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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산타이레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4km/산티아고순례길 34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산타이레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4km/산티아고순례길 34일차

다보등 2021. 1. 27. 22:13

2018년 6월 14일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에는 날마다 그날만의 괴로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 맞어, 그런 것 같다. 이 성스러운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으면서도 그랬다. 길위의 행복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론 괴로움도 함께 따라 다녔다. 괴로움의 실체는 내 마음과의 싸움인 듯 하다. 이런저런 괴로움없이 이 길을 걷는다는건 말도 안된다는 억지를 부려본다. 

괴로움도 함께 행복도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산티아고순레길, 내 기억속에 다시 없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길임에 틀림이 없다. 내 삶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된다.

까르페 디엠!

 

새벽 6시도 되기전 어둠을 뚫고 길을 나섰다. 어둠속에 우거진 숲길에 해드랜턴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이러저리 흔들린다. 언제나처럼 바에서 카페 콘 레체와 배낭속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한달 이상을 거의 매일 마시던 카페 콘 레체...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카페 콘 레체(coffe with milk)를 그리워했더랬다.

오늘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입성하는 날이다. 끝이 끝인 건가? 시작을 위한 끝인 건가?

며칠만에 주용진을 만났다. 우리보다 한 마을 전에서 자고 일찍 길을 나섰단다. 내일 땅끝 피니스테레로 계속 걸어갈 것이라 한다. 그는 10년 가까이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이제 주방에서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을 것이라 한다. 10년씩이나 하던 일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꺼라 고민을 하던 차에 산티아고로 왔단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단다. 잘되길 응원한다. 아직은 젊은 청춘이니까.

한 달이 넘게 걸어온 순례자들은 산티아고에 좀 더 우아한 모습으로 도착하기 위해 산티아고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숲이 우거진 마을에 시내가 흐르는데, 프랑스에서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은 모두 이곳에서 사도 야고보를 만나기 위해 옷을 벗고 손발과 더러워진 몸을 씻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올라!!!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드디어 34일만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앞에 도착을 하였다!!

세상 촌놈처럼 사방 두리번 거리며 도시에 들어왔나 싶었는데 감동을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그냥 성당앞이다. 소설이나 영화같은 그런 극적인 일은 없었다. 그저 그토록 열심히 걸었던(하루에 3-4만보는 거뜬히)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앞에 서 있다는 그 사실만이 사실이었다. 왜 이렇게 덤덤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성당은 보수 중으로 어수선하다. 바닥에 앉아 한참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유럽인들의 감정 표현이 우리와는 다름을 확실히 알겠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 얼싸안고 떠들썩하다. 어떤이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맹숭한 낯선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한 달을 넘게 걸어온 순례자가 맞나 싶을 지경이다.

덤덤한 마음이 낯설게 느껴지는 현기증나는 시간이었다.

 

Monte do Gozo 기념탑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 시가지가 보이는 풍경

 

드디어 목적지가 가까워진듯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나는 마침내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에 대성당 앞에 서있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종교도시.

예수의 열두 제자중의 한 사람인 산티아고(성 야고보)가 순교하여 유해의 행방이 묘연하던 중, 별빛이 나타나 숲속의 동굴로 이끌어 가보니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그곳을 "별의 들판"이란 뜻으로 캄푸스텔라(Campus Stellae)라고 불렀다고. 이와 같은 유래로 이곳의 지명이 정해지고 산티아고의 무덤 위에 대성당이 건축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 교황 레오 3세가 이곳을 성지로 지정함에 따라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로 번영하였다.

 

 

감격...의 기분을 끌어낼 짬도 없이 일단 자리를 떠야했다.

큰도시에 숙소도 많지만 그만큼 이용객도 많으니 알베르게 잡는 일이 장난아니라 한다. 그러니 알베르게부터 잡아 놓고 다시 대성당으로 돌아오기로 하였다.

돌아와서 순례자사무실에서 완주증도 발급받아야 하는 일도 하여야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서둘러 대성당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