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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로스-벤다스 데 나론 23km/산티아고순례길 31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페레이로스-벤다스 데 나론 23km/산티아고순례길 31일차

다보등 2021. 1. 13. 16:56

2018년 6월 11일

어젯밤에는 통 잠을 못잤다. 자는 둥, 마는 둥...가끔 잠을 설치는 날이 있는데 어제밤이 그런 날 중 하나인듯.

걷기 시작한지 31일차이다. 그동안 살이 빠지긴 빠졌나보다 바지가 헐렁해졌다. ㅎㅎ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모처럼 맑음이다. 그러나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 조금 늦게 출발을 하자했으나 다들 꼭두새벽부터 준비를 한다. 이제 일찍 일어나는게 익숙해졌는지 오래 누워있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도 6시 출발을 하였다.

어두운 길을 나섰다. 이곳에 100km로 비석이 서있다. 이제 남은 날도 나흘...

길은 계속 숲길이다. 가끔 만나는 마을은 빈집 일색인 작은 시골마을이다.

앞서가던 단장님이 문득 어느집 앞에서 서성인다. 컵라면을 파는 집이라는데 아직 오픈전이다. 단장님은 산티아고길이 이번으로 다섯 번 째이다보니 이런저런 소소한 경험치가 많다. 본인의 익숙한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는 자신만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나 어떤 땐 좀 달랐으면 싶을 때도 있다. 예로 앞서간 순례자중 누군가가 어디 알베르게가 좋다는(우리 모두 은근 기대하였으나)문자가 와도 본인이 정한 결정에서 벗어나는 걸 극히 싫어한다.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포르토마린마을에서도 계단을 올라 마을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눈길도 주지않고 지나쳐 가 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포기하여야 해서 아쉽고 섭섭하였다. 단장님도 초행길엔 아마도 그리 바쁘게 지나치진 않았을 것이다. 많은 경험치가 장점이 될 수도 있으나 단점일 수도 있다. 단장님은 너무 익숙한 길이다보니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빨리 다음 마을의 알베르게 도착이 목적인 듯이 보일 때가 많다. 어쩌다보니 살짝 옆길로 빠져 단장님 험담을 했다.

암튼 컵라면(어제 사리아에서 사 둔 라면이 있어 그다지 간절하진 않았으나)을 판다는 가게가 오픈전이었으나 우리가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지 이층 창에 불이 켜졌다. 덕분에 우리는 이른 아침 7시에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고, 쥔장은 그 새벽에 8개나 팔았으니 수지 맞은 셈이다. 라면을 먹고 있는 동안 어디서 구입했는지 조영남 노래를 틀어준다. 삽교를 배경으로 한 노래와 선구자, 보리밭이 흘러 나온다. 한국노래를 틀어주는 쥔장의 센스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줬다.

 

포르토마린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커피라도 마시고 갔으면 하였으나 마을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일행들도 살짝 섭섭한 표정들이었다. 포르토마린을 지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사리아에서부터 걷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앞뒤로 길게 줄지어 걷는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100km를 걸으며 마을마다에 있는 작은 교회, 알베르게, 식당 등에서 스템프를 찍어 100km 완주증을 받게 된다. 학생들도 단체로 와서 걷는다. 

왁자하니 순례길이 떠들썩하다.

그러나 몇시간을 걸어도 변변한 마을도 없고 Bar도 없다. 늦은 시간 하나밖에 없는 카페가 나타났다. 마당이며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화장실에 길게 선 줄을 보니 마치 우리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화장실은 달랑 하나이니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12시가 넘어가며 하늘이 심상치 않다했더니 또 비가 내린다. 다행인건 많이 오는 비는 아니어서 비옷보다는 우산을 썼다. 그렇게 한시간을 더 걸어 오늘 묵을 벤다스 데 나론마을에 오후 1시쯤 도착을 했다. 많이 지친다.

변변한 식사를 하지 않아 배도 고프다.

오늘 묵을 사설알베르게는 식당을 겸하고 있지만 따로 주방이 없다. 두끼 식사는 식당에서 해결을 하여야 한다.

 

어제 페레이로스마을에 도착하여 찍은 100km 표지석

 

100km를 넘기고 두자리 수로 내려갔다. 99km지점!!!

 

순례길을 걷다가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이런 흔적들이 가끔, 혹은 자주있다

 

곡식저장고

 

 

오전 7시에 컵라면을 먹었다.

자고있던 쥔장은 우리들이 깨워 그 아침에 컵라면 8개를 팔았다. 그 아저씨는 완전 운수좋은 날~~

 

오래된 길이 있고, 최근에 다시 생긴 길도 있다. 살짝 우회하는 길인듯 싶다. 그래서 이왕이면 예전 길로 가기로

너무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던 길

 

강폭이 넓은 맞은 편에 아름다운 마을이 뽀르또마린이다

아스팔트 포장 길을 따라 긴 다리를 건너면 뽀르또마린 입구에 도착을 한다.

뽀르또마린은 1960년 댐의 건설로 수몰되어 언덕 위에 재건된 마을이다. 이 마을은 중세에도 순례자의 통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이 계단을 올라가야 포르토마린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발이 아픈 순례자는 슬리퍼를 신고 배낭에 등산화를 매달고 걷는다. 흔한 풍경중 하나...

 

갈리시아주에 들어와서는 1일 1식 시래기국인듯 싶다.

스테이크가 너무 얇아서(뭐지?)...실망한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