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전혀 아프간에 대해 아는 바 없었는데 최근에 우연찮게 아프간에 대한 홀레드 호세이니의 두 권의 소설(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연달아 읽었다. 특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며 아프간에서의 여자의 삶이란 정말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간 여성과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인권침해는 매우 끔찍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었다.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 세상에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소설을 막 읽고 났는데 하필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아수라장이 된 카불.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을 탈레반이 빠르게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어린이들의 일상이 처참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프간의 수많은 마리암과 라일라의 비극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소설을 읽기전이라면 아프간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결이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하필 이 때 아프간 소설을 읽었나 싶은 후회가 들 정도이다.
1996년 9월 초 소련이 탈레반에 의해 물러나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다. 아프간 사람들은 소련 공산정권보다 탈레반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건 턱도 없는 착각이었다. 특히나 탈레반 정권하에서의 여성에게는 인권이 없어진 다시 없을 생지옥이 되었다.
탈레반은 이슬람율법에 따라 아프간여성들은 배울 수도 직업을 가질 수도 없게 했다.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 남자없이 외출을 할 수 없다. 가령 남편이 죽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남자가 아무도 없을 경우 여자들은 나갈 수 없다. 그러나 마냥 집에 머무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최소한 무언가 먹을 것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출을 해도 여자한테는 물건을 팔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금지사항 외에도 더 많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1965년 카불에서 태어났지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 의대를 졸업,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틈틈이 소설을 썼다.
그의 2003년 첫 소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프간 이민자의 시각에서 서술된 아프간 남성의 이야기라면, 2007년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뒤에 남아 그 비극을 살아내야했던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소련 침공, 군벌들 간의 내전, 탈레반 정권,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 등 아프간의 비극적인 현대사와 그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