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까스뜨로헤리스-프로미스타 25.5km/산티아고순례길 16일차 본문
2018년 5월 27일
순례길 34일 일정에 절반 정도가 넘어서고 있다.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잘 걷고 있다. 초반에 이용을 하던 (배낭을 이동시켜주는) 동키를 하지 않으면서 혹시 배낭 때문에 허리 아플까봐 에방 차원에서 허리에 타벡스겔만 아침저녁으로 발라주고 있다.
아침,저녁 쌀쌀하긴 하지만 걷기엔 이만한 날씨가 없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계란 한 개. 요플레 먹고 새벽 5시반에 출발을 했다. 어찌나 이른 새벽인지 앞이 안보이게 캄캄하다.(거리가 먼 관계로 서둘러 출발했다). 사실 한낮의 햇살을 피할려면 어쩔 수 없다. 일찍 출발해야 한다.
얕으막한 오르막 산길을 힘들게 올랐다. 모스떼라레스언덕 정상은 나무가 거의 없는 메세타지역이란다. 그 정상을 내려서니 너른 들판이 마치 분지처럼 보인다. 뒤쪽에서 해가 뜬다. 아침 햇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갖가지 꽃들이 핀 밀밭길은 어제과 같은 듯 다른 밀밭이다.
또 다른 프랑스 아저씨랑(이름은 들었을 때뿐) 한나절 함께 걸었다. 걷다가 쉬고 다시 걷고 마치 한팀처럼.
회사에서 잘리고 재취업을 기다리며 산티아고로 왔단다. 프랑스도 50이 넘으면 취업이 어렵단다. 아마 은퇴를 해야할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결혼을 세 번했고, 현재는 이혼을 한 상태이며 아이가 없음을 후회한다고 했다. 프랑스던 어디서건 사람사는 건 매한가지인듯 싶다.
해가 점점 높이 오르며 그늘 한점없는 길이 힘들다.
쉬면서 간식타임, 어제 산 당근을 먹는데 달다. 며칠되어 시들한 사과도 달다.ㅎㅎ
그리고 힘들게 두어시간을 걸어 Bar에서 커피를 주문하여 배낭속의 빵과 삶은 계란을 먹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길도 예쁘지만 해가 너무 뜨겁다.
노원구에서 혼자 왔다는 또래의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길가 나무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정해진 날짜없이 그냥 매일 조금씩 걷는다고 한다. (쉬지 않고 빠르게 걷는 우리와는)아마도 길위에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녀에게 격려의 인사를 나누며 헤어져 구름과 밀밭과 수로가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10시반쯤(새벽에 나오다보니 아직도 오전) 어느 마을에서 맥주 한잔(1.30유로)을 마셨는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뜨거운 햇살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프로미스타에 도착을 하여, 12시30분에 알베르게에 도착을 하였다. 알베르게는 1시에 오픈이라하여 배낭을 줄지워 세워놓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11.50유로)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는 사설로 10유로이고, 프랑스인 친구는 무니시팔 알베르게를 이용할 거라며 떠났다. 그는 내일 또 우리를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저녁은 근처 가게에서 파는 크로와상 참치샌드위치를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오늘은 긴 하루였다.
(매일의 메모를 참고하여 글을 쓰는데 그날의 힘들었음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무 곳으로도 떠나지 못하는 2020년 올해를 생각해 보면 너무나 그리운 날들이다.)
지평선까지 멀리 뻗어있는 평원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밀밭이 발길을 자꾸 잡는다.
사방을 둘러봐도 밀밭의 지평선이다. 이 이름다운 길은 한겨울의 세찬 눈보라와 여름의 지독한 태양의 뜨거움을 숨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빨렌시아는 스페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 중 하나로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스페인의 마을 역사는 뒷전이고 너무 뜨겁고 힘들어,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길게 뻗어있는 까스띠야 운하를 만나면 이제 16일차 여정의 목적지인 프로미스따에 도착한 것이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드넓은 밀밭으로 인해 중세부터 스페인 농경의 중심지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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