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멜리데-산타이레네 31km/산티아고순례길 33일차 본문
2018년 6월 13일, 맑음
무라키미 하루키는 그랬다. '여행은 계획대로 다 되면 그건 이미 여행이 아니다'라고
요며칠 그런 것 같다. 사모스에서 묵으면서 남은 거리가 애매하게 많이 남은 모양이다. 어제도 거의 27km나 걸었는데 남은 이틀동안 그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한다. 이젠 웬만큼 긴 거리를 걷는데는 이골이 났음에도 편치않다. 계획대로 되면 여행이 아니라는 무라키미 하루키를 기억하며 33일차 일정을 시작한다.
요플레, 바나나를 아침으로 먹고 오전 6시 출발을 했다.
잠시 헤드랜턴에 의지.
모처럼 맑은 새벽, 안개가 자욱하니 멋지다.
소나무와 고사리가 길옆에 자리한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와서는 낯선 외국이 아닌 마치 한국같은 친숙한 풍경이다.
어제오늘은 다른 종류의 나무 유칼립투스 나무도 만났다. 유칼립투스 숲길에 들어서니 허브향이 코를 찌른다. 이 나무의 특유한 향인 모양이다.
한 두군데 카페를 지나(갈리시안슾을 팔지 않아서) 만난 카페에서 카페콘레체를 주문하여 배낭속에서 빵을 꺼내 같이 먹었다. 사실 어제 밥을 해서 배낭에 넣고 걷다가 카페를 만나면 갈리시안슾과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슾을 파는 곳이 없어 차질이 생겼다.ㅋㅋ
갈리시안슾은 포기하고 도착지에서 점심으로 먹기로 하였고, 또 한 번의 카페에서 쉬고 산타이레네까지 계속 걸었다. 그동안 흐린 하늘과 비속을 걷다가 모처럼 해가 쨍쨍한 날씨이다. 다행히 오늘 걷는 길은 숲길이라 햇볕도 피하고 시원하다.
오후 1시50분에 오늘의 목적지인(?) 알베르게(10유로)에 들어 선다. 도로 바로 옆이라 자동차소리에 시끄럽지 않을까 싶다. 샤워장이 하나뿐이라 엄청 불편하였다. 식당을 겸하고 있는 알베르게는 점심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정신이 없다.
나는 며칠동안 먹은 갈리시안슾이 질려서 후라이 & 베이컨(3유로)을 주문하여 배낭속에 있던 밥이랑 먹었다. 그런데 후라이도 베이컨도 바싹 태워서 맛이 없다.
오늘 묵을 마을인 산따 이레네는 까미노 데 산띠아고에서 바다의 산들바람 냄새를 처음으로 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바다내음이라 하니 대서양이 가까워졌구나 싶다.
대서양이 가깝다는건?
맙소사! 내일이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입성이다!!
언제 다 걷나 싶었는데 벌써 하루전날이라니...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
많은 순례자들에 들러싸인 이동식 기념품가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작은 동전지갑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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