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함께 적당히 나이든 <원주 용소막성당>
치악산 둘레길 7코스 싸리치옛길이 끝나는 지점에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지어졌다는 용소막성당이 있다.
성당 아래쪽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니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의 아름다운 성당이 노거수들 사이로 그림처럼 보인다.
창의 형태는 모두 원형으로 된 아치형이며 테두리를 회색벽돌로 장식하였다. 고딕미술의 양식을 변형시킨 소규모 벽돌구조 성당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성당 아래쪽에 주차를 하고 언덕을 오르니 노거수의 그늘이 반갑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150년 된 느티나무들이 내어주는 그늘의 품이 넉넉하여 한여름 더위를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성당은 작고 아담하다. 일제강점기에 성당이 지어졌고 한국전쟁을 지나며 현재까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늠름한 성당은 이 자리에 있는 모습 그대로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큰 성당이다.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해 이주해 온 신자들에 의해서 원주 용소막 지역에 처음으로 천주교가 전해졌다. 신자들은 용소막에서 멀지 않은 황둔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가 충청북도 제천군 송학면의 오미로 옮겼고, 다시 용소막으로 이사하면서 1898년 용소막 공소를 설립하였다.
용소막 성당 터에 얽힌 이야기
용소막 성당은 처음에는 신림역 뒤쪽에 지으려고 했었는데 , 어느 날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나타나 "앞으로 30년 후에는 이곳에 철마가 지나갈 터이니 저쪽 산 밑에 성당을 지으시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장소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성당을 지었었는데 장소가 협소하여 현 장소로 성당을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30년 후에 중앙선 철로가 생겼는데, 그럼 그때 그 노인은 성 요셉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는 내용이다.
용소막 성당은 풍수원성당과 원주성당에 이어 강원도 내에서 세 번째로 건립되었다. 1904년(고종 41) 프와요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독립된 성당이 되었다. 처음 공소로 있을 때에는 초가였으나 시잘레 신부에 의해 현재의 벽돌 건물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들의 군수용품을 만들기 위해 첨탑에 있던 종까지 공출해가기도 하였으며,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창고로 사용하는 등 온갖 수난을 격였으나 당시 우리나라의 고딕 양식을 변형시킨 소규모 벽돌 성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 1986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되었다.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용암리)
용소막 성당은 초대 프와요 신부가 매입하여 개조한 초가집을 성당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1914년 제3대 주임으로 부임한 시잘레 신부 때에 현재의 성당이 건립되었다. 이를 위해 그는 본당에 부임하자마자 직접 성당을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들을 데려다가 성당 건축을 시작하여 1년 여 만인 1915년 가을에 벽돌조 양옥 성당이 완공되어,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를 주보(主保)로 하여 축성식을 갖게 되었다.
성당 옆 언덕 위에는 '사제관. 수녀원'은 '올라오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성당 왼편으로 '선종완 라우렌시오 유물관'이 있다. 유물관 입구에 신부님 동상이 서있다.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님은 우리나라에서 구약성경의 원문인 히브리어와 희랍어를 우리말로 최초로 번역하신 성경학자이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후 1965년 이후 전 세계 가톨릭 교회는 그동안 사용하던 성경 번역본 라틴어가 아닌 원문에서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운동이 일어났는데, 한국에서는 선종완 신부님이 이미 10년 전부터 한국어로 단독 번역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최초로 1958년 창세기가 출판되었으며, 이어서 탈출기에서 바룩서까지 총 17권이 출판되었다.
성당 뒷편 산으로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덥기도 하고 신심(?)이 모자라 거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패스.
사방으로 둘러 싸인 산과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이 있는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마을의 형세가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용소막'이라 불린다고.
십자가의 길을 걷는 대신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뒤쪽의 창을 보니 스테인드글라스라 짐작이 가는 창문이 보인다. 안에서 보면 예쁜 스테인드글라스일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건물들은 출입 금지였고 성당 내부도 문이 잠겨 있어서 살짝 아쉽긴 하였다. 아마 미사가 있는 시간에만 출입이 가능한 모양이다.
천주교 원주교구 소속으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용소막 성당.
성당 보다 더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다섯 그루의 느티나무가 성당을 호위하듯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수령 150년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 앉아 초록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자하니 정말 마음이 편안하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처럼 우리 마음에 평화가 가득 차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