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홍콩 소호거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트, 타이쿤 본문
3월 24일(월요일)
오전에는 드래곤스 백 트레킹 코스 6km를 걸었고, 오후에는 스탠리베이 머레이하우스와 스탠리마켓을 잠시 구경하였다. 오늘 일정 중 일몰 즈음에 빅토리아 피크를 걸으며 일몰도 보고 홍콩 야경을 감상하는 날이라 일몰 시간을 맞추려고 오후 낮시간에 홍콩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중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홍콩사람들은 이민을 생각하게 되고(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영국, 호주 등로 이민을 갔다), 중국본토 사람들은 홍콩으로 이주하던 혼란스러운 시기, 그 시절의 영화 '중경삼림', '첨밀밀' 등 영화를 통해서 90년대 홍콩을 만났었다. 영화에 나온 장소들은 홍콩여행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 중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홍콩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 산이 있는 높은 곳으로 주택들이 형성되었고 그러다 보니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기 힘들어 그야말로 출퇴근용 에스켈레이터를 설치하였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사원을 먼저 들른다. 아마도 홍콩 패키지여행의 암묵적 규칙인 모양이다.
만모사원은 1847년 세워진 곳으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이란다. 홍콩 남쪽 해안 마을 스탠리베이에 있던 텐허우사원은 한적한 남쪽 해안마을에 있었다면, 만모사원은 고층 아파트들과 빌딩들 사이에 핫한 거리에 있는 도교사원이다. 학문과 무예의 신인 문신(만)과 전쟁과 정의의 신인 무신(모)을 모시는 곳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특별한 장소라 할 수 있겠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실내와 향을 태우면서 나는 연기가 자욱하여 낯선 분위기가 더 낯설다. 천장에 매달린 나선형 구조의 향은 악귀를 쫓고 신성한 기운을 불러오기 위해 오랜 시간 태워지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중화권에서는 사원에 들러 길흉화복을 점치고 향을 올리며 복을 기원하는 게 하나의 일상이란다. 만모사원에서 홍콩사람들의 일상의 한 단면을 잠시 엿보고 사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할리우드거리를 걸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간다.
가이드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생긴 도시 배경에 대해서 설명 하는 중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 가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 내려오기로 한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고. 에스컬레이터는 한 번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몇 번 내려서 다음 이어지는 에스켈레이터를 타야 한다. 사실 끝까지 오르지 않아도 흥미로운 곳이 보이면 도중에 내려서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이드 옆에 바싹 붙어서 얌전하게 이동을 했다.
미드레벨 에스켈레이터가 유명 관광지가 된 데는 영화 '중경삼림'의 영향이 컸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영화 속 페이가 에스컬레이터를 탄 장면을 기억하려고 애썼으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고 그저 엉뚱하고 발랄한 페이의 짝사랑이 인상적이었던 건 생각이 난다.
주변에 세련된 카페나 식당들을 보면서 1994년 '중경삼림'이 개봉된 시기에서 30여 년이 지났고, 지금의 홍콩은 지나온 시간만큼 빠르게 변화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꾸 중국화 되어 가는 도시 홍콩. 예전의 홍콩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이 아쉬울 지도 모를 일이다. 골목을 기웃거리던 우리는 결국 꼭대기까지 가지 않고 내려 타이쿤으로 향했다.
타이쿤(PRISON YARD)은 옛 중앙 경찰서, 빅토리아교도소 등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놓은 곳으로 역사성을 띤 장소란다. 입장료는 따로 없는 것 같다. 관광객이 어찌나 많은지 혼란스러웠다.
타이쿤 관람을 위해 우리에게 대충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빅토리아 교도소는 우리네 서대문형무소라 생각하면 되지 싶다. 나와 남편은 내부 관람은 포기하고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 % 아라비카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기로 하였다. '% 아라비카'를 '응 아라비카'라고 한다는구먼. 젊은이들의 재치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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