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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트레킹 5일차/에디프 카벨 메도우 트레일(11km, 4시간) 본문

해외 트레킹/캐나다 로키트레킹

로키 트레킹 5일차/에디프 카벨 메도우 트레일(11km, 4시간)

다보등 2015. 10. 5. 06:15

로키 트레킹 5일차/ 에디프 카벨 메도우 트레일(11km, 4시간)

 

 

 

 

 

 

9월1일 제스퍼로 이동을 한지 이틀. 오늘은 제스퍼의 자랑 마운트 미첼의 아름다운 산행로 Edith Cavel Meadows를 오르는 날이다. 인디언들이 밤낮으로 하얗게 빛난다고 부르던 "하얀 유령", 천사가 마치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를 가진 엔젤 빙하, 눈과 얼음이 세상을 풍경화로 만드는 곳. 한여름에 경험하는 포근한 폭설도 운좋으면 맞아 볼 수 있다고 한다.(그런데 '운좋으면 폭설도 맞아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실제 우리는 폭설을 경험하였다~~운수좋은날??ㅎㅎ)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잠시 제스퍼다운타운엘 들렀다 가기로 한다. 어제 내린 눈탓인지 마주 보이는 산이 흰모자를 썼다. 박대장은 물과 가스를 구입하고 또 우리들의 간식으로 감자칩을 커다란 봉지로 서너봉지를 사왔다. 저걸 누가 먹나 했지만 너도나도 손이 가요 손이가...스낵의 치명적인 중독성으로 나중엔 빈 봉지만 남았더랬다. 트레일로 이동하는 중에 간간히 비가 내린다. 로키에 와서 며칠째 눈 또는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는것 같다. 아무래도 로키의 9월은 우기인 모양이다.

 

 

 

 

 

제스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정평이 나있는 에디프 카벨 트레일은 겨우 수백미터의 등정을 통해 빙하를 곁에서 접할 수 있는 세상 몇 안되는 명소이기도 하지만 이 산의 이름을 명명하면서 역사속의 한 여성이 꽃처럼 아름답게 저물어 간 사연을 기리고 있기에 더욱 유명세를 타는지도 모른다. 영국 간호사 신분으로 첩자역을 자처했는데 2차 세계대전 치열한 전장에서 인권이 유린된 영국군 포로 200여명을 독일군영으로부터 탈출시키는 빼어난 활약을 해냈던 것이다. 결국은 신분이 발각되어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정의 꽃다운 청춘이 총살형을 당함으로써 산화한 그 간호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이 산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에디프 카벨이라 명명하였단다.

 

 

 

 

 

 

 

 

 

 

트레일의 시작되는 첫 전망대에 서니 녹아서 다리가 잘려버린 엔절빙하와 그 위에 우뚝 솟은 카벨 산의 모습이 흐릿한 날씨탓에 조금은 아쉬운 모습으로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엔 에디프의 숙연한 삶이 그려져 있고 또 사라져 가는 빙하의 역사를 사진으로 전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경험하며 그 조차도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 아파했던 적이 있다. 32km의 거대한 빙하가 매년 2미터씩 자라나 끝에 이르는데 5백년의 세월이 흐른단다. 그러나 무너져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다. 참으로 찰나의 생이 덧없음이다. 로키에서 만나는 빙하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자꾸만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 50년 정도 후면 캐나다 로키에서 더 이상의 빙하를 볼 수 없다는 연구보고에 가슴 저아래가 저릿해진다. 무심코 버리는 배기가스, 생각없이 태워버리는 화학 쓰레기들, 마구 써버리는 각종 유해물들...나부터도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자연을 더 젊게 유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이리저리 지나가는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사태가 일어났다. 빙하가 떨어져 나가면서 산마져 훑어 내리니 한 사면이 무너져 내린것이다.  이것보다 더 극적인 타이밍이 또 있을까? 바로 눈앞에서 거대한 산사태를 본 것이다. 빙하들은 갈갈이 찢어져 호수에 낙하하고 자욱한 흙먼지가 높이 솟아 올랐다. 순식간의 일이다...이걸 행운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만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을 하였다. 그래 우리는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긴 하다. 쉽지 않은 산사태를 목격하고 또...오후엔 주먹만한 눈을 맞으며 트레일을 즐겼으니 말이다~~♬

 

 

 

 

먼지를 배경으로 다시 한번 사진으로 남기고...

 

 

 

본격적인 트레일을 시작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주변엔 넓게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그리고 로키트레킹 내내 느낀 것이지만 우리는 비옷으로 무장을 하였건만 서양인들은 그냥 비를 맞고 걷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등산스틱을 사용하는 서양인들도 보기 어렵고 아웃도어로 무장한 모습도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흡사 히말라야 등정팀처럼 완전 무장을 하였다. 우리나라에 아웃도어 시장이 큰 이유를 알겠다.

 

 

 

 

 

 

 

 

 

 

 

다행인건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드문드문 파른하늘도 슬쩍슬쩍 보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엔젤빙하 뒤로 펼쳐지는 카벨산 정상의 카벨빙하는 곧 쏟아져 내릴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 수만년의 기억을 간직한 빙하의 세계...인간의 시간으로는 짐작조차 안되는 그 세월을 가늠해 본다.

 

 

 

 

 

 

 

 

 

 

 

엔젤빙하가 발아래로 보이고 카벨산이 내려다 보고 있는 곳...이 세상에 둘도 없는 최상의 가든에서 가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주변의 눈을 한가득 퍼담아 라면을 끓여 정상주를 곁들이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상의 식탁이 차려졌다. 역시 눈을 녹여 끓인 커피까지 한모금 마시고 나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을 한다. 서둘러 주변 정리를 하고 다시 정상을 향하여  움직이기로 한다.

 

 

 

 

 

 

 

 

 

 

 

 

 

 

 

 

눈속에 뇌조 한쌍이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기상이변으로 일찍 찾아 온 눈...8월의 여름날 설국으로 변한 환경에 뇌조들도 어리둥절하지 않을까 싶다. 먹이 찾는 일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구비구비 이어지는 눈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는 길, 눈은 점점 굵어지고 바람 또한 세차다. 빙원에서 발원하여 해발 2,3천의 빙하 녹은 호수 물을 건너 불어 오는 바람에서 태고의 향기와 숨결이 전해진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으며 축복처럼 그침없이 내리는 로키의 설원에서 감사와 행복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저미도록 밀려 온다. 아...참 좋다!!

오늘은 운수좋은날~~여름에 우리는 한편의 겨울영화를 찍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샹송을 합창하기도 하며 급기야 동요까지 불러 제꼈다. 그렇게 로키에서의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Athabasca Falls에 들러 폭포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원에서 출발한 물은 거침없는 폭포를 만들고 오랜 세월동안 물길이 만들어 놓은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도 볼거리였다.

 

 

 

 

숙로로 돌아와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한 잔의 술을 곁들이기도 하였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나무들을 끌어다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고 불을 지피고 아이들처럼 즐거웠다. 논속에 산행을 하며 노래하던 여파가 밤까지 이어진것일까? 자연스레 그리고 편하게 동현언니의 리코더연주를 들으며 합창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점점 더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