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나일강에서 운하 통과하는 크루즈 본문
2023년 1월 8일
아스완에서 콤옴보, 에드푸, 에스나운하를 거쳐 룩소르에 이르는 구간을 크루즈로 이동하면서 3박 4일을 배에서 지내는 나일 크루즈 여행 중이다. 크루즈는 대부분 밤에는 정박하여 나일강에 떠있고, 낮에는 우리가 나일강 주변의 관광지를 보는 동안 다음 기항지로 이동하곤 하였다. 낮동안 나일강 주변 도시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저녁나절 배로 돌아오면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했다. 잠결에 배가 움직이는 느낌은 요람이 흔들리듯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매번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지 기대감으로 잠들고 아침이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있곤 하였다.
호루스 신전을 둘러보고 다시 크루즈로 돌아오는 길, 아침이 밝아오는 아스완 거리 모습
이른 아침에 마차를 타고 호루스신전을 보고 배로 돌아온 날은 에드푸를 떠나 룩소르로 가는 날이기도 하고 종일 크루즈에서 지내야 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배가 이동하는 동안 크루즈 옥상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나일강에 떠 다니는 배와 강가의 경치를 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행복을 누리기도 하였다.
매일 바쁘게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편안하게 쉬는 이런 소소한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나일강>
기원 전 3000년 전부터 기름진 땅에서 난 잘 여문 곡식, 그물을 치면 양껏 걸리는 물고기를 인류에게 선물하며 위대한 이집트 문명을 탄생시킨 고대문명의 발상지, 나일강. 총길이 약 6,671km로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며, 유역 면적은 아프리카 대륙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해마다 6월에서 10월까지 이르는 사이에 강이 범람해 홍수가 지는데, 이로써 양안에 기름진 충적토가 쌓여 농경에 적합한 토양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범람을 극복하기 위한 치수와 그에 따르는 천문학 및 수학의 발달, 그리고 중앙집권적 권력의 출현을 가능케 하였다. 그 결과 강안(江岸)에서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고대 이집트 문명이 탄생하였다.
강가는 야자나무와 사탕수수가 우거져있다. 나일강을 끼고 있는 지역은 풍요로워 보였다.
살짝 흐린 날이라 햇볕도 그리 뜨겁지 않고 날씨도 덥지 않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션베드에 누워있으니 세상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간을 보냈다.
멍 때리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오늘 일정이 자꾸만 맘에 든다.
많은 배들이 운하 통과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며 멈추어 있다.
룩소르로 가는 중간에 에스나 지역에 다다르니 크루즈 속도가 느려진다. 강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댐이 보이고 강 좌측으로 운하 같은 통로로 배가 한 대씩 통과하는데 그 차례를 기다리며 배가 정지해 있다. 나일강의 강폭이 없어지고 모래톱이 형성되어 수심이 얕아지면 배가 다니기 어려운 그런 지점에 보를 막고 운하를 만들어 배를 통과시킨다. 이런 운하 두 곳을 지나야 하는데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렸다.
크루즈들이 나일강 서쪽 갑문 앞에 몰려 있는데 나룻배를 탄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작은 나룻배에 옷이나 스카프, 기념품들을 싣고 다니며 배옆으로 와 큰소리로 손님들과 흥정을 한다.
그러면 선실에서도 밖을 내다보게 되고, 옥상 갑판 위에서도 아래를 내려다보며 흥정을 한다.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면 물건을 비닐에 넣어서 갑판 위로 던지곤 하였다. 주로 4층 정도의 높이의 옥상으로 던지는 기술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손님이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돈을 봉지에 넣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건을 넣어 다시 배로 던지면 기막히게 잡는다. 행여 물에 빠질까 걱정스러워 작은 비명을 지르곤 하였으나 장사꾼들은 실수하는 일 없이 잽싸게 받곤 하였다.
첫 번째 갑문은 수위조절을 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 통과하고 보니 멀리 또 다른 보에서 배들이 갑문 앞에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물을 빼서 배 높이를 낮춰야 하는 곳이라 시간이 꽤나 걸리는 곳이다. 운하는 두 곳으로 상류로 가는 배와 하류로 가는 크루즈가 각각 1대씩 들어가면 앞뒤로 수문이 막힌 상태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며 배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배 높이가 한참 낮아진 후에야 아래쪽 수문이 열리고, 반대쪽 운하는 물을 채워 배의 수위를 높인 후 통과했다.
배가 운하를 지나느라 천천히 운항하는 동안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이 목청을 높여 호객을 한다.
물건을 받고 다시 던지고, 돈을 넣어 던지기도 하고 진풍경이 계속이다.
두 곳의 운하를 지나야 하므로 시간이 꽤나 걸렸다.
어느새 뉘엇뉘엇 해가 기우는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 운하는 양쪽에 문을 닫고 물을 빼기 시작을 했다.
배 높이가 한참 낮아진 후에야 하류 쪽 수문이 열리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을 하였다.
수위가 낮아지고 수문이 열리고 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 갑판 위에 모인 승객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치며 갑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기도 하였다.
많은 배들이 운하를 지나고 하느라 오늘 저녁 일정에 지장이 생겼다.
원래는 저녁 무렵 룩소르에 도착하여 룩소르신전 야간투어를 하는 일정이었다.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야간투어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더불어 마차투어도 일정에 들어 있었으나 취소가 되었다. 마차는 뭐 호루스신전을 가면서 마차 체험을 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였다.
오늘은 크루즈에서 삼시세끼를 먹은 날이다. 배도 부르고 하여 갑판 위를 부지런히 열 바퀴 정도를 걸었다.
배가 크니까 걷는 맛이 있었다.
일정에 차질이 생겻다고 투덜거리는 이들도 있었으나 어쩌겠냐 그리 된 것을.
빨리 수긍하는 것이 최선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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