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제2코스 호국돈대길/강화나들길 본문
아름다운 풍경과 이야기가 있는 걷기여행길
강화나들길을 걸어 보기로 계획을 잡고나니 강화도를 틈만 나면 드나들게 생겼다. 사실 이런 일들을 은근 즐기는 중이다. 하여 3월 둘째 토요일인 오늘은 강화나들길 20코스 중에 햇볕이 뜨거워지면 걷기 어려울 것 같은 제2코스 호국돈대길을 걷기로 하였다. 강화나들길 2코스는 17km에 달하는 거리로 대부분 그늘없는 해안가를 걷는 코스이므로 요즘 걷기가 최적일 것 같아 택하였다.
아차!! 미세먼지가 극성인 날임에도 미쳐 생각지도 못하고 집을 나선 탓으로 어쩌나 망설임도 잠시 그냥 걷기로 하였다. NF94 마스크의 위력을 믿기로 하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코로나19 보다는 그나마 미세먼지가 심적으로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집에서부터 수월하게 도착한 강화전쟁기념관, 갑곶돈대 앞 너른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이 곳은 1코스 종점이자 2코스 시작점인 곳으로 지난 번 1코스를 걷고 도착도장을 찍었던 터라 익숙한 장소? 제2코스 호국돈대길 출발인증 도장을 찍고 오전 9시50분 걷기 시작을 하였다.
강화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 여행포인트 : 외세와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보. 진. 돈대 등은 멀리는 고려시대 대몽항쟁에서부터 조선시대 개화기의 병인양요. 신미양요와 일제와의 운여호사건 등을 겪으며 다져진 민족의 자긍심과 국난극복의 의지가 서린 강화도의 전적지를 살펴보는 길이다. 강화섬이 안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 보고 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한 길이다.
☞ 갑곶돈대- 용진진- 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송보-덕진진-초지진(17km, 소요시간 5시간50분)
강화나들길 참고 자료상으로는 5시간이 넘는 거리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남편과 나의 걸음으로 4시간 10분정도 소요되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숲으로 들어간다. 포장된 길보다는 흙길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내내 차량들 소음으로 귀가 시끌거리더니 숲으로 들어오니 갑자기 조용해진다. 숲의 힘인가 싶다.
진달래가 이제 막 피기 시작을 한다.
종점까지 12.9km가 남았다는 표시가 있어 시계를 보니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났다.
숲길을 걷다보니 나오는 용당돈대.
용당돈대는 조선 숙종 5년 (1679년)에 강화도 해안방어를 목적으로 쌓은 49개 돈대 중 하나로, 가리산돈대, 좌강돈대와 함께 조금 전에 지나쳐 온 용진진에 소속되어 있다.
오잉??
용당돈대를 돌아내려서는데 코피가 났다.
뭔가 주르륵 흐르길래 콧물인가 했더니만...가끔 세수할 때 코피를 흘리긴 하는데 이렇게 걷다가 코피가 나다니ㅠ
서둘러 조치를 취하고 넘어진김에 쉬어 간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고구마와 단팥빵, 커피
아직은 햇볕의 따스함이 좋은 이른 봄이다.
산허리에는 가로지르는 길이 있다
세월이 지나는 길이 있다 -시인 함민복-
나들길 2코스에 함만복 시가 함께 한다.
먼길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은 안자고
이 詩는 예전에 알고 있던 시인데 같은 시인(함민복)이란 걸 알게 되었다.
길을 걷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 의외로 많다. 함정이라면 건망증이 심해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
화도돈대를 지나면서 보니 오토캠핑장인가 싶은 주차장에는 차박하는 차량들과 여러동의 텐트들이 즐비하다.
둑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은근 많이 보인다.
갯벌 저 멀리까지 낚시를 던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건가?
어떤 물고기가 잡히는지 궁금하다만...
이런저런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는 길이다.
오두돈대- 외적의 침입이나 척후활동을 사전에 관찰하고 대비할 목적으로 접경지경 또는 해안지역에 흙이나 돌로 쌓은 소규모의 방어시설물을 돈대라고 한다.
