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벤다스-멜리데 26.5km/산티아고순례길 32일차 본문
2018년 6월 12일, 종일 흐리고 비
다른날과 같이 오전6시에 출발을 했다. 어둠이 미쳐 밀려나지 않아 랜턴을 켜고 길을 나섰다.마을도 지나온 다른 마을들처럼 가축 분뇨냄새가 독하게 진동한다. 마을마다 이런 냄새와 길바닥에 가축똥들도 엄청나다. 이곳 사람들의 위생개념이 이해가 안된다. 질색하는 우리하고는 다른 관점인가 싶기도 하다.처음 만나는 bar가 오픈전이라 2km를 더 걸어갔다. 쵸코라떼를 큰 잔에 주길래 나도 초코라떼를 주문하여 쵸코가루는 넣지않고 우유만 케잌조각이란 먹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니 속이 편하다.사리아를 지나면 점점 길엔 순례자들이 많다. 100km의 짧은 여정을 걷기위한 순례자들과 학생들이 마치 걷기행사를 하는 것처럼 우루루 몰려간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산티아고순례길 표정이다. 호젓한 순례길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일정이 꼬이면서 남은 거리가 길어졌다. 오늘도 26km를 넘게 걸어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내을은 30km를 넘게 걸어야 한다. 마지막 날까지 좀 먼 거리를 바삐 걸어야 한다하니 벌써부터 부담이 된다. 순례길 시작즈음부터 앞서거니뒷서거니 걷던 한국인들은 요며칠 보이질 않는다. 사모스로 가지않고 산실코스로 해서 사리아로 곧장 갔다면 우리보다 하루이틀 앞섰을 것이다. 얼굴을 익혔던 외국인 순례자들도 통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사설 알베르게를 이용하는 탓도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사설보다는 공용알베르게를 이용하니까. 숙소에서 다시 만나는 확률도 줄어들었다. 문득 섭섭하고 아쉽기까지 하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가면 만날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다시 작은 마을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른 아침에 커피 대신 우유를 마셨더랬는데, 뭐니뭐니해도 오전엔 커피가 진리다.
오늘의 목적지인 멜리데는 큰 도시이다. 특히 문어요리로 이름난 곳이다. 마침 일행중 한 분의 손자가 태어났다는 낭보에 기분좋게 문어요리 뽈뽀를 쏘셨다. 우리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했다.
내가 아는 문어요리는 '질기다'이건만 멜리데의 문어요리는 아주 부드럽다. 어떻게 요리하는 건지 궁금하다. 올리브오일에 삶은건지 볶은건지 알 수 없는 문어요리는 의외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 오일에 빵을 적셔 먹었다. 느끼하지 않고 맛나다. 빵은 리필 가능하다. 새로 태어난 손자를 위해 축배!!
뽈뽀요리와 리필 가능한 빵으로 배를 채우고 도로공사로 어수선한 거리를 지나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오늘 묵을 사설알베르게(10유로)는 깨끗하다. 8인실에 욕실이 하나라 좀 불편하긴 하지만.
주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그저께 사리아에서 산 라면을 오늘에사 끓여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순례길도 이제 이틀 남았다. 지나온 길들이 정녕 꿈인가 싶다.
지금 이순간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내 삶에 감사한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아무것도 잡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인생은 단 한 번, 순간이기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 까르페 디엠(Carpe diem)!
빨라스 데 레이는 왕의 궁전이라는 의미를 가진 도시로 많은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
갈리시아 특유의 곡식 저장창고인 오레오, 통풍도 잘되고 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든 저장고
컵 대신 사발(?)에 맥주를~~^^
'해외 트레킹 > 산티아고순례길 800k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타이레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4km/산티아고순례길 34일차 (0) | 2021.01.27 |
---|---|
멜리데-산타이레네 31km/산티아고순례길 33일차 (0) | 2021.01.21 |
페레이로스-벤다스 데 나론 23km/산티아고순례길 31일차 (0) | 2021.01.13 |
사모스-페레리로스 28km/산티아고순례길 30일차 (0) | 2021.01.09 |
폰프리아-사모스 18km/산티아고순례길 29일차 (0) | 2021.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