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폰세바돈 - 몰리나세까 20km/산티아고순례길 25일차 본문
2018년 6월 5일
어느새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은지 25일차가 되었다. 34일간의 여정중 10일이 남은 셈인가...
언제 끝나나 싶었던 길이건만 어느새 끝이 보인다.
돌아보니 참 많이 아쉬운 길이다.
남은 열흘, 후회없이 즐겁고 재미나게 걸어야겠다.
오늘은 순례길 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폰세바돈 언덕을 넘어가는 날이다. 폰세바돈을 작은 피레네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가 묵은 폰세바돈 마을 1430m에서 1490m를 오르고 하산길이란다.
자욱한 안개속을 걷는다.
처음 산티아고순례길 시작점인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도 안개가 짙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우박과 세찬 바람, 빗속을 추위에 떨면서 피레네를 넘었다) 오늘 작은 피레네도 안개속을 걷다 빗속을 걷다한다. 멀리 희미한 안개속에 철십자가가 보인다. 왜인지 십자가가 보이자 다들 발걸음이 빨라진다.
철십자가는 낯설지 않다. 그동안 여기저기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던터라 익숙한 그런 느낌이다.
철십자가 주변은 크고 작은 돌들이 엄청나다. 천 년의 세월을 이어오면서 쌓여진 순례자들의 사연이 적힌 돌멩이들이 가득 쌓여있다. 돌 못지않게 수많은 갖가지 다양한 물건들. 그 모든 돌 하나에, 그 모든 물건 하나에 저마다의 소중하고 간절한 사연이 담겨있겠지하는 마음이 드니 그 모든 어수선한 것들이 소중해 보인다. 끝나지 않은 순례자들의 소망들은 앞으로 세월이 지날수록 더 크게 쌓일 것이다.
나는 마을에서 주워온 돌을 십자가 아래 내려 놓고 묵념을 하였다. 반전인건 철십자가를 내려서니 포장된 길이다. 힘들게 접근하는 그런 장소가 아닌 누구나 그냥 차타고 와서 철십자가를 대면하고 가도 되는 그런 곳이다.
"폐허로 변해 버린 마을, 이 미터 높이의 철십자가는 나무위에 철로된 십자가가 높이 솟아 있는 기이한 유적, 십자가는카이사르의 침략 당시 헤르메스신을 찬양하기 위해 세운 것이었다. 속세의 전통에 의하면 순례자들이 그곳에 먼 곳에서 가져 온 돌을 가져다 놓는 관습이 있었다. 나는 이 버려진 마을에 넘쳐나는 돌들 중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슬레이트 조각 하나를 주워 들었다. " 파올로 코엘료 '순례자'중
구비구비 이라고산을 내려가는 주변에 이쁜 꽃이 지천이나 안개와 비 때문에 눈길만 주고 지나친다.
어렵지 않게 걸어서 바에서 커피를 마시며 배낭에서 빵을 꺼내 같이 먹었다. 순례길에서의 흔한 일상이다.
오락가락 빗속을 걸어 낮 12시30분쯤 모리나세카 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중세기때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마을초입에 있있는 새우와 오징어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식당'푸엔테로마노'에 들어갔다. 순례자메뉴에 오징어가 있어서 새우구이만 따로 주문하였다. 새우는 맛있게 구워져 나왔고 오랜만의 해산물 요리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쁜 골목길을 걸어 메르카도에서 1유로짜리 빵과 코추피클을 샀다. 마을 끄트머리에 위치한 오늘의 숙소인 산타마리아나 알베르게(7유로)에 들었다. 깨끗하고 넓직한 방이 맘에 든다. 하루의 일과중 가장 중요한 샤워하고 빨래하고...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좋지않아 빨아 널은 옷들이 마르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몰리나세까 마을로 들어서며 아름다운 성당이 먼저 눈에 띈다. 숲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마을 모습이 마치 엽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에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섰다.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는 마을끄트머리인지라 점심을 먹고 찾아 가기로 하였다.
안개와 빗속을 걸어와서 지친 우리를 위해 무얼 먹을까 고민도 잠깐, 해산물 위주의 점심을 먹었다. 순례자메뉴도 맛있었고 별도로 시킨 새우구이도 좋았다.
사실 뭐든 맛이 없을리 없는 상황이긴 하다.
오랜만에 콜라를 먹었던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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