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떠나 이름도 낯선 키르키즈의 전통 Yurt에서 하룻밤을 유하다
중국을 떠나 이름도 낯선 키르키즈의 전통 Yurt에서 하룻밤을 유하다
2013년 8월2일
오전8시 캬슈가르를 떠난다. 오늘은 한번만에 쉽게 발음이 잘 안되는 이름도 낯선 '키르키즈스탄'으로 넘어 가는 날이다. 중국측에서 키르키즈의 국경을 넘으려면 토르갓 패스라는 해발3,752m를 넘어 가야 한다. 옛날부터 배낭족들이 세상에서 가장 넘고 싶어하는 고갯길 중 하나로 꼽히던 곳이란다. 고갯길이 험난하고 어려워서 그렇다기보다는 중국-키르키즈 양국간의 여러가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일반 배낭족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제약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단다.세계적인 여행정보지 론니플랫닛 마저도 이 고개를 넘는 방법에 대한 설이 분분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그간 베낭족들에게 항상 전설로만 불리던 이 고갯길이 채 일반화되기도 전에 '인도로 가는 길'에서는 5년전부터 단체 배낭팀으로 보란 듯이 수차례 넘나드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단다. 그 덕분에 이번에 우리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토르갓 패스를 넘는 다섯번째 기록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이다. 자 그런 대단한 고개를 넘어 키르키즈로 가보자!
2013년 8월2일 여행 14일차이다.
출발이다!
백양나무가 끝없이 줄지어 선 길이 이어지고...
얼핏 차창밖으로 공동묘지도 지나치고...
먼지로 인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공사중인 길도 지나며...
언제부터인가 살살 배가 아파 온다. 사돈이 땅을 샀나? 왜이리 배가 아픈겨? 선화씨에게 약을 얻어 먹고 버틴다.
중국 이미그레이션 도착!
출국을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틈에 가방을 던져놓고 급히 화장실로 직행 ㅠ
다행이 배는 금방 좋아졌...ㅋ
수속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공안들의 까칠한 모습. 친절은 어데서도 찾아 볼수 없다.
이미그레이션을 지나며 양국간의 완충지대를 지나는데 사방이 황량한 풍경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황량한 풍경속에 어쩌다 하나씩 보이는 허술한 흙집..
도대체 황량한 이곳에서 무얼하며, 어찌 살아 가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점심은 아침에 끓여 보온병에 담아 온 감자슾으로 대신했다.
중국과 키르키즈의 국경 관문인 토르갓 패스(해발 3,752m)에 도착을 했다.두 나라간의 최종 국경선이다. 진눈깨비 섞인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다. 서둘러 중국측 버스에서 짐을 내려 키르키즈에서 온 15인승 봉고차로 짐을 옮긴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엔 키르키즈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탄다. 양 측 관광버스는 여기까지 왔다가 각기 온 길로 되돌아 간다. 토르갓 패스를 넘어 왔다만 사진도 한장 찍지 못하고 말았다. 엄격하게 사진 촬영금지란다.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황량한 벌판을 달려 키르키즈측 이미그레이션에 도착한다. 여기서도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된다.
더군다나 인터폴에 수배령이 내려진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일행중에 있었나보다. 신분확인까지 하느라 시간이 더더더 지체가 되었다.
이들이 봤을때 한국인의 이름이 헷갈리는 모양이다.이름만 헷갈리나? 얼굴도 헷갈리지...
우리도 그네들을 봤을때 비슷하게 생긴것이 그사람이 그사람이니 뭐...ㅋ
암튼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걸려서 초원 한 가운데 있는 키르키즈스탄의 전통 유르트에 도착을 한다.중국측은 흙모래 투성이 불모의 산이었으나 이쪽 키르키즈쪽은 산중턱까지 푸르스름한 잔디가 깔린 초원이다. 같은 산 텐산산맥에 걸쳐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산 이쪽과 저쪽이 너무나도 다르다.
키르키즈스탄은 중앙아시아 내륙의 공화국으로 소련의 구성 공화국이었다가 1991년 독립한 나라이다.
중국과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카자흐스탄과 마주하고 있다.
초원속에서 하루 쉬게 될 타쉬라밧 카라반사라이 라는 곳을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은 그런 유서(?)깊은 곳, 우리는 이곳 키르키즈 전통 유르트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한여름이라지만 고산이라선지 춥다.