강화 지역에는 숙종 5년(1679) 강화 전 해안을 하나의 방위체제하에 운영하고자 돈대를 설치.운영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볼거리 등을 구경하며 잠시도 심심할 틈이 없이 '광성보'에 도착을 하였으나,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장이란다.
강화나들길 표시가 안쪽에 보이긴 하지만 진입이 안되니 멀찌감치 쳐다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이웃 블로그에 올린 글을 참고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로터리에서 도로를 따라 갔다.
미리 다녀와 남긴 상세한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조만간에 여기도 몰라 보게 달라지겠다!!
강화나들길이 가리키는 곳에 길이 없어졌나 싶어 살펴봤더니 다행이 아래쪽으로 길은 이어진다.
차량 두대가 서있는 언덕 아래 왼편으로 길이 이어진다.
흙더미로 불안한 길을 지나고 있는데 설상가상 앞쪽에 초록색 철문이 가로막혀 길이 있는건가? 없는 건가?
하지만 길은 옆으로 잘 되어있다.
마른 억새와 푹신한 흙길이 있어 룰루랄라 길은 그지 없이 아름답다.
갯벌에 갈대밭은 또 얼마나 이쁘던 지.
도로를 따라 내려와 초지진 방향으로 걷다보니 들어갈 수 없었던 덕진진을 돌아 도로로 나온 표지석을 만날 수 있었다.
길은 잠시 도로위에서 해안쪽으로 가라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심고 있길래 뭔가 궁금하여 들여다 보았더니, 인삼을 심고 있는 중이었다.
강화인삼이 또 유명하지...
젓가락 굵기의 어린 삼이 4~6년 후에 수확 때까지 잘 자라 주기를 바라며 길을 이어간다.
초지카페촌에 카페들이 옹기종기 많다. 경치좋은 카페 야외테이블엔 봄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부부 생각처럼 미세먼지쯤이야 코로나에 밀린 듯 보인다.
초록색의 등대뒤로 초지대교가 보인다. 이것은 목적지가 가까웠다는 뜻이다. 강화대교에서 초지대교까지 걸어온 셈이다.
초지항 줄지어선 횟집들에는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손님들이 북적인다. 잠시 우리도 회라도 한사라?하는 생각을 접고 내쳐 걸어서 초지진에 오후 2시10분에 도착을 하였다
초지진은 신미양요 때와 윤요호 사건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초지진은 일제강점기 때 성벽의 기초만 남고 허물어졌는데 1970년 대에 복원된 것이지만, 400년 되었다는 소나무가 역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400년된 그 소나무는 1656년 효종 때 강화유수가 심은 나무인데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
초지돈대는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 측의 함포공격으로 일부 파괴되었고, 1875년 일본 윤요호 사건 당시 조선 수비병과 일본군 사이의 포격전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이 소나무에는 격전 중 날아온 포탄 파편에 의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강의 침입에 맞서 장렬하게 싸운 선조들의 기상을 간직한 채 소나무는 400년 동안 초지돈대를 의연히 지키고 있다.
신미양요 당시 미군대령의 기록이 있다.
'조선군은 근대적인 무기를 한 자루도 보유하지 못한 채 노후한 전근대적인 무기를 가지고서 근대적인 화기로 무장한 미군에 대항하여 용감히 싸웠다. 조선군은 그들의 진지를 사수하기 위하여 용맹스럽게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다. 아마도 우리는 가족과 국가를 위해 그토록 강력하게 싸우다가 죽은 국민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슐레이 대령
초지진에서 도착인증 도장을 찍고, 주차를 해놓은 갑곶돈대로 돌아갈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20여 분후에 53번 버스가 온다고 한다.
매점에서 붕어사만코 하나씩 사서 먹으며(요기가 되었다) 버스를 기다렸다. 4시간을 넘게 걸어온 길을 버스는 30분도 채 안되어 우리를 갑곶돈대 주차장 앞에 내려주었다.
지난번엔 집까지 가는데 도로 정체가 되어 고생을 했으나 오늘은 올적갈적 수월하게 이동을 하였다.
봄소식에 꽃소식까지 들려오면 강화도를 오가는 것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 도로정체를 각오하고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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