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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미술관 <영원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다보등 2025. 4. 22. 07:16

가나아트센터를 갔다온지 열흘 후 이번엔 딸과 함께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찾았다. 지난번 가나아트센터를 갔다오면서 환기미술관을 들렀다 갈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 게 아쉬웠는데 딸이 시간을 내었다. 환기미술관 찾아 가는 대중교통은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 7212, 7022)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 하차하여 버스 왔던 길을 거슬러 창의문 못미쳐 좌회전하여 동양방앗간 아래 내리막을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에 나타난다. 설명은 길지만 가깝다.

동양방앗간 방향으로~
환기미술관
본관 관람

 

전시실 내부는 사진촬영 불가이다.

눈으로 마음으로 감상하여야 한다니 (사실 조금 섭섭했다.)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1913~1974)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동양적 정서와 서구적 모더니즘을 결합한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한 작가이다.

그이 작품은 전통적인 한국의 미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점과 선, 색의 조화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970년대 뉴욕 시절에 완성한 '전면 점화(Dot Painting)' 시리즈는 김환기 화백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국 미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며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현대미술의 가치를 인정받는 중요한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늘을 보아도 산천을 바라봐도 태양까지도 모두가 무심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정말 3년 만에 나 살던 서울에 돌아와서 꽃가게 있음을 나는 몰랐다.

오, 삶의 즐거움이여, 아름다움을 바라고 의식하는 진실로 사람됨이여. 김환기<꽃가게>,1952

포토죤

김환기와 김향안, 1957년 프랑스 파리

 

내가 그리는 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 김환기, 1970

 

본관 옥상

 

 

참고로 아래 그림들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김병기金秉麒 3주년 기념전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2025년 3월 5일 ~ 4월 20일)를 관람하며 이곳에 전시된(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 작가) 김환기金煥基 작품을 직접 찍은 사진이다. 

 

김환기는 1963년 한국 대표로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가해 명예상을 거머쥐며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경험을 쌓게 되었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선보인 대담하고 실험적인 작품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이 지닌 가능성을 확인한 동시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비엔날레는 돌아본 후 김환기는 "우리는 기술에만 집착하고, 주장하는 주체성이 약하다."고 말하며,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창의성과 개성 있는 표현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김환기의 예술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비엔날레 기점으로 거처를 옮긴 뉴욕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었던 듯하다.

 

 

 

뉴욕이라는 새로운 공간 속에서 김환기 예술도 한층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작업의 변화는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김환기는 비엔날레 측의 초청을 받아 비경쟁 부문에 참가하며 특별실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었다. 같은 비경쟁 부문에는 바넷 뉴먼, 재스퍼 존스, 조셉 앨버스, 바실리 칸딘스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김환기는 이들과 나란히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으며, 그가 출품한 14점 신작들은 모두 뉴욕에서 완성된 작품들로 사실상 개인전에 가까운 규모였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작들은 김환기의 예술이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업들이다. 이전까지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에서 자연의 형상을 재현했던 그는 더 이상 특정한 풍경을 그리지 않았다. 그의 화면에서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사라지고, 점, 선, 면, 색과 같은 조형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작품의 주제 역시 '산', '달', '섬' 등 특정한 주제에서 벗어나, '새벽', '아침', '메아리', '겨울,' 봄'처럼 보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고르게 채색된 평평한 화면 위에서 점과 선을 리듬감 있게 배열하며 보이지 않는 감각과 울림을 담아내는 방식은 김환기 특유의 조형 언어를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1963년과 1965년 두 차례에 걸친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 경험은 김환기의 작품세계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반(半) 추상적 화면에서 벗어나, 점과 선, 색면 분할을 통해 더욱 순수한 조형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는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김환기의 깊은 고민의 결과였으며,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그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무대였다.

 

환기미술관을 나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동양방앗간 건너편으로 보이는 자하손만두에 갔다. 그 옆에 전에 없던 자하카페가 새로 생겼다. 자하손만두는 예전에 한두 번 온 곳인데 오늘 보니까 2025년 올해 처음으로 미슐랭을 받았다고 한다. 

자하손만두 식당

 

나는 만둣국을 딸아이는 떡만둣국을.

만둣국과 떡만둣국
창밖 풍경
자하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