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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폰프리아-사모스 18km/산티아고순례길 29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폰프리아-사모스 18km/산티아고순례길 29일차

다보등 2021. 1. 7. 20:10

2018년 6월 9일 토요일, 맑음 기온 11도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매일이 똑같은 일정으로 흘러 가는 것 같아도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마음조차 같은 날이 없다.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며 또 비가 잦다. 생장을 출발하며 피레네를 넘을 때 우박과 비바람에 산티아고순례길 첫 일정 신고식을 톡톡히 했더랬다. 그후로도 비옷을 입을 일이 참 많았다. 그러다보니 맑은 평원과 푸른 하늘이 특별히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한게다.

 

" 나는 쏟아지는 물(비)을 온 몸으로 느끼며 하늘을 향해 똑바로 얼굴을 들었다. 내가 지나온 가문 들판들을 떠올렸다. 이 밤 그곳엔 물이 풍족하게 넘쳐날 터였다. 이 밤 하늘의 기운을 담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물을 흠뻑 마시며 기뻐할 레외의 바위들과 나바라의 밀밭, 카스티아의 메마른 땅과 리오하의 포도밭을 생각했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중

 

계산해 보니 하루 걷는 거리는 평균 24km로 정도다. 이제 보통 37,000보 정도는 거뜬하게 걷는다. 어떤 날은 4만보가 넘을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희소식도 있으니, 집 떠나올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매일 한달가량을 이래 걷는데 살이 안 빠지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어쩌다 보니 요즘은 하루 만보걷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가 시작할 초반엔 그래도 많이 걷기도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점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걷는 날이 줄어든다. 마음 아픈 2020년)

 

오늘은 주로 내리막 길로 18km정도라니 굉장히 짧은 거리이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심하다. 일기예보상으론 맑음이다만..그랬으면 좋겠다.

바람불고 추운 아침이다.

부지런히 걸어 몸에 열을 내본다. 춥긴 하지만 모처럼 날씨가 맑아 시야가 탁트인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어 좋다.

다만 흠이라면 가축오물(소똥?)이 진흙과 범벅인 길을 밟으며 걸어야 한다. 어제 비까지 내렸으니 더욱 진상인 길을 이리저리 최대한 피하며 걸어도 신통치 않다. 그와중에 코를 찌르는 냄새는 덤이다.

 

처음 만나는 bar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주문했는데 시래기국이 곁들여 나와서 환호성을 질렀다.ㅋㅋ

쥔장은 뜻밖에 '맛있게 드세요'라고 한국말로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마 한국인 누군가에게 배웠나보다.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산실 가는 길과 사모스 가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거리가 훨씬 먼 사모스로 향했다. 사리아(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100km기점 마을)를 기준으로 사모스방향으로 가면 사리아까지 7키로를 더 걸어야 하므로 산실방향으로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먼 길을 돌아 사모스가는 이유는, 길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숲이 볼만하단다. 또 사모스에는 오래된 수도원(알베르게 운영)이 있어 들를만 하다한다.

7키로나 더 먼길을 선택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사모스 가는 길은 듣던대로 거목들이 오솔길 양쪽으로 멋지게 길을 만들어 주어 신비한 느낌까지 든다.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같다.

눈길을 끄는 건, 갈리시아주로 들어오며 표지석에 소수점이하 거리까지를 알려주며 그동안의 지나온 길과 비교하면 표지석 간격이 촘촘하게 서있다.

낮 12시에 사모스 수도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니 마침 우리를 환영하듯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럽을 통틀어 가장 오래되고 스페인에서 가장 넓은 부지를 가진 수도원이 있는 사모스이다.

그러나 수도원 알베르게가 아닌 사설 알베르게에 들었다.  순례길 내내 계속 동키(다음 목적지 알베르게까지 짐을 옮겨주는)를 이용하는 일행이 있어 무니시팔 알베르게를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면 동키서비스는 무니시팔알베르게에서는 받아 주지 않으므로 사설알베르게로 배달해야 한다. 이런 사실도 말해주지 않아 처음엔 몰랐다.) 소소하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이런 것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갈리시아지방에서부터는 사설만 이용하여야 했으므로 알베르게 비용도 곱절을 내야했다. 사설이라고 특별히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점심은 샐러드가 맘에 들었던 순례자메뉴(10유로).

저녁에는 가게에서 식재료를 사서 간단하지만 한끼 든든한 토마토계란볶음과 샐러드로 해결~^^

 

사방 천지 고사리가 끝도 없었다. 통통하기까지한.

 

 

커피를 주문했는데, 갈리시아 슾인 시래기국과 밥이 곁들여 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환호성이 나왔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면서. 순례자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줄 따뜻한 인심을 느꼈다.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 오레오

 

사모스와 산실 방향으로 갈라지는 표지석, 우리는 왼쪽 사모스방향으로.

갈리시아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를 간직한 사모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로 인해 갈리시아 지방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

 

산 훌리안과 산따 바실리사 왕립 수도원

사모스수도원이라도고 불리는 이 수도원의 기원은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 남아 있는 수도원 건물은 대개 16,18세기에 건축되었다.

 

샐러드, 메인, 후식까지 더할 나위없이 흡족했던 점심식사 ^^*

독일에서 온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여성이랑 언제부턴가 며칠건너 만날때마다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포옹까지 하는 사이가 됐더랬다. 산티아고길에선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된다.

사모스에서 우연하게 다시 만난 알렉산드리아는 수도원 알베르게에서 머물었다. 아쉽게도 사모스이후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 종착지에서 서로 축하 메세지를 남기자고 했었으나.

 

직접한 토마토계란볶음,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