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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테라딜로스-베르시아노스 23km/산티아고순례길 19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테라딜로스-베르시아노스 23km/산티아고순례길 19일차

다보등 2020. 11. 13. 15:01

2018년 5월 30일, 구름많은 맑은 날씨

모처럼 비 걱정없이 걷는 길이다. 새벽 어둔 하늘에 둥그런 보름달이 미쳐지지 못하고 길손을 배웅하고 있다.

5.8km정도 걸어서 Bar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순례길에서의 아침이란 대부분 커피와 크로와상(오늘은 치즈가 발린)이다. 순례길에서 거의 매일 먹던 크로와상이 어찌나 맛있었던지(질리지도 않은),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크로와상을 못잊어했더랬다.

도로를 옆에 끼고 걷는 길이지만 흙길이고 그늘이 있어 좋다. 사하군으로 들어 막 문을 열고 있는 바에 들러 생맥(250리터) 한잔씩을 마셨다. 한참을 걷다 마시는 시원한 맥주맛이 일품이다. 사하군을 벗어나니 아카시아꽃길을 한참을 걷는다. 그 그윽하고 진한 아카시아아향기는 자꾸만 코를 실룩거리게 한다. 길양켠에 아름다운 꽃들은 아마도 산티아고 800키로 끝날 때까지 함께 할 것 같다.  이렇게 이쁜 꽃길을 언제 또 한없이 실컷 걸어 볼까 싶다.

아침을 그래 먹고 걷다보니 시장끼가 든다. 마을을 자주 만나는 길이라고 따로이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더니 슬슬 배가 고프다. 사탕 두 개를 한꺼번에 입속에 털어 넣고...

오늘의 목적지인 베르시아노스에 낮 12시30분쯤에 도착을 했다. 알베르게는 1시30분에 오픈이란다. 배낭을 줄 세워놓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피자와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하루 중 중요한 할일 중 하나를 해결하고...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물집잡힌 사람들은 밴댕처리하고...여기저기 불편해 보이는 순례자들이 많다. 그 와중에 멀쩡한 내가 너무 감사하다.

빠리에서 왔다는 20대의 청년은 발바닥 여기저기 엄청난 물집을 달고 있었다. 안타깝고 애처로웠으나 어떻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신발이 참 중요한데...밑창이 얇은 신을 신고 온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평소에 걷는 연습이 안된 이들도 초반에 많이 힘들어 한다. 장거리를 걸어야 하는 일이므로 신발밑창은 두꺼운 것이 좋으며, 발목까지 올라 오는 등산화가 적당한 것 같다.

오늘 묵는 알베르게는 도네이션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전날 받은 도네이션으로 담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단다. 매일 봉사자들이 커다란 솥 두 곳에 밥(빠예야)을 지어 순례자들에게 제공하고 작은 음악회도 연다. 정말 큰 솥에 담긴 빠예야를 40명 정도가 다함께 나눠 먹었다. 와인도 제공한다. 식사 후 각국 순례자들이 나라별로 소개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탈리아, 불가리아, 일본인, 에스빠냐, 브라질 등등 세계 곳곳에서 온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 주고 노래도 하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던 순례자들 중 우리가 노래하는(진도아리랑) 동영상을 찍었다며 보여주는 이가 더러 있었다. 즉석에서 블루투스기능을 이용하여 내 폰으로 옮겼다. 세상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길위에서 만나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내일 아침을 6시반에 제공한다하여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한 야고보 동상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사아군으로 들어선다. 사아군은 11세기 알폰소 6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시는 까미노의 열기와 함께 성장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시계탑만 남아있는 수도원 유적과 도시 입구의 커다란 아치만이 남아있다.

 

정말 단맛이 났던 빠예야! 리필은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