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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2018년 6월2일 토욜, 기온 13도 바나나,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6시10분 레온을 출발했다. 밖은 어둑어둑하다.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기전 레온성당앞에서 어두운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파라도르호텔앞에 있는 '피곤한 순례자상' 앞에서 괜히 서성거리기도 하였다. 오늘 걸을 거리를 계산하며 나름 마음을 다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은 조금 먼 거리를 걸을 참이다. 약 22km를 걸어 비아르 데 마사리페까지 갈까하다가, 3km를 더 걸어 산 마틴 델 까미노까지 가기로 하였다. 왜냐면 비아르까지만 간다면 다음날은 아스또르가까지 약29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단디 먹고 출발을 한 이유이다. 한시간쯤 걸어 상가지역을 벗어나 기차길 위를 지나는 육교를 빠져나와 조금은 한가해진 도로를 걸어..
2018년 6월 1일(어느새 6월이 되었다!) 오전 6시45분 출발. 알베르게를 나서며 뒤돌아 본 풍경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동녘 하늘에 해가 떴다. 사진찍느라 한눈 파는 사이에 일행들이 저만치 앞서 가 버렸다. 어차피 길은 한길이므로 서두르지 않고 내 걸음으로 걷는다. 언제나 사진찍고, 낯선 풍경과 예쁜 마을풍경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느라 일행들과는 한참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만났다 헤어지며 그날의 목적지인 마을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만나곤 했다. 아마도 오늘도 그런 날인 모양이다. 흙길로 내려서며 오늘도 길 왼편에서 혹은 오른편에서 반대편으로 기어가는 달팽이를 볼 수가 있다. 특이하게도 이 길엔 민달팽이가 많다. 검은색 민달팽이는 여간 징그러운게 ..
2018년 5월 31일 어느새 5월 마지막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허둥지둥 준비해서 걷고, 쉬고, 먹고, 씻고, 빨래하고, 맨날 똑같은 일상이 어느새 5월말로 20일차가 되었다. 세상에나! 똑같으나 똑같지 않은 길을 걸었다. 똑같으나 똑같지 않은 날들이었다. 이 길을 끝까지 다 걷고나면 뭐가 달라질까? 달라져야하는 건가? 잘모르겠다. 일단 현실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살이 빠졌다'는 건강한 사실이다~(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흐뭇한 일이다) 산티아고순례길 800km중 남은 거리가 355.2km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오늘은 6시이후에 일어나기로 했지만 그전에 벌써 밖이 소란스럽다. 시계를 보니 6시전이다. 나도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6시45분 출발했다. 길은 어..
2018년 5월 30일, 구름많은 맑은 날씨 모처럼 비 걱정없이 걷는 길이다. 새벽 어둔 하늘에 둥그런 보름달이 미쳐지지 못하고 길손을 배웅하고 있다. 5.8km정도 걸어서 Bar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순례길에서의 아침이란 대부분 커피와 크로와상(오늘은 치즈가 발린)이다. 순례길에서 거의 매일 먹던 크로와상이 어찌나 맛있었던지(질리지도 않은),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크로와상을 못잊어했더랬다. 도로를 옆에 끼고 걷는 길이지만 흙길이고 그늘이 있어 좋다. 사하군으로 들어 막 문을 열고 있는 바에 들러 생맥(250리터) 한잔씩을 마셨다. 한참을 걷다 마시는 시원한 맥주맛이 일품이다. 사하군을 벗어나니 아카시아꽃길을 한참을 걷는다. 그 그윽하고 진한 아카시아아향기는 자꾸만 코를 실룩거리게 한다. 길양켠에 아..
2018년 5월 29일 비와 흐림, 맑음 오늘은 26.6km의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날이다. 그러나 오늘 묵을 도시 테라딜로스 알베르게에 예약을 해놓은 관계로 조금 늦게 출발을 해도 된다고 한다. 일찍 출발이 해가 뜨겁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할려는 것이 아니고 마치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이 목적이라는... 매일 알베르게를 향한 순례길같아서 마음이 그랬던 적이 많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생판 초짜인 우리는 세상 걱정할 것이 없구만, 경험이 많은 분의 걱정이다. 그동안 보름 넘게 걸은 바에 의하면 우리는 항상 선두중의 선두로 도착한다. 우리의 대장은 알베르게 걱정은 그만해도 될 성 싶은데 끝날 때까지도 알베르게 집착(?) 때문에 여러번 실망시키는 우려를 범하곤 했다. 각설하고... 오늘은 좀 덜 서둘러..
2018년 5월 28일 월요일/비와 흐림 오전 6시, 기온 10도 바람이 찬 아침이다. 어느새 5월의 끝자락이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거리가 짧다. 잠시 쉬어가듯 편안하게 걷는 날이다. 오늘도 참고, 화합하고, 즐기자, 화이팅! 매일 아침 체조를 하면서 다짐을 한다. 출발하자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비옷을 찾아 입고 길을 나섰다. 하늘이 어둡게 내려 앉은게 심상찮다. 제발 비는 조금만 내렸으면 좋겠다... 살짝 비고플 시점에 작은 마을 Bar에서 카페 콘 레체(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 그러나 카페라떼보다 더 부드럽고 진한 카페 콘 레체이다.)를 마시며 그 진하고 고소한 맛에 반하게 되는 시간이다. 비옷을 입고 걸으니 덥다. 도로를 따라 그냥 길게 뻗은 길을 걷는다. 어디메쯤에서 인가 코카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