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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양산 통도사에서 마음의 등불을 밝히다

다보등 2025. 5. 21. 06:35

5월 1일부터 우리 집은 긴 연휴에 들었다. 아들식구가 2일부터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우리 부부도 덩달아 연휴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전에 남편이 장모님 보러 가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 기차표를 예매하려는데 이런이런! 5월 연휴가 시작되는 그 전날부터 KTX 기차표는 목적지가 어디든 모두 매진이다. 조금 늦게 기차표를 알아보긴 하였지만 이럴 수가 있나. 연휴가 끝나고 한가할 때 갈까 하는 마음으로 날짜마다 검색하다 보니 5월 5일 월요일 오전 기차표가 남아 있다! 그야말로 극적으로 기차표 예매를 하였고 돌아오는 기차표는 연휴 중에는 매진이라 연휴가 끝난 7일 자로 예매를 하였다. 운전해서 울산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왕복 기차표를 예매하고는 의기양양 기분이 좋았다.

울산역 바로 앞에서 시내버스 13번이 통도사행

 

5월 5일은 '어린이날'이기도 하고 음력으로 4월 8일로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연휴다. 울산역 도착 시간도 이르고 하여 이참에 통도사를 들렀다 친정에 가기로 하고 짐을 역사 내에 있는 보관함에 넣었다. 부처님 오신 날에 통도사 가기는 실로 수십 년 만인 것 같다.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통도사 갈 일이 있어도 부처님 오신 날을 딱 맞춰 오긴 쉽지 않은 일이다. 

통도사는 울산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시내버스 타는 곳에서 1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9시 45분에 13번 버스가 들어왔다. 종점 통도사신평터미널에서 내리면 된다. 울산역에서 통도사신평터미널까지는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신평터미널에서 통도사 입구(영축산문)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영축산문 못 미쳐서부터 차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산문 들어서면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라 부르는 1.6km의 명품 소나무길이 있다. 

 

2018년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생명상(대상)을 수상한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 : 한국의 3대 사찰 통도사를 품고 있는 숲길, 산문에서부터 호젓하게 흙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아름드리 노송들이 춤추듯 구불거리고 항상 푸르름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해 그 이름을 실감하게 한다. 수량이 풍부한 통도천, 영축산 자락의 숲과 바위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일제강점기부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 사찰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숲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냈다. 사람과 숲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이 아름다운 숲이 다음 세대까지 변함없이 보전되기를 기원한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양산 통도사 석당간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날이 겹친 이 날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풍성하다
영축산통도사 일주문

 

천왕문을 지나 사찰 내로 들어서면서 먼저 만난 긴 줄은 관불의식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어찌나 줄이 긴지... 

공양미 5,000원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 국보

대웅전은 상로전 영역의 중심 건물로 통도사를 대표하는 목조건축물이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처음 지어진 후 여러 차례 보수되거나 다시 지어졌다. 

금강계단은 승려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규범인 계율은 받는 수계의식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이곳의 종모양의 석조물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수행자들이 부처님께 직접 계율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금강계단과 이어진 대웅전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 전통이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금강계단 진신사리탑

 

언젠가 정말 오래전에 금강계단 진신사리탑을 개방할 때 탑돌이를 한 기억이 있다. 그때의 장엄한 분위기가 몸으로 느껴진다. 산령각 담장 너머로 진신사리탑 탑돌이 행사를 앞두고 관계자들의 연습이 한창인 모습을 까치발을 하고 엿볼 수 있었다. 연습 중인데도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진신사리탑 탑돌이 행사 준비 중인 모습

 

닥종이 공예 작품 전시 규모가 제법 크다. 오픈 시간이 안되어 그런지 가운데로는 들어갈 수는 없고 바깥쪽에서 작품 구경을 하였다. 

김장 하는 모습
용화전 앞 봉발탑 / 보물

 

용화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이 미래의 부처로 예언했다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용화전 앞에 있는 보물로 지정된 봉발탑은 스승과 제자 간에 진리를 전하는 징표인 발우의 모양을 한 석탑이다. 용화전 보살님들이 떡을 나눠주어 큼지막한 절편과 시루떡을 받았다. 

 

부처님 오신 날이니 절밥을 먹어야지 싶어서 공양간으로 갔다가 놀랐다. 공양을 하려는 줄이 엄청나서 그냥 가자는 남편을 달래서 긴 줄 뒤에 섰다. 줄은 금방금방 줄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 공양간으로 들어섰다. 넓디넓은 공양간이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일사불란하게 나눠주는 비빔밥과 열무김치를 받아 들고 이번에는 빈자리 찾아 두리번두리번. 많은 사람들로 자리가 없을 것 같으나 어딘가에 우리 자리는 다 있더라. 비빔밥도 열무김치도 참 별미다. 한 그릇 뚝딱하였다. 

사찰에서 먹는 비빔밥은 찐 맛있다
가람각

통도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왼쪽에 가람각(伽藍閣)이 있다. 통도사 터를 지키는 땅의 신이다. 

가람각에서 뒤돌아 서면 범종루가 바로다. 그 옆으로 키큰 쪽동백나무 한그루, 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쪽동백나무꽃,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꽃이 만개하였다. 작고 정갈한 탐스러운 꽃송이.

 

쪽동백나무

 

 

한송카페에서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

흐리던 하늘에서 결국은 비가 오기 시작을 하였다. 비 소식을 알고 있어서 우산을 챙겨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커피 마시는 짧은 동안 금방 그쳤고 선선해진 무풍한송로를 걸어 통도사를 빠져나왔다. 

 

오늘만큼은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나무관세음보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