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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2018년 6월 8일, 금욜, 비 산티아고순례길 34일의 계획된 여정에서 이제 일주일을 남겨 놓은 날 아침이다. 매일 한개씩 꺼내 먹던 달콤한 사탕이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초반의 막막하였던 34일이라는 여정이 끝으로 치달으며 하루씩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게 되는 그런 날이 왔다. 때로는 나만의 속도로 걷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너무 행복한 순간들도 너무 많았고, 가끔은 짜증도 나고, 혼자가 아니라서 위로가 되고, 때론 혼자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도 한 여러 날들이 흘러갔다. 마지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여정에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으나 그 모든 순간들이 다 행복하고 기쁨임을 알고 있다. 마지막이 끝이 아니고 시작임을 미리 나에게 다짐을 한다. 오늘 가는 길목에 오 세브레이로는 성모발현지가 있다. 성스러..
2018년 6월 7일 흐리다 비옴 밤에 잘때 좀 추웠다. 추워서 일찌감치 일어나 화장실도 갔다오고 본의 아니게 부지런을 떨게 되었다. 오늘만 걷고나면 이제 순례길 여정이 일주일 남는건가? 참 날은 잘도간다. 800km를 언제 다 걷나 싶었는데, 이제는 하루씩 없어지는 매일이 너무 아쉽다. 바나나, 요플레로 아침을 먹고 언제나처럼 일찍 출발이다. 드넓은 포도밭의 전경이 너무 예뻐서 발걸음이 자꾸 느려졌다. 언덕위 나무사이에 하얀집을 보며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평생 살고 싶어..." 정말 그림같은 이런 풍경 속에서 평생 살고 싶은 곳이었다. 포도밭이 펼쳐진 산길을 걸어 나오니 도로와 함께 걷는 길이다. 마을을 빠져 나오기전에 Bar에서 커피를 마셨다. 어제 미리 사놓..
2018년 6월 6일 어느새 끝이 보이는 26일차 순례길 아침, 요쿠르트를 먹고 오전 6시 10분 출발을 하였다. 산아래로 내려오니 기온이 좀 푸근하다. 어제 세탁한 옷들이 덜 말라서 아예 입고 걷기로 했다. 양말은 배낭에 메달고 걸었다. 걷다보면 다 마를 것이다. 몰리나세까에서 까까벨로스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오늘 여정의 핵심은 템플기사단의 도시인 뽄페라다이다.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를 향하는 지친 순례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아 1178년에 건축된 템플 기사단 성은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암호이자 템플기사단의 비밀스러운 기호가 숨어있다고 전해진다. 왠지 비밀스러움이 풍긴다. 그러나 비밀은 비밀일뿐 우리는 왕의 다리를 건너서 템플기사단의 성을 지나 뽄페라다를 떠나 다음 행선지로 계속 걷..
2018년 6월 5일 어느새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은지 25일차가 되었다. 34일간의 여정중 10일이 남은 셈인가... 언제 끝나나 싶었던 길이건만 어느새 끝이 보인다. 돌아보니 참 많이 아쉬운 길이다. 남은 열흘, 후회없이 즐겁고 재미나게 걸어야겠다. 오늘은 순례길 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폰세바돈 언덕을 넘어가는 날이다. 폰세바돈을 작은 피레네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가 묵은 폰세바돈 마을 1430m에서 1490m를 오르고 하산길이란다. 자욱한 안개속을 걷는다. 처음 산티아고순례길 시작점인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도 안개가 짙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우박과 세찬 바람, 빗속을 추위에 떨면서 피레네를 넘었다) 오늘 작은 피레네도 안개속을 걷다 빗속을 걷다한다. 멀리 희미한 안개속에 철십자가가 보인다. 왜인..
2018년 6월 4일, 기온 11도 오늘은 해발 873m에서 해발1430m의 이라고산을 올라야 하는 날이다. 폰세바돈은 까미노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다. 오랜만에 배낭의 무게를 덜겸하여(계속 동키를 이용하고 있는 일행중 하나의 배낭에 짐을 옮겨) 동키를 이용하였다. 동키이용료는 10유로이며 나눠서 냈다. 사실 이런 이유는 핑계이고, 배드버그에 물린 가려움이 큰 이유중 하나이다. 어제 배드버그퇴치를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덕에(?) 맘 편하게 잘 잤다. 식초로 중화시킨 덕인지 물린 자리도 편했다. 오전 6시 출발을 하였다 오늘 걸을 거리도 만만찮게 긴 날이다. 한시간쯤 걸었으나 Bar가 이제 문을 여는 중이라 다음 마을까지 한 시간을 더 걸어갔다. 커피랑 햄샌드위치(어제 식초를 사며 간단하게 샌드위치 재료를..
2018년 6월 3일 거의 언제나 출발시간은 6시이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을 걸어 아스트로가로 가는 길. 아카시아 우거진 꽃길과 도로가 나란히 함께 한다. 해가 뜨는 것 같은데 구름이 두터워 붉은 빛만 비친다. 한시간 남짓 걸어 문을 연 Bar에 들렀다. 오늘은 커피 대신 초코라떼를 주문하여 초코는 넣지 않고(일회용 코코아 가루를 따로 준다) 따끈한 우유만 마셨다. 커다란 크로와상을 렌지에 데워주어 부드럽고 맛있다. 바에서 나오니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일명 '왕의다리라고 불러주고 싶다'는 멋진 다리가 나타났다. 모두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여기가 어딘가? 이 마을은 어제 무슨 행사를 했는지 좁은 골목 가득 문닫은(아마도 늦은밤까지 장사를 하고) 포장마차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