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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2018년 6월 18일 흐림 오늘은 파리로 가는 날이다. 어젯밤에 빨아 널은 옷들은 절반쯤 말랐다. 날이 흐려 그럴 줄 알았으나 며칠 빨래할 수 없는 일정이라 그냥 했다. 피스떼라를 갔다온 (어제)저녁에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언젠가 어느 알베르게에서 우리랑 같이 닭백숙을 나눠먹었던 아가씨(돈을 아끼느라 한끼 10유로하는 순례자메뉴를 한 번도 사먹지 못했다는)를 여기서 만났다. 같은 날 산티아고에 도착을 했고 땅끝에서도 이틀을 묵었다하니 우리랑 일정이 같았던 셈이다. 그런데도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피스떼라에서 만나지 못한 걸 보니 결코 작은 마을이 아닌 모양이다.ㅎㅎ 프랑스인 데이비드(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으며 직장도 짤리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그냥 산티아고로 온)도 만났다. 그는 어제 산티..
2018년 6월 17일, 일요일, 맑음 스크램블, 퀴노아죽, 빵으로 뚝딱 아침을 해결~ 알베르게는 오전 10시에 퇴실을 해야한다. 산티아고행 버스가 오후 2시40분인지라 버스 시간 전까지 배낭을 알베르게에 맡겨 놓고 밖으로 나왔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오는사람 가는 사람 구경하며 두 시간을 넘게 앉아 놀았다. 바람은 찬듯하나 햇볕은 따갑다. 오전시간을 카페에서 죽치고 않았다가 12시가 넘어 식당엘 갔으나 식사는 1시부터~ㅠ 이 동네는 식사시간이 오후1시부터라는(어제도 그랬구만)걸 잊었다. 그동안 알베르게에 가서 맡겨둔 배낭을 챙겨왔다. 우리나라는 언제든(24시간 내내ㅋㅋ) 먹을 수 있는 식당밥도 여기선 한나절이 되어도 먹을 수 없다니 참...쩝. 오후 3시에 땅끝마을을 떠났다. 별시리 한 것도 없이..
2018년 6월 16일 산티아고순례길이 산티아고에서 끝난 게 아니라 스페인 땅끝 피스떼레에서 여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제 산티아고에서 버스타고 Fisterra에 왔고, 이틀째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최대한 느지막히 일어났다. 오전 7시? 도저히 더 오래 누워있을 수가 없어 일어난 시간이다. 토마토로 아침을 하고 혼자 9시쯤 알베르게를 나섰다. 그냥 동네 구경하며 걷고 싶었다. 구멍난 양말을 더 이상 신을 수가 없으니 새양말도 사야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느긋한 아침이 참 좋다. 동네 여기저기를 다녀봐도 딱히 볼 것은 없지만 볼 일없이 걷는 게 나쁘지 않다. 골목 저편에서 걸어오는 순례자들도 보인다. 아마 어제 인근에서 자고 아침 일찍 제로포인트로 가는 길인듯 보인다. 버스가 ..
2018년 6월 15일 성모발현지 묵시아를 떠나 30여 분을 달려 Fisterra에 도착을 하였다. 우리는 피스테레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활짝 웃는 얼굴로 접근을 한다. 숙소가 필요하면 자기네를 이용하라면서 명함을 나눠준다. 피스테레의 무니시팔 알베르게는 산티아고에서 예까지 걸어온 순례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숙소이다. 미리 예약된 숙소가 없었으므로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네 숙소를 이용하기로 하고 그녀를 따라 갔다. 집은 깔끔한 삼층집이었고 층마다 주방 하나와 세 개의 방이 있는 구조로, 7명인 우리 일행들은 이층의 방 두 개와 삼층의 방 한개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방도 깨끗하고 주방이 넓직하여 아주 맘에 들었다. 이곳에서 이틀을 묵기로 하고, 서둘러 제로 ..
2018년 6월 15일(산티아고 35일차) 34일간의 이 모든 게 끝난 건가? 새벽 댓바람에 나서던 일들을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다 생각하니 허전하기도 하고 홀가분 하기도 하다. 오늘은 7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코고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았으나 이제 익숙해졌는지 잘잤다. 모처럼 늦은 기상도 기분좋은 일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모르던 시절 로마인들이 땅끝이라 믿었던 곳, Fisterra. 그 곳으로 간다. 걸어서가 아니라 버스타고 간다. 걸어가는 게 아니라서 살짝(?) 아쉽긴 하다. 땅끝마을 피스떼레에서 이틀을 묵고(암 것도 안하고 뒹굴거릴 생각에 흥분된)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피스떼레를 가는 방법으로 택한 관광버스는 가는 길에 묵시아를 먼저 들르는 일정이다. 이틀 후에 다시 올 것이므..
2018년 6월 14일 산티아고순례길걷기 시작한 지 34일차에 마침내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 대성당앞에 도착을 하였다. 한 달을 넘게 걸어와 마주한 대성당앞에서 그저 덤덤한 내가 너무 낯설었다. 이렇게 덤덤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한달을 넘게 편안한 집을 떠나 지구 반대편의 거친 땅을 걸어왔다. 감격과 기쁨의 날이어야 마땅할 날이다. 그러나 이 감정을 미쳐 느낄 새도 없이 자리를 떠야했다. 큰 도시에서 알베르게 잡는 일이 장난아닌지라 알베르게를 잡아 놓고 다시 대성당으로 오기로 하였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알베르게는 도시 건너편에 있었으므로 다시 순례길을 걷는 기분으로 멀리까지 그렇게 걸어야했다. 다행이 알베르게는 자리가 충분하였고 내일부터 며칠간 피니스텔라에 갔다올 것이므로 며칠 후 돌아와서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