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나의 단골 산책길 풍경
「이따금 여름날 아침이면 나는 여느 때처럼 미역을 감은 다음 양지 바른 문간에 앉아서 동트는 새벽부터 정오까지 소나무와 호두나무와 옻나무에 둘러싸인 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적막 속에서 조용히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러는 동안 새들은 내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햇빛이 서쪽 창문으로 비쳐 들거나 멀리 떨어진 간선도로에서 여행자의 마차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나는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옥수수가 밤새 자라듯 성장했다.」월든
일요일 아침엔 평소에 산책삼아 걷던 광명동굴길이 아닌 구름산을 끼고 있는 광명누리길을 걸었다. 거리가 훨씬 더 길어졌다. 코로나이후 광명누리길을 열심히 걷다가 은근 꾀가 나서 올해 들어서는 주로 광명동굴길을 걸었었다. 한두 시간 정도 걸리는 부담없는 거리인지라 좋았다. 그러다 오늘은 모처럼 광명누리길을 선택했다. 다만 좀 더 길게 3-4시간은 걸어야 한다. 역시 이곳도 출발지점은 같다. 광명누리길은 순환코스라서 출발지로 다시 돌아온다.
길 한가운데 있던 나무를 싹둑 잘랐건만 다시 싹이 튼다. 밑둥을 보니 잘린지 좀 된 것 같은데...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어렵사리 잎을 내었으나 뒷끝이 예상되어 짠하다. 본래는 저들이 주인이건만...
그나마 아래 사진에 있는 또 다른 나무들은 다행이다. 이들 역시 잘린 자리에서 어렵사리 잎을 냈다.
이 나무들은 쉽게 손을 타진 않겠다.
누가 해놓은 건지 그동안 못보던 것인데...흐르는 물을 막아 이래 놓으니 마실 수는 없으나 손을 씻거나 수건을 적셔 목에 두르니 시원해서 좋다.
어머나!! 그동안 못 보던 광경이다. 코로나이후 동네 주민들만 북적이던 광명동굴이 시끌시끌하다. 코로나 사회적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짝 들떠있기는 너나없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오늘보니 광명동굴을 찾은 사람들이 장난아니다.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모처럼 광명동굴앞이 활기차다. 광명동굴 지하수로 만든 개울가에도 아이들이 신났다. 이렇게 일상을 회복하고 쭈욱 갔으면 좋겠다.
와인동굴 카페 입구에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