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베르시아노스-만시아 26.8km/산티아고순례길 20일차 본문
2018년 5월 31일
어느새 5월 마지막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허둥지둥 준비해서 걷고, 쉬고, 먹고, 씻고, 빨래하고, 맨날 똑같은 일상이 어느새 5월말로 20일차가 되었다. 세상에나!
똑같으나 똑같지 않은 길을 걸었다. 똑같으나 똑같지 않은 날들이었다.
이 길을 끝까지 다 걷고나면 뭐가 달라질까? 달라져야하는 건가?
잘모르겠다. 일단 현실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살이 빠졌다'는 건강한 사실이다~(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흐뭇한 일이다)
산티아고순례길 800km중 남은 거리가 355.2km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오늘은 6시이후에 일어나기로 했지만 그전에 벌써 밖이 소란스럽다. 시계를 보니 6시전이다. 나도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6시45분 출발했다.
길은 어제와 같이 도로하고 나란히 걷는다. 곧게 뻗은 길은 쉬이 끝날 것 같아 보이질 않는다.
약 8km쯤 걸었을 때 만난 마을의 어느 식당입간판에 신라면을 판다는 광고가 한글로 써있다. 오잉??
"얼큰한 신라면 먹구가 잉!" 이건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신라면을 끓여주는데 3.50유로이다. 햇반은 4유로란다. (밥은 가끔 해먹는 터라 생략하고)배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매운맛이 그리워 신라면 한 개를 주문하여 동현언니랑 나눠 먹었다. 역시 라면은 진리다. 한국사람은 매운 맛을 봐야 힘이 나는 모양이다. 시들하던 몸 상태가 물먹은 화초처럼 활짝 핀다. 매운맛으로 기운차게 걸을 수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끝도 없는 지평선만 보인다. 콤파스로 그린 원의 한 가운데 서있는 것 같다. 가도가도 제자리인 것 같은.
12시무렵 어느 마을의 Bar에서 콩스프를 점심으로 먹었다. 양이 많아 일행들과 나눠 먹었다.
먼거리를 걸어 온 순례자의 지친 모습을 한 동상이 눈길을 끄는 20일차의 여정인 만시아입구에 들어섰다.
무니시팔 알베르게(대부분 5유로)에 배낭을 풀었다. 마침 마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안면있는 한국인을 만났다. 반갑게 맞이하며 설익은 밥이나마 밥이 남았다며 자리를 내어준다. 설익은 밥이었지만 고추장에 버무린 오이무침 반찬에 감탄하며 꿀맛같이 먹었다. 납작복숭아, 체리를 사서 밥을 나누어준 이들에게 나눔을 하였다.
20일차의 여정의 도시인 만시아 데 라스 물라스에 들어섰다. 8월의 마지막 주에 산 페르민축제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토마토축제'가 열린다. 이미 세계인에 널리 알려진 토마토축제는 빨렌시아의 작은 마을인 부뇰이 유명하지만 아쉬운데로 만시아 데 라스 물라스의 토마토 축제에서도 토마토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토마토 싸움을 즐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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