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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活着-인생>위화 장편소설 그리고 영화

다보등 2025. 5. 29. 07:31

중국작가 위화의 소설 <제7일>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주인공 양페이가 죽어 빈의관이라는 화장터로 가는 장면에서 소설이 시작을 한다. 제7일의 주인공 양페이는 사후세계를 방황하며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살아있는 사람의 시선이 아닌 망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특이한 구도의 소설이다.

우리나라 영화 <허삼관매혈기>는 책이 아닌 영화로 만났다. 감독, 주연이 내가 잘 아는 배우 하정우였다. 그러나 이 작품이 위화의 작품이란 걸 알지는 못했다. 이렇게 위화가 누군지도 모른 채 위화를 책으로 영화로 만났다.

이번엔 ‘중국의 대중문화산책’ 강의를 통해서 중국의 작가 위화를 만났다. 그의 장편소설 '인생'을 책으로도 읽고 그 여운으로 영화를 찾아서도 보았다. 그의 대표작  <인생>의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푸구이가 담담하게 지난 인생을 들려주는 것과는 달리 소설 속 내용은 격변의 중국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설 <인생>은 시골에 민요 수집하러 온 '나'에게 주인공 푸구이가 자신의 살아온 40년의 인생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박과 여자에 빠진 부잣집 도련님 푸구이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항복을 선언하던 해에 전 재산을 도박으로 날리고 소작 농민이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충격으로 사망하고, 푸구이의 아내인 자전은 둘째 임신 중이었고 맏딸 펑샤는 네 살이었다. 근근이 살아가던 푸구이는 어머니가 쓰러져 의원을 모시러 성안에 갔다가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 영문도 모른 채 국. 공 내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푸구이는 2년을 전쟁터에서 보내다가,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해방군에게 여비를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 딸 펑샤는 열병을 앓다가 귀머거리가 되어 있었고, 아들은 세 살이 되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되고 '토지개혁'이란 걸 실시했다. 이때 도박에서 푸구이의 재산을 차지한 룽얼은 악덕 지주라는 명목으로 사형에 처해졌다. 만약 푸구이가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지 않았다면 룽얼이 아닌 푸구이 자신이 사형에 처해졌을 터이다. 사람일이란 참 모를 일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이 시작되고 강철 만들기가 한창이었던 시절, 아들 류칭은 교장선생을 위해 헌혈을 하다가 사망한다.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도, 푸구이 가족의 불행은 계속됐다. 딸 펑샤는 좋은 남편을 만나 잘 사는가 싶더니 문화 대혁명 기간에 병원에서 출산을 하다가 과다출혈로 죽게 된다. 딸이 죽기 직전 낳은 아들이 쿠건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자전도 죽고, 사위도 공사장에서 일하다 죽었다. 푸구이 홀로 키우던 손자 쿠건도 5살 때 가난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일로 죽게 된다. 아들 류칭이 양을 키웠던 것처럼 손자 쿠건도 양을 키워 소를 살 것이라 했다. 손자 쿠건이 죽었으나 푸구이는 소를 산다. 그렇게 홀로 남은 푸구이는 자신을 닮은 소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나름 담담하게 살아간다.

소설 속 주변 인물들이 하나같이 죽는 것으로 전개되므로 참담하고 슬픈 소설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인생>>은 나름 해피엔딩이다.

영화속에서도 아들과 딸은 죽게 된다. 죽게 되는 사연도 소설과 영화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중요한 건, 죽는 인물은 그 둘만으로 그친다는 것이다. 푸구이의 아내 자전과 사위, 손자는 환하게 웃으며 푸구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소설이 너무 비극적이라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너무 비극적인 삶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삶을 이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원작보다 해피엔딩이다.  

영화감독은 장예모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