 제목이 '양평 가는 길'이다.
양평의 한글 'ㅇ'과 자전거의 바퀴 이미지 'ㅇ' 그리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ㅇ'을 상징화하였고,
상단부는 물결, 바람, 생명을 담은 인체와 기하학적 형태를 절충한 것으로 현대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인 양평을
표현한 작품이라 설명이 붙어있다.
 

 
무료 관람이라는데...
이때쯤 덥고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지나쳤다.
물소리길 인증함이 있는 등나무 터널은 자연 채광이 되는 멋진 길이다.
등나무꽃이 필 시절엔 정말 향기롭고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려온 생수에 커피를 넣고 시원하게 마시며 등나무터널 앞에서 한참을 쉬었다.
기운이 좀 난다.
 

 
오후 1시 아신역에 도착을 하였다.
오늘의 목적지 양평역까지는 5.8kn 남은 지점이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