그리고 거기다 비까지 내린다.
비가 귀한 지역이 아닌가?
유르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초원 한켠에 덩그러니 화장실이 있다. 멀다고 안갈수도 없고...초원의 풀들을 밟고 갔다오니 바지와 신발이 다 젖었다.
푸릇푸릇한 풀밭이 산중턱까지 이어지고 꼬불꼬불 수로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아늑해 보이는 유르트 참 목가적인 풍경이다.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저 말들이 그 유명한 한혈마의 일종일까?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전해지는 한나라 시대 서역의 명마의 한 종류이다.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달리는 말"이라는 의미로 '한혈마'라 불린다고. 고구려유민 고선지장군의 말이 한혈마였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사용한 말도 이 종류라고...관우의 애마 적토마도 이 한혈마의 일종이라는...
우리들이 하룻밤 묵을 유르트.
보기보다는, 생각보다는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 곳에 5-6명이 잘 수 있다. 이보다 작은것도 큰것도 물론 있겠지만...배낭 놓을 자리도 마땅찮았던 곳...우리 일행 6명이 부대끼며 잤더랬다.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을순 없을듯...
비오는 밖을 내다보며 뭔 생각을 하시는지...두분?
모두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여기에서는 귀한 것일지도 모르는 알록달록 사탕과 과자...그러나 손도 안대고...
양갈비탕이 나왔으나...나는 입맛도 까다로워 양고기를 못먹으니...
다들 잘 드시는데...나는 그저 웃지요~(여행내내 양고기를 못 먹어서 아무도 안하는 배고픈 고생을 혼자서 다 하게된다는.ㅠㅠ)
그래도 저 빵이 있어 오이랑 토마토 섞인 샐러드와 함께 얌얌....ㅠ
비구름이 걷히고 하나둘 별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그러나 초원에서의 별바라기는 날이 흐린 탓으로 기대만큼 만족한 밤하늘은 아니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산책을 했다. 그러나 추워서 오래 있지 못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유르트안으로 들어오니 난로에 불을 지펴 따뜻하다.불편한 잠자리이긴 하나 따뜻한 침낭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한다. 침낭을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초원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어떤 부지런한 분들은 아침 산책으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 산중턱까지 올라갔다 온 이도 있다는데...
아침잠이 없으시구나...;;,
에델바이스...
초원에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퍼진다.
송알송알 이슬맺힌 키작은 풀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초원의 아침.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아침에 소란스러운 소음(?)을 내는건 우리들이다.
눈녹은 물이 초원 사이로 흘러 대지를 적시는...
그 물로 세수를 했다. 이도 닦았다. 어찌나 차갑고 시원턴지...이런 느낌이 좋았다.
아! 그러고보니 아침밥 사진이 없다.ㅋ
우유에 밥을 말아 내놓은 아침밥을 앞에 받아두고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차가운 우유에 말은 밥...
의외로 나는 그 우유에 말은 밥을 다 먹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엔 언니들이 입도 대지 않았는데 나는 다? 먹었다는~~~ㅎㅎㅎ(참 뜬금없는 나의 입맛... -,-;;)
뜬금없이 덜렁있는 세면대.
물을 길어다 파란통에 부으면 수도꼭지를 틀었을때 물이 나오는 구조이다.
그러나 물이 나오는걸 보지는 못했다. 물을 길어다 붇는 수고보다는 개울가에서 하는것이 훨~낫다.
대상大商들이 쉬어 가던 타쉬라밧(Tash-Rabat) 카라반 사라이를 둘러 보고 떠날 참이다.
카라반 사라이는 20km마다 하나씩 있는 카라반들이 묵는 숙소이다. 이곳의 사라이는 보존이 잘된 사라이중 하나라고 한다.
카라반 사라이는 타직어이며, "대상들을 위해서 지어진 궁전" 이라는 뜻이다. 중세시대에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설치된 상인들을 위한 숙소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무역을 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지어졌다.
부드러운 햇살과 고운 능선, 파란 초원,시원스레 흐르는 맑은 냇물, 유유히 풀을 뜯는 말과 소떼...마음까지 편안하다.
정지용의 '향수'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카라반 사라이앞에서 낙타 인형을 하나 샀다. 야크털로 만들었단다.
US$5...;;
직접 만들었다는...일명 핸드메이드? 절대 깍아 주지 않았다.
오전 8시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되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버려진 땅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