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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2018년 6월 14일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에는 날마다 그날만의 괴로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 맞어, 그런 것 같다. 이 성스러운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으면서도 그랬다. 길위의 행복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론 괴로움도 함께 따라 다녔다. 괴로움의 실체는 내 마음과의 싸움인 듯 하다. 이런저런 괴로움없이 이 길을 걷는다는건 말도 안된다는 억지를 부려본다. 괴로움도 함께 행복도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산티아고순레길, 내 기억속에 다시 없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길임에 틀림이 없다. 내 삶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된다. 까르페 디엠! 새벽 6시도 되기전 어둠을 뚫고 길을 나섰다. 어둠속에 우거진 숲길에 해드랜턴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이러저리 흔들린다. 언제나처럼 바에서 카페 콘 레체와 배낭속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
2018년 6월 13일, 맑음 무라키미 하루키는 그랬다. '여행은 계획대로 다 되면 그건 이미 여행이 아니다'라고 요며칠 그런 것 같다. 사모스에서 묵으면서 남은 거리가 애매하게 많이 남은 모양이다. 어제도 거의 27km나 걸었는데 남은 이틀동안 그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한다. 이젠 웬만큼 긴 거리를 걷는데는 이골이 났음에도 편치않다. 계획대로 되면 여행이 아니라는 무라키미 하루키를 기억하며 33일차 일정을 시작한다. 요플레, 바나나를 아침으로 먹고 오전 6시 출발을 했다. 잠시 헤드랜턴에 의지. 모처럼 맑은 새벽, 안개가 자욱하니 멋지다. 소나무와 고사리가 길옆에 자리한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와서는 낯선 외국이 아닌 마치 한국같은 친숙한 풍경이다. 어제오늘은 다른 종류의 나무 유칼립투스 나무도 만났다..
2018년 6월 12일, 종일 흐리고 비 다른날과 같이 오전6시에 출발을 했다. 어둠이 미쳐 밀려나지 않아 랜턴을 켜고 길을 나섰다.마을도 지나온 다른 마을들처럼 가축 분뇨냄새가 독하게 진동한다. 마을마다 이런 냄새와 길바닥에 가축똥들도 엄청나다. 이곳 사람들의 위생개념이 이해가 안된다. 질색하는 우리하고는 다른 관점인가 싶기도 하다.처음 만나는 bar가 오픈전이라 2km를 더 걸어갔다. 쵸코라떼를 큰 잔에 주길래 나도 초코라떼를 주문하여 쵸코가루는 넣지않고 우유만 케잌조각이란 먹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니 속이 편하다.사리아를 지나면 점점 길엔 순례자들이 많다. 100km의 짧은 여정을 걷기위한 순례자들과 학생들이 마치 걷기행사를 하는 것처럼 우루루 몰려간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산티아고순례길 표정..
2018년 6월 11일 어젯밤에는 통 잠을 못잤다. 자는 둥, 마는 둥...가끔 잠을 설치는 날이 있는데 어제밤이 그런 날 중 하나인듯. 걷기 시작한지 31일차이다. 그동안 살이 빠지긴 빠졌나보다 바지가 헐렁해졌다. ㅎㅎ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모처럼 맑음이다. 그러나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 조금 늦게 출발을 하자했으나 다들 꼭두새벽부터 준비를 한다. 이제 일찍 일어나는게 익숙해졌는지 오래 누워있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도 6시 출발을 하였다. 어두운 길을 나섰다. 이곳에 100km로 비석이 서있다. 이제 남은 날도 나흘... 길은 계속 숲길이다. 가끔 만나는 마을은 빈집 일색인 작은 시골마을이다. 앞서가던 단장님이 문득 어느집 앞에서 서성인다. 컵라면을 파는 집이라는데 아직 오픈전이다. 단..
2018년 6월 10일일요일, 맑다가 비옴 요플레, 바나나, 삶은 계란을 먹고 오전 6시10분 출발을 했다. 산티아고길에서는 대부분 5-6시에 기상을 하고 7시전에 출발을 한다. 일찍 나서야 한낮의 뜨거운 해가 절정에 닿기전에 숙소에 도착을 할 수 있다. 아직 어두운 길을 나서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왔는지 길이 온통 진흙길이다. 사축들 분뇨냄새도 장난아니다. 작은 집 몇 채있는 마을과 숲길을 계속 걸었다. 마땅한 바도 없다. 오늘은 긴거리를 걷는 날이라 마음이 바쁘긴하나 사실 배낭 때문에 아픈 어깨(배드버그물린 자리가 하필 배낭에 눌러서)도 추스리고 다리도 쉴겸, 한시간반 정도 걷고 5분정도 쉬자고 건의를 하였다. 그러다 두시간 정도를 걷다가 단장님이 갑자기 쉬자고 한 나땜에 스트레..
2018년 6월 9일 토요일, 맑음 기온 11도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매일이 똑같은 일정으로 흘러 가는 것 같아도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마음조차 같은 날이 없다.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며 또 비가 잦다. 생장을 출발하며 피레네를 넘을 때 우박과 비바람에 산티아고순례길 첫 일정 신고식을 톡톡히 했더랬다. 그후로도 비옷을 입을 일이 참 많았다. 그러다보니 맑은 평원과 푸른 하늘이 특별히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한게다. " 나는 쏟아지는 물(비)을 온 몸으로 느끼며 하늘을 향해 똑바로 얼굴을 들었다. 내가 지나온 가문 들판들을 떠올렸다. 이 밤 그곳엔 물이 풍족하게 넘쳐날 터였다. 이 밤 하늘의 기운을 담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물을 흠뻑 마시며 기뻐할 레외의 바위들과 나바라의 밀밭, 카스티아의 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