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이 책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30여 년 동안 프랑스의 유력 신문과 잡지사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부를 섭렵한 퇴직 기자다.
가난과 건강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으며 '몸'과 '정신'이 함께 하는 여행을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은퇴할 나이가 되어 기자 생활을 청산한 올리비에는 다른 동료들처럼 'TV와 소파'가 있는 안락한 여가를 누리는 대신 그가 오래 전부터 꿈꾸어온 원대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것은 놀랍게도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만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걸어서 여행하는 일이었다. 은퇴후인 1999년 그는 바다에 병을 던지듯 실크로드에 자신을 던졌다. 그는 4년에 걸쳐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기간을 정해 단 1킬로미터도 빼먹지 않고 걸어서 실크로드를 여행한 것이다.
다른 길보다도 실크로드에 매혹된 이유는 그 길이 지닌 전설적인 역사와 의미 때문이었다. 700여 년 전 마르코 폴로가 서양에 동양의 존재를 알린 이후 두 세계 간에 무역과 문화의 통로가 되었던 그 길, 대상들이 낙타를 끌고 행군했던 그 신비로운 미지의 길이 '도보 순례자' 올리비에를 사로 잡은 건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그에게 수도 없이 질문했던, 그리고 그 자신도 걷는 동안 늘 자문했던 질문, "왜 걷는가?"에 대한 대답은 사실 이 책 어디에나 있고 또한 아무 곳에도 없다.
주위의 만류를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그의 원칙은 단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걸어서' 갈 것, 서두르지 말고 '느리게' 갈 것.
사람들과 경치와 풍습들을 요란스럽고 화려하게 소개하는 일반적인 기행문이 아닌 오직 자신의 여정과 느낌들만을 사진 한 장 없이 꼼꼼하게 담아 낼 것. 그의 여행이 달팽이의 지루한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4년 동안의 여행을 기록한 세 권의 책중 1권은 터키를 횡단해서 이란 국경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2권은 이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까지를, 그리고 3권은 마침내 중국의 시안에 도착하기까지의 장도를 담고있다.
창고에서 굴러다니던 오래된 골프 가방이 바퀴 두 개 달린 여행의 동반자로 변신해 작은 접이식 수레를 만들었다. 함께 대장정에 나선 '윌리스(오디세우스의 프랑스식 표기)'는 물 12리터와 옷, 한결 많아진 약, 식량을 잔뜩 넣은 가방을 나를 수 있다. 선원들이 쓰는 것과 같은 배낭에는 별로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며 캠핑용구를 넣었다. 켐핑보다는 호텔을 찾거나 마을 사람 집에서 잠자리를 얻는 편이 훨씬 나았다. 윌리스에 달려 있던 고무타이어에 충분히 바람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