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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뉴질랜드 밀포드트레킹

서던 알프스의 최고봉, 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레킹

다보등 2016. 5. 26. 06:30

서던 알프스의 최고봉, 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레킹

 

 

 

 

 

 

숙소 베란다 문을 여니 검은 구름과 물기 머금은 바람이 훅 달려든다. 오늘 트레킹을 해야 하는 날만 아니라면 참 낭만적인 아침일 뻔하였다.

왜냐면 물기 머금은 청량한 아침 공기를 좋아 하지말입니다.ㅎㅎ

그러나 오늘은 하늘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엔 날씨가 좋지 않았던 뉴질랜드 ㅠ

 

 

@ 출발지에 서니 바람이 어찌나 센지 간신히 자세잡고...인증샷!

 

 

마운트 쿡은 트레킹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키 포인트와 후커밸리 트랙이다. 그 중 우리가 걸을 곳은 후커밸리 코스이다. 후커밸리는 왕복 13km로 거의 평지에 가까운 편한 길이다. 마운트 쿡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유명하다고. 평지코스인지라 그늘이 없는 길을 걸어야 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 날은 햇볕은 고사하고 강한 비바람으로 걷기가 쉽지 않았던 날이었다.

 

 

 

 

 

 

마운트 쿡 등반도중 사고로 사망한 알파인을 추모하기 위한 메모리얼탑이 얕트막한 언덕위에 세워져 있다.

 

 

비도 비지만 바람이 어찌나 센지 서있기도 걷기도 힘들었다. 빙하계곡의 세찬 바람의 진수를 온 몸으로 겪어야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한없이 깔깔대고 시끄럽게 떠들었다.ㅋㅋㅋ

 

 

 

저런 다리를 3개를 건너야 목적지인 후커 호수에 갈 수가 있단다. 억세게도 강한 비바람을 뚫고 갈 일이 까마득하다.

다리 아래로 후커호에서 흘러 온 빙하수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두번째 다리를 건넌다.

다리 중간쯤에선 세찬 바람으로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다리 난간을 붙들고 씨름을 하다 냅다 뛰었다. 다리위에 서있는 것보다 에라 모르겠다 뛰는게 쉬울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찌나 재밌고 우스운지 그냥 깔깔거렸다.

 

 

 

 

왼쪽으로 빙하호인 뮬러 호수가 회색빛 탁한 물빛을 보여주고 있다.

 

 

 

 

문득 뒤편으로 무지개가 떴다.

세찬 바람으로 허리를 숙이고 앞만 보고 걷다가 무지개 하나로 인해 그 어떤 악천후도 아름답게 변할 것 같은 행복한 기운이 넘쳤다.

일곱빛깔 무지개...

 

 

 

 

 

 

심지어 쌍무지개로 변했다.

험한 날씨를 보상해 주는 것 같았다. 선명한 무지개는 바로 눈앞이라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다. 무지개가 바닥에 닫아 있는 부분을 이렇게 선명하게 바로 앞에서 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조금만 뛰어가면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짧은 거리이다.

 

 

무지개/윌리엄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보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세번째 다리를 앞에 두고  돌아 서기로 하였다. 도저히 세찬 바람속을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 비바람속에 가봐야 조망은 꽝이겠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돌아섰다. 후커호에선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과 후커빙하를 볼 수 있고 특히 뉴질랜드 서던알프스의 최고봉인 마운트 쿡(3,754m)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한다. 하지만 이 날씨에는...그냥 돌아 서서 하산을 하였다. 나중에 들으니 후커호까지 갔다 온 일행들의 말에 의하면 도중에 내려간것이나 후커호까지 간 것이나 상황은 같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살짝 있긴 하였으나 뭐~ㅋ

 

 

 

 

돌아 서서 내려 오는 길에 무지개가 동무해 주었다. 무지개는 걸어 내려 오는 내내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어 주었다. 세찬 바람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한편으로 해가 슬쩍 비춰주어 무지개를 선물하였으니 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레킹은 강한 바람과 무지개의 장소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다시 알파인 메모리얼 탑이 보이고...

 

 

 

 

처음 출발 하였던 곳으로 돌아왔다. 빙하 계곡을 벗어난 평지에 내려오니 그 세찬 바람이 잠잠해졌다. 비록 마운트 쿡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빙하로 덮인 마운트 쿡의 사나운 모습은 본 것 같다. 마운트 쿡은 18세기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마오리족들은 구름을 뚫는 산이라는 뜻의 '아오라키'라고 부른단다. 인류 최초 에베레스트 정복자 헤드먼트 힐러리 경이 등반 기술을 닦은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푸카키 호수

 

 

 

 

 

흔히 뉴질랜드는 따뜻한 나라, 전원과 녹색 풍광이 힐링을 주는 나라로 인식이 되지만, 모험과 스릴, 극지풍의 빙하를 즐길 수 있는 반전이 가득한 매력적인 나라이다. 비롯 날씨가 사나워 멋진 풍광을 볼 수는 없었지만 조금도 아쉽거나 하지 않으니 이 또한 뉴질랜드의 매력이려니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