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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세카-까까벨로스 24.3km/산티아고순례길 26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몰리나세카-까까벨로스 24.3km/산티아고순례길 26일차

다보등 2020. 12. 29. 20:24

2018년 6월 6일

어느새 끝이 보이는 26일차 순례길 아침, 요쿠르트를 먹고 오전 6시 10분 출발을 하였다.

산아래로 내려오니 기온이 좀 푸근하다.

어제 세탁한 옷들이 덜 말라서 아예 입고 걷기로 했다. 양말은 배낭에 메달고 걸었다. 걷다보면 다 마를 것이다.

몰리나세까에서 까까벨로스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오늘 여정의 핵심은 템플기사단의 도시인 뽄페라다이다.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를 향하는 지친 순례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아 1178년에 건축된 템플 기사단 성은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암호이자 템플기사단의 비밀스러운 기호가 숨어있다고 전해진다. 왠지 비밀스러움이 풍긴다. 그러나 비밀은 비밀일뿐 우리는 왕의 다리를 건너서 템플기사단의 성을 지나 뽄페라다를 떠나 다음 행선지로 계속 걷는다.

 

오늘 걷는 길 양켠에는 들장미가 지천이다. 흰색, 분홍색 찔레꽃을 보며 노래가사도 흥얼거려 본다.

"찔레꽃 붉게 핀 남쪽나라 내고향~(울엄마가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 도 처음 구절만 생각나네ㅋㅋ)..."

뽄페라다에서부터는 마을의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그만큼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마을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많은 까미노들이 걸어간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담고 걷겠지.

거의 한달을 걷다보니 이제 눈을 마주칠 때마다 반가움이 넘친다. 부엔 까미노!

이름도 국적도 모르지만 말이다.

카카벨로스에 들어서고도 한참을 더 걸어 도시를 거의 벗어나서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에 도착을 하였다. 마당 한켠으로 길게 늘어서있는 방들은 2인 1실이었으며 천장은 막힘이 없이 뜷려있고, 벽은 나무로 칸막이를 한 2인 1실로 구성된 알베르게이다. 옆방에 있는 일행들과 방에서 대화가능ㅋㅋ, 1회용 시트커버도 없어서 침대 주변에 비오킬을 꼼꼼하게 뿌리고 비옷을 시트커버 대신 깔고 그위에 침낭을 펼쳤다. (레온에서 배드버그에 물리고 나선 너무 두려워서 잠자리를 꼼꼼하게 정리한다. 며칠이 지났으나 가려움은 여전하고, 가려울 때마다 식초를 바른다 ㅠㅠ) 그러나 샤워장은 좋았다. 다시 기분 업!

점심은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여러가지 음식 중 각자 먹고 싶은 것 알아서 주문하기~

나는 라쟈니아와 콜라를 선택했다.(콜라가 2유로+라자니아 6유로).

저녁거리와 내일 간식으로 빵과 샐러드, 참치캔, 토마토, 트로피칼피클 등을 샀다. 6.35유로(2인분)이다. 이렇게 직접 사서 해먹으면 저렴하긴 하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오늘은 햇살이 좋아 잘 마르겠다.

 

오전 6시, 아직은 어두운 하늘을 보며 출발하여 2시간 정도를 걷다보니 멀리 뽄페라다가 건너편에 보인다.

뽄페라다 도심의 시작점인 마스까론 다리를 건너 까미노 싸인을 따라서 뽄페라다 중심으로 들어 간다.

 

웅장한 템플 기사단의 성으로 순례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이 도시를 템플기사단에게 맡겼고, 뽄페라다는 산띠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때문에 도시에는 템플 기사단의 성벽이 세워졌다고.

 

뽄페라다에서 가장 커다란 유산은 기사단의 성채이다. 당시 기사들은 세 겹의 성벽에서 세 번의 맹세를 해야 했고, 성벽에 있는 열두 개의 탑은 별자리를 의미한다. 기사단의 가장 중요한 보물인 성배와 성궤에는 전통에 따라 후세의 기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템플 기사단의 기도문 속에는 이 두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비밀스런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뽄페라다에서는 매년 7월 중순 여름의 첫 번째 보름달이 뜰 때 중세의 템플 기사단을 기리며 밤을 보내는 축제를 벌인다. 중세식 복장을 한 사람들이 템플라리오 광장부터 성채까지 행진을 하고, 템플 기사들에게 성배와 성궤를 헌납하는 모습을 재현한다.

 

체리가 엄청 많이 달렸다!!

 

어느집 마당에 있던 체리, 주인 할머니가 따 먹으라 허락하여 너도나도 몇 개씩 따서 먹었던 기억이 나네. 비를 맞아서인지 새콤달콤한 맛이 없어 실망 ㅋㅋ

 

순례자들에게 공짜 포도주를 제공하는 비니꼴라 협회, 잠시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포도주도 맛보고.

 

까까벨로스 마을은 비에르소 포도주의 중심지이고 포도덩굴을 발효시켜 만든 깔끔한 술인 오루호로도 널리 알려졌다. 성 요한의 날 밤에는 마을의 젊은이들이 마을 발코니에 있는 모든 꽃병을 들고 가버린다. 다음 날 꽃병이 없어진 마을 사람들은 벤디미아도레스 광장에서 자신의 화병을 찾는다. 이는 혹시나 소홀해질 수 있는 마을 사람들과의 안녕과 이해를 구하는 전통행사라고 한다.

 

까까베로스 마을 끝자락에 있는 외관이 멋졌던 알베르게,
흠...내가 좋아하는 라쟈나, 그러나 수제가 아닌 시판제품을 데워서 나온 것인듯, 특히 뜨거운 열에 쭈굴해진 저 일회용그릇이 맘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