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아스트로가-폰세바돈 26km/산티아고순례길 24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아스트로가-폰세바돈 26km/산티아고순례길 24일차

다보등 2020. 12. 15. 00:05

2018년 6월 4일, 기온 11도

오늘은 해발 873m에서 해발1430m의 이라고산을 올라야 하는 날이다. 폰세바돈은 까미노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다.

오랜만에 배낭의 무게를 덜겸하여(계속 동키를 이용하고 있는 일행중 하나의 배낭에 짐을 옮겨) 동키를 이용하였다. 동키이용료는 10유로이며 나눠서 냈다. 사실 이런 이유는 핑계이고, 배드버그에 물린 가려움이 큰 이유중 하나이다.

어제 배드버그퇴치를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덕에(?) 맘 편하게 잘 잤다. 식초로 중화시킨 덕인지 물린 자리도 편했다.

오전 6시 출발을 하였다 오늘 걸을 거리도 만만찮게 긴 날이다.

한시간쯤 걸었으나 Bar가 이제 문을 여는 중이라 다음 마을까지 한 시간을 더 걸어갔다. 커피랑 햄샌드위치(어제 식초를 사며 간단하게 샌드위치 재료를 샀더랬다 ),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라벤다꽃이 양쪽에서 군락을 이룬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11시쯤 만난 Bar에서는 오렌지쥬스랑 조각케익을 먹었다. 배드버그 물린 자리는 시도때도 없이 가렵고, 가려울 때마다 식초를 발랐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시큼한 냄새가 요즘 유행하는 향수인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ㅋㅋㅋ

어느새 해발 1,000m가 넘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굵어진다. 서둘러 비옷을 입고...

이름모를 흰꽃이 지천으로 피어 마치 눈이 온것 같은 길도 지난다. 비를 피해 카메라를 집어 넣은 탓에 사진이 제대로 없군. 비는 잠시 멈추나 하면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 해가나면 더워서 비옷을 벗을까 싶으면 다시 비가 왔다.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였다.

 

해발 1,430m포세바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며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폰세바돈은 오래전부터 버려진 집으로 가득했던 마을인데 순례자의 수가 증가하며 점점 회복하기 시작해서 몇몇 알베르게가 생겼다.

알베르게 당도하여 숙박비, 디너, 아침 포함 20유로이다. 아침은 안먹고 싶었으나 무조건 포함이란다.

배가 너무 고파 침대위에다 배낭을 던져놓고 점심은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 근처 다른 알베르게 Bar에서 순례자메뉴로 먹었다.

해발이 높아서인가... 비가와서인지 너무 으시시 춥다. 다행인건 룸에 난방이 된다는 것!!

침낭에 들어가 누워있으니 따스하고 세상 편하다. 창밖에 비오는 소리도 듣기 좋다.

매일 만나다시피 하던 한국청년 둘도 여기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났다. 산티아고 길위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일이 일상이다. 다른 이들의 안부도 서로 묻고 전해주기도 한다.

내일은 십자가언덕을 지난다. 소원을 적어 묻으면 이루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다들 메모하느라 바쁘다.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린다. 이런 갑자기 천장에서 비가 샌다. 내 자리는 도미토리 침대 위쪽인데, 내 침낭위로 물이 떨어진다. 어머어머 어째 이런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 비가 벽을 타고 흘러 매트리스가 젖었다!!

다른 방으로 바꿔 달라고 하니, 남은 자리가 없어 방을 바꿀 수는 없고 침대를 방 안쪽으로 밀어내고(통로가 좁아지는 불편은 감수해야) 매트리스만 바꿔준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한밤중에 비가 샜다면 어쩔뻔했나 싶다.

빗소리 들으며 좋아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ㅋㅋ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한다, 이 길은 무지개길인 모양이다.
산티아고 지팡이를 직접 만들어 팔기도...스틱이 있는데 요즘 누가 저런 지팡이를 들나 싶어도 가끔은 나무지팡이를 짚고 걷는 이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버려진 집으로 가득했던 폰세바돈 마을은 순례자의 수가 증가하며 점점 회복하기 시작해서 몇몇의 알베르게다 생겼다. 산속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지만 중세 레온의 왕 라미로 2세가 10세기에 회의를 개최했었던 곳이엇고, 수도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때는 순례자를 위한 병원과 성당, 수도원 등이 있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것은 없다.

 

비는 밤이 깊어지면 점점 거세진다. 천장에서 새는 비를 걱정하며 잠을 청해본다. 내일은 폰세바돈을 지나는 언덕의 정상에 있는 철십자가를 만나는 날이다. 중세의 순례자들은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봉헌했다는데, 현대의 순례자들은 그저 자신의 물건이나 사진, 쪽지, 기념물 등을 가져다 놓는단다. 보아하니 다른 이들은 쪽지를 쓰며 마음을 담고들 하는데 나는 그저 남의 일처럼 관심을 두지 않고 잠을 청한다. 무슨 심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