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만실리아 - 레온 18.1km/산티아고순례길 21일차 본문
2018년 6월 1일(어느새 6월이 되었다!)
오전 6시45분 출발.
알베르게를 나서며 뒤돌아 본 풍경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동녘 하늘에 해가 떴다. 사진찍느라 한눈 파는 사이에 일행들이 저만치 앞서 가 버렸다. 어차피 길은 한길이므로 서두르지 않고 내 걸음으로 걷는다. 언제나 사진찍고, 낯선 풍경과 예쁜 마을풍경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느라 일행들과는 한참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만났다 헤어지며 그날의 목적지인 마을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만나곤 했다. 아마도 오늘도 그런 날인 모양이다. 흙길로 내려서며 오늘도 길 왼편에서 혹은 오른편에서 반대편으로 기어가는 달팽이를 볼 수가 있다. 특이하게도 이 길엔 민달팽이가 많다. 검은색 민달팽이는 여간 징그러운게 아니다. 혹시라도 밟을까 조심스럽다.
도로와 흙길을 번갈아 걷는다. 아침 출근시간이라서인지 차량들이 많다. 아침 출발전에 요플레와 삶은 계란 두 개를 먹고 나섰다. 작은 바에서 커피를 주문하여 배낭속에서 빵 한개(한봉지에 1유로 하는 빵으로 8개쯤 들어있는)를 꺼내 먹었다. 어느 마을 입구에서 잠시 쉬고 떠나는데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걷다가 나중에는 비가 너무 많이와서 어느 건물 처마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기도 하였다. 라벤다꽃이 지천인데 비가 내리니 카메라를 꺼낼 수 없어 그냥 지나쳤다. 바퀴하나 달린 수레를 허리에 차고(?) 걷는 순례자가 앞서가고 있다. 저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오늘 여정의 목적지인 레온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내려설 무렵 비가 그쳤다. 빤히 보이는 도시로 들어가는 길이 한참이다. 도시입구에 순례자들을 위한 봉사자들이 레온시가지 약도를 나눠준다. 약도에 우리가 갈 알베르게 위치를 표시해 주어 알베르게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레온에서는 무니시팔 알베르게를 이용하지 않고 뚝배기님은 어쩐 일인지 사설로 정했다.
레온에 있는 '산 프란시스코' 알베르게는 사설(10유로)이며 새로 지은듯 입구가 깔끔하다. 자전거순례자를 위한 자전거거치대도 있다.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은 없고 전자렌지는 있다. 암튼 우리는 배정된 침대에 배낭을 던져놓고 우버택시를 타고 아시안뷔페로 유명한 'WOK' 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오후 1시30분에 오픈인지라 잠시 기다리며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음식과 내일 간식을 준비했다.
뷔페는 너무 훌륭했고 오랜만에 다양한 음식들 앞에서 정말 여러가지를 가져다 먹었다. 생선초밥, 샐러드, 치킨, 대하와 오징어, 맛조개, 가지 등등 즉석 철판볶음은 말할 필요없이 맛있었다. 더이상 배가 불러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었으니....
그동안 순례길에서 만났던 한국인들이 죄다 WOK으로 온 것 같았다.
동현언니랑 식사후 걸어서 레온성당 방향으로 걸었다. 가우디건물도 보고, 꼬마관광열차를 타고 시내투어도 하며 레온시내를 구경하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갔다. 숙소에 가니 오후 6시가 넘어 샤워하고 낮에 산 음식 나눠먹었다.
오늘은 늦은 시간까지 돌아댕기느라 너무 피곤하다. 자는게 약이다~^^;;
레온은 1세기경 로마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로 인근의 금광에서 캐낸 금이 모이는 곳이었으며 이후 스페인 영토의 초기 주교령이 되었다. 또한 레온 왕국의 수도이자 종교회의가 열렸으며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주된 이정표가 된 도시이기도 하다. 레온은 이베리아반도 북서부의 경제 발전 중심지이며 풍성한 재료로 스페인 최고의 식도락을 전해주는 도시이다.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은 레온의 풍요로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대부분 이 도시에서 하루이틀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우리도 그랬으면 하였으나 어림없는 일.ㅠ
세계최고의 건축가중 한 명인 안토니오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 중세의 향기가 살아있는 모더니즘 건축물로 1969년에 스페인의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첨두아치로 된 창문과 검은 돌 판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고딕 양식의 분위기를 풍긴다.
레온 대성당-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이다. 13-6세기에 걸쳐 지어진 레온 대성당은 심플한 아름다움으로 프랑스식 고딕 양식의 걸작이라고 불리운다.
레온 대성당의 장관 중 하나는 성당 벽의 황홀한 스테인드글라스라는데 삭양이 질 무렵 화려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장관은 유럽 예술의 최고점을 보여준다고...그러나 공사중이었나(?)...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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