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테라딜로스 26.6km/산티아고순례길 18일차 본문
2018년 5월 29일 비와 흐림, 맑음
오늘은 26.6km의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날이다. 그러나 오늘 묵을 도시 테라딜로스 알베르게에 예약을 해놓은 관계로 조금 늦게 출발을 해도 된다고 한다. 일찍 출발이 해가 뜨겁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할려는 것이 아니고 마치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이 목적이라는... 매일 알베르게를 향한 순례길같아서 마음이 그랬던 적이 많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생판 초짜인 우리는 세상 걱정할 것이 없구만, 경험이 많은 분의 걱정이다. 그동안 보름 넘게 걸은 바에 의하면 우리는 항상 선두중의 선두로 도착한다. 우리의 대장은 알베르게 걱정은 그만해도 될 성 싶은데 끝날 때까지도 알베르게 집착(?) 때문에 여러번 실망시키는 우려를 범하곤 했다. 각설하고...
오늘은 좀 덜 서둘러도 되는 날이지만 그럼에도 6시에 출발을 했다. 밖에 비가 오고 있어 서둘러 배낭커버를 씌우고 나섰다. 안개비가 내리는 어둠속을 걸어 골목으로 나서니 자칫 순례길 표시가 잘 안보여 길을 잃기 딱 좋은 상황이다. 마을을 벗어나며 길은 곧게 밀밭사이로 나있다. 빗줄기가 굵어져 다시 단도리를 하였다. 두 시간을 걸어 노천바에서 (오늘을 위해 어제 미리 준비해 둔) 김밥 세 개중 하나랑 삶은 달걀을 아침으로 먹었다. 진하고 고소한 '카페 콘 레체'는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해준다. 그 사이 빗줄기는 가늘어져 이제 우산을 접었다. 한시간 반을 더 걸으니 마을이 나타났다. Bar에서 오늘 두 번째의 카페 콘 레체를 주문하여 갖고 있던 비스킷으로 간식을 했다.
비는 그쳤다. 흐린 하늘이 감사한 오늘이다. 길은 곧게 뻗어있고 그늘도 없는 길이라 흐린 날이 아니라면 고생 꽤나 했을 길이다. 요며칠 계속 평지만 걷다보니 발바닥이 아프다. 길은 평지보다 오르막내리막이 있어야 덜 피곤하고 발도 편하다.
12시쯤 만난 마을에서 나머지 두 개의 김밥(그냥 밥만 들어있는)을 먹었다. 곁들여 먹는 피클고추가 맛있다.
테라딜로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에는 알베르게가 두 개밖에 없는 마을이란다. 자칫하면 다음 마을까지 3km는 더 걸어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그래서 알베르게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경험많은 대장님이 예약해 놓은 사설 알베르게는 10유로이고 도미토리 두 개가 놓인 4인실에 내부에 욕실이 있는 구조이다. 처음으로 이런(욕실이 있는) 방인지라 다들 좋아했다.
빨래를 해서 너른 마당에 널어 놓으니 따가운 햇살에 금방 마를 것이다. 침낭도 꺼내 일광욕을 시켰다.
'메뉴 델 디아' 즉 순례자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어디서건 똑같은 구성의 음식이 나온다. 오늘은 스파게티랑 비프스테이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와인과 물은 함께 따라 나온다.
오후 8시30분 간단한 메모를 하고 일찌감치 침낭속으로 들어간다. 침낭속이지만 세상 편하다 ^^;;
'해외 트레킹 > 산티아고순례길 800k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르시아노스-만시아 26.8km/산티아고순례길 20일차 (0) | 2020.11.18 |
---|---|
테라딜로스-베르시아노스 23km/산티아고순례길 19일차 (0) | 2020.11.13 |
프로미스타-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19.5km/산티아고순례길 17일차 (0) | 2020.11.08 |
까스뜨로헤리스-프로미스타 25.5km/산티아고순례길 16일차 (0) | 2020.11.06 |
오르니요스 - 까스뜨로헤리스 19.7km/산티아고순례길 15일차 (0) | 2020.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