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하도리 토끼섬, 우연히 만난 무꽃밭, 잠시라도
하도리 토끼섬을 가까이서 보던 날이다.
하늘이 흐린 날이다.
올레 21코스를 걷다 보면 지나가는 작은 포구이다.
차에서 내리니 센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바람의 섬답게 제주도는 늘 바람이 분다.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해녀동상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바람에 모자 날아갈세라 모자를 잡고 있는 나의 모습 같다.
해녀들도 혹시 그래서?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다.
토끼섬은 여름이면 하얀 문주란 꽃이 피어 절경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문주란 꽃이 핀 모습을 볼 수는 없는 5월이다.
문주란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모습이 토끼 같다 하여 토끼섬이란다.
멀찌감치서 토끼섬을 바라볼 수 있다.
물이 많이 빠진 시간대라 최대한 가까이 가보았으나 토끼섬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것 같다.
나지막한 동산과 작은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제주 토끼섬 문주란 자생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문주란은 제주지역 어디서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 문주란은 천연기념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주란은 난과가 아닌 수선화과에 딸린 다년생 화초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오래전 우리 집에서도 문주란을 키웠던 기억이 난다.
'잠시라도'는 제주에서 며칠 지낸 숙소 이름이다.
소박한 단독주택이다.
딸이 일찌감치 제주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곳이다.
마당엔 고양이들이 왔다 갔다 자유로운 곳.
구불구불 돌담으로 이어진 세상 조용한 시골 동네다.
그 동네 어귀에 수국이 피어 있었다.
5월이라 수국이 피기엔 좀 이른 시기인데 돌담 아래 수국이 서둘러 꽃을 피웠다.
아파트숲이 아닌 넓은 들판이 펼쳐진 이런 이국적인 풍경.
제주 하도리 5월의 흔한 풍경을 대하고는 나는 매일 호들갑을 떨며 감탄했다.
산책길에 만난 풍경들
구수한 감자향이 날 것 같은 감자꽃이 핀 풍경,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 이효석의 소설이 생각나는 메밀꽃밭,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꽃밭도 만났다.
도로에서 좀 떨어진 밭이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메밀밭은 아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는 하얀 꽃이지만 하얀색은 아니다.
뭐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무꽃이다.
우연히 만난 풍경
세상에나 뭐지?
무꽃이다!
처음엔 무슨 꽃인지 언듯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넓은 밭에 무꽃이 피었다.
무를 수확하지 않아 꽃이 피었다.
무를 수확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름다웠다.
전혀 예상치도 않은 뜻밖에 만난 풍경에 황홀하였다.
어머어머!!
절로 나오는 감탄사~
이날 저녁엔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라 춥기도 하고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무꽃 감상시간~
저기 하얀 건물은 무엇일까 궁금하여 그곳까지 가보았다.
완공된 3층짜리 건물로 아직 사용전인 듯 보인다.
꽤나 큰 건물이라 (내 기준으로는) 일반적인 가정집이기보다는 아마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이용할 건물이지 않을까 했다.
해를 등진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어떤 용도로 쓰일지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언제가 될지...) 제주 오게 되면 일부러라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 잠시라도 입구
마당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무언가 했더니 책방 들어가는 입구라는데,
그 책방 '언제라도 Books'는 현재는 운영을 안 하는 듯.
집의 외부는 허름해 보이지만 지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집이다.
잠시라도 옆집
잠시라도 앞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