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레온-산 마틴 25km/산티아고순례길 22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레온-산 마틴 25km/산티아고순례길 22일차

다보등 2020. 12. 7. 22:41

2018년 6월2일 토욜, 기온 13도

바나나,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6시10분 레온을 출발했다. 밖은 어둑어둑하다.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기전 레온성당앞에서 어두운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파라도르호텔앞에 있는 '피곤한 순례자상' 앞에서 괜히 서성거리기도 하였다. 오늘 걸을 거리를 계산하며 나름 마음을 다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은 조금 먼 거리를 걸을 참이다. 약 22km를 걸어 비아르 데 마사리페까지 갈까하다가, 3km를 더 걸어 산 마틴 델 까미노까지 가기로 하였다. 왜냐면 비아르까지만 간다면 다음날은 아스또르가까지 약29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단디 먹고 출발을 한 이유이다.

 

한시간쯤 걸어 상가지역을 벗어나 기차길 위를 지나는 육교를 빠져나와 조금은 한가해진 도로를 걸어 츄로스가 맛있다는 바에서 잠시 쉬었다. 스페인에서는( 이 지역?) 츄로스를 진한 초코렛에 찍어 먹는 모양이다. 작은 그릇에 걸죽한 초콜렛이 담아져 나왔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만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데...(나는 그냥 먹었다 ㅎㅎ) 개인의 취향이므로.

길은 계속 도로와 나란히 걷는 길이다. 상업지구, 공장지대가 이어진다. 주변 풍경은 별것이 없지만 하늘만큼은 일등이다.

파란하늘과 흰구름...그러나 한낮으로 가면서 햇볕은 점점 뜨거워지고 마을은 보이질 않는구나. 앞으로 쭉 뻗은 길을 걷는 양켠으로는 아카시아 꽃이 한창이다. 어제 레온 들어오면서도 라벤다가 많이 피었더니 레온을 벗어나며 라벤다가 지천으로 피었다.

걸어 가면서 바나나를 꺼내 먹었다. 당근도 먹었다.

하~~~마을은 보이질 않네.

그나저나 무언가에 물렸는지 아침에 여기저기 가렵더니 걷는 내내 목뒷쪽이 가렵다.ㅠ

어느 집 담벼락에 산티아고 298km라고 적혀있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너무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비아단고스 마을에서 맥주 한잔을 마셨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이곳에서 6km 정도를 더 가야 산 마틴이다. 그러나 1시쯤에는 도착할 것이다.

역시나 그늘 한 점없는 걷은 길을 정신없이 걸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꽃길이라는 것이다. 지칠무렵 마을이 나타났고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는 마을초입이라 금방 만났다.

눈부신 햇살이 가득 넘치는 알베르게 Vieira(8유로) 마당에 가득 빨래를 해서 널었다. 침낭도 햇볕에 일광욕 시키고.

어제 언제 물렸는지 목을 물려서 걷는 동안 내내 가려웠다. 샤워하고 약을 발랐는데 괜찮겠지? 발에도 다리에도 등쪽도 여러 곳을 물렸다. 우CC~!  다른 일행들은 괜찮은데 나랑 동현언니만 물린듯.ㅠ(이 때만해도 배드버그에 물렸다는 걸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파라도르호텔앞 '피곤한 순례자상'

 

참으로 재미난 건물이다. 어찌 저리 납작하게 생겼을 꼬?
모르면 그냥 지나칠 작은 가게인데 이곳의 츄로스가 맛있다하여 쉬었다간다.

 

벙커모양을 한 이곳은 아마도 와인저장고인듯.

길바닥에 그려진 루트를 보고 마음 순례자는 각자의 체력과 상황에 맞추어서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비야르 데 마사리페 루트라고 불리며 약 22km에 이르는 루트이다. 이 루트를 결정한 순례자는 다음날 일정을 아스또르가까지 29km를 걸어야 하므로, 대부분의 순레자들은 3km를 더 걷는 산 마르틴으로 가는 루트를 택한다.

 

라벤다꽃이 사방 지천이었다.

 

대체 저 높은 전기줄에 신발을 어찌 던졌단 말인가?ㅎㅎ
교회 종탑엔 황새집들을 보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집이 생각났다.

 

덥고 지칠 때쯤 이렇게 시원한 맥주 한잔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니들이 이 맛을 알아?ㅋ

 

산티아고를 걸으며 큰일을 하고 있는 나의 신발, 바에서 쉬면서 신을 벗고 발을 진정시키는 중...

 

와우~~~!! 산티아고 298km!!!

그늘 하나없는 땡볕을 걷느라 많이 힘들었던 날이다. 어젯밤에 물린 목이 가려워서 괴로웠다.

하늘과 구름과 꽃들이 너무 아름다운 길이라 뜨거운 햇볕이지만 용서가 되었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알베르게 Vieira는간 마르틴 초입인지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햇살 좋은 마당에 빨래를 널어 뽀송하게 마르는 걸 보는 시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