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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구간 매우 어려움, 치악산 비로봉(해발 1288m)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강원도

탐방구간 매우 어려움, 치악산 비로봉(해발 1288m)

다보등 2022. 12. 2. 09:53

11월 19일(토)

치악산 둘레길 10-11코스까지 지난 달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2년 봄부터 걸었으니 거의 10개월 이상을 치악산 자락에서 보낸 셈이다. 11월엔 그동안의 치악산 둘레길을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 치악산 비로봉을 오르기로 하였다. 만만치 않은 산행코스를 감안하여 정상조와 해찰조로 나누었다. 정상조는 비로봉으로 향하고, 해찰조는 세렴 폭포를 갔다가 구룡사에서 출발하는 치악산 둘레길 1코스를 다시 걷는 자율적인 일정이 짜여졌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비로봉 정상조에 합류하였다.  2009년에 비로봉엘 올라갔던 적이 있으니 처음은 아니다. 그때 '치악산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 치악산이라 한다' 는 소리를 들었었다. 하도 오래전이라 비로봉에 올랐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고 '힘들었다' 그런 건 기억에 없다.

12명 중 7명이 정상으로 향했다. 김밥 한 줄과 생수 한 병, 과일 조각 몇 개, 사탕 등을 챙겨서 배낭에 넣었다. 정상에서 마실 맥주도 한 캔 챙겼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는 술은 마실 수 없음을 잊었다. 결국 꺼내지도 못하고 다시 가지고 내려왔다.)

 

치악산 구룡사

 

구룡사에 주차를 하고 치악산 등반을 시작하였다. 세렴폭포 ㅡ 비로봉입구까지는 해찰조와 정상조가 함께 간다.

세렴폭포까지는 완만한 트레킹 구간으로 산행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등산로 입구에 심폐소생술을 직접 해보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잠시 멈춰서 실습을 해보라 권하였다. 배낭 내려놓고 참여하는 사람들...

이런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심폐소생술을 배워 두는 것이 중요하다.

 

 

 

세렴폭포까지는 완만한 트레킹 구간이었다면 본격적인 비로봉 사다리병창 코스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세렴에서 비로봉 왕복 5-6시간 소요, 탐방구간 매우 어려움이라는 안내글을 보니 긴장이 되었다. 

고작 2.7km를 왕복 5-6시간 걸린다니 난이도가 짐작이 되었다. 

마음 단디 먹고 출발을 하였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사다리병창이라 하겠는가?

 

비로봉 2.7km, 왕복 5-6시간 소요

 

첫발을 가파른 계단으로 시작하여 비로봉 정상까지 계단이다. 가도가도 계단이고 게다가 가파르기가??

오전 10시 35분 출발.

 

비로봉 오르기 시작!

 

 

세렴폭포에서 비로봉 (해발 500m에서 해발 1288m) 구간은 거의 수직 상승하는 난코스이다.

지속적인 오름 코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쉽지 않은 구간이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후들거릴 무렵에 잠시 쉬었다. 달랑 500m 올라왔으나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사다리병창길은 구룡사 큰골에서 세렴폭포와 갈라지는 곳에서 시작되는 바위로 된 치악산의 주 탐방로에 해당한다.

바위 모양이 사다리를 곤두세운 것 같다고 하여 '사다리병창'이라고 부르며, 병창은 영서 지방의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한다. 그러니 가파르기가 벼랑이나 절벽 같다는 것이다.

 

 

사다리병창길

 

 

과거엔 위험하기도 했다는데 이젠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위험도는 내려갔으나 난이도는 올라간 것 같다.

계단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많아서 (망할 계단) 죽을 맛이다. 

더군다나 계단만 많았지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은 없었다. 

힘든 만큼 간간이 나타나는 멋진 풍경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데 등산로 주변엔 그런 뷰가 없었다.

차츰 눈높이가 같아지는 능선들을 보면서 그나마 올라온 높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비로봉 남은 거리 1.6km, 출발지에서 여기까지 1km 거리를 1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왔다.

원주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탁트인 곳, 말등바위 전망대에 도착을 하고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졌다.

 

말등바위 전망대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다.ㅠ

 

비로봉 0.7km

 

비로봉 0.7km!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남은 거리 700m이지만 이곳에서 정상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 가며 무수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마치 63빌딩을 걸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와중에 다행인 건 평소에 아파트 14층까지 걸어 올랐던 것이 오늘 무진장 도움이 되었다. 

 

 

 

 

정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엔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야 했던 경사도 장난 아니었던 계단.

계단을 앞에 두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다시 사진으로 봐도 아찔하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 보니 이제야 이런 풍경이라도 볼 수 있어 조금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이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사실 저곳도 정상은 아니다.

 

 

 

 

두둥!!

멘탈 탈탈 털리고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비로봉 정상엘 올랐다!

오후 1시 20분 경으로 약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치악산 비로봉 1,288m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멋지다. 단풍철이었으면 더욱 아름다울 뻔하였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힘들게 오른 것치곤 성이 차지 않는 풍경이긴 하다. ㅋㅋ

허나 기분은 무지무지하게 좋았다.

힘듦은 감추고 표정은 환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치악산 비로봉에 세워진 3기의 미륵불탑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 혼자 힘으로 쌓도록 했다고 한다. 이에 용창중 씨는 1962년 9월부터 1964년까지 5층으로 된 돌탑을 모두 쌓았으며, 1967년과 1972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고 그해 복원을 하였다. 1994년 이후 세 차례에 결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각별한 곳에는 이런 꿈 정도는 꿔 줘야 하는 모양이다. 

치악산 산신령은 왜 돌탑을 쌓게 했을꼬? 것도 혼자서 3년 안에?

그래서 돌탑 쌓은 그 양반은 어찌 되었는지...;;;

 

 

 

 

비로봉 정상엔 의외로 젊은 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야 하는 치악산으로 온 젊은 이들이 기특하고 예뻐 보였다.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바로 하산을 하였다.

계곡으로 하산할까도 했으나 불규칙한 너덜지대 바위를 밟고 내려 가는 것보다는 계단이 안전할 것 같았다. 

(총 산행 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하산 길 말등바위 전망대에서 본 풍경

 

비록 힘들긴 했으나 나를 칭찬한 날이었다.

스스로에게 쓰담쓰담.

 

하산하는 길...

내려가는 길이라고 쉬운 길이 아니다. 

아는 길이 무섭다고 이미 경험한 계단인 지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계단...

 

그 와중에 어찌 이리 예쁜 역광이더란 말인가?

 

 

 

그러고 며칠은 걷지도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아고고~~ 아고고~~ 절로 비명소리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