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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해발 1915m 지리산천왕봉엘 기어이 오르다<지리산(화-대)종주 3nd> 본문

지리종주

해발 1915m 지리산천왕봉엘 기어이 오르다<지리산(화-대)종주 3nd>

다보등 2011. 10. 20. 09:00

   해발 1915m 지리산천왕봉에 기어이 오르다.<지리산(화-대)종주 3nd>

코스 :화엄사-노고단대피소(1박)-임걸령-삼도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쌤-칠선봉-세셕대피소(2박)-

촛대봉-연화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대원사-탐방지원센터 

 

 

 

 

 

 

 지리산에서 이틀째의 밤이 지났다.역시나 신새벽 5시에 출발을 했다. 어제와는 달리 하늘이 맑다. 오늘은 날씨가 좋을 모양이다. 세석대피소를 출발하여 장터목으로 가는 길 역시 칠흑같은 어둠뿐이다. 이번엔 해드랜턴 불빛사이로 안개가 스멀스멀 끈임없이 밀려 온다. 안경에 뿌연 김이 서린듯 불빛에 반사되는 안개는 자꾸 눈을 비비게 된다. 앞서 걷는 혜리는 랜턴이 없는 관계로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깜깜하여 보이지는 않지만 엉망으로 길이 험하다. 바위 투성이 길을 헤치고 오르내리며 뒤에서 따라 올 머핀이 자꾸 신경에 쓰인다. 머핀은 어제 무리를 했는지 무릎이 아파서 걷기가 힘든 모양이다. 끝까지 함께 못하고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하산할 것이라 했다. 마음이 좋지 않다. 나도 느리지만 머핀은 자신 때문에 늦어질 우리가 부담이 되는지 자꾸 신경쓰지 말고 앞서 가라고 한다. 어둠속에 남겨두고 앞서서 걷다보니 마음이 편치않다. 어둠속에 불러도 대답이 없다. 멀리 떨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걷다쉬다 어디쯤인가 머핀을 불러보니 대답을 한다.반가움이!! 머핀을 기다려 함께 걸었다. 사위가 히끝해질 무렵에 만나서 함께 걸었으니 한시간남짓 어둠속에 방치한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전 6시 25분....아침 해가 뜨는 모양이다.하지만 내가 걷는 방향에서는 높은 산에 가려 정작 해는 보이지 않고 천왕봉에서도 역시 두터운 구름에 가려 제대로 된 일출을 보지 못했으리라 싶다. 동쪽에서 해가 뜨고 있는데 서쪽 하늘에 달이 아직도 높게 떠서 하얗게 바랜 색으로 해를 마주하고 있다. 햇님달님 이야기에 오빠는 달이 되고 동생은 해가 되었다 하였는데 이들이 평생 만나지 못하는건 아닌 모양이라며 우리들은 새로운 걸 발견이라도 한냥 깔깔 거렸다. 유쾌한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해발 1,730m의 연하봉을 오르며....

 

 

 

 

 

오전 7시 22분....

장터목에 도착을 했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대피소는 멀리서 보아도 훈기가 넘친다. 오늘을 토요일이라서인지 중산리방향에서 올라 온 사람들로 장터목엔 사람들이 많다. 시끌왁자하니 사람들의 소리로 지리산장터목이 멀리서도 떠들썩 하다.오늘 아침은 김치찌게라고 한다. 어떤 음식이던 맛있지 않을 수가 없다. 머핀이 우리들의 체력고갈(?)을 우려하여 작성한 메뉴 덕분에 매끼니마다 우리들은 지리산에서 참 잘 먹었다.단백질 보충을 적절히 하였지만 확실히 밥이 보약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여야 힘이 난다. 밥의 힘! 다시금 물병에 물을 채우고 길을 재촉한다. 머핀은 이곳에서 중산리도 하산을 하여 나중에 원지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람쥐같았던 머핀이 천왕봉 오르기를 포기하고 하산을 하였으니 머핀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산산님과 꿈꾸는 식물, 혜리는 그냥 예정대로 대원사로 하산을 하고 나는 천왕봉을 오르고 다시 머핀과 합류하여 함께 중산리로 하산을 하였으면 좋았을 걸 그때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를 못했다.걸음이 느린 나랑 머핀이 아픈 다리로 걷는것과 그럭저럭 맞아 떨어졌을 것이데...아픈 사람을 혼자서 내려 보냈으니 우리도 참 매정하기가 이루말 할 수 없다. 머핀이 혼자서도 잘 걷고 하긴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있으면 함께 하산하는게 원칙 아닌가? 오로지 우리의 목적달성만 생각을 했으니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하였다. 혼자서 하산하는걸 당연하듯이 받아 들여 홀로 내려 보냈으니...물론 머핀은 절대 그런걸로 섭섭해 할 그런 동무는 아니지만 말이다.

 

 

 

 

천왕봉 가는 길.....

오전 8시 40분 출발이다~~

 

 

고사목과 운해.....^^*

 

 

 

 

해발 1,808m의 제석봉에서......

천왕봉까지는 1.1km남았다. 역광이라 어둡긴 하지만 운해를 배경으로 혜리랑 한장씩~~~ㅎㅎ

 

 

 

 

내 안에서 크는 산/이해인

 

좋아 하면 할수록

산은 조금씩 더

내 안에서 크고 있다.

 

엄마

한 번 불러 보고

하느님

한 번 불러보고

친구의 이름도 더러 부르면서

산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씩

산을 닮아 가는 것일까?

 

하늘과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산처럼 높이

솟아 오르고 싶은 걸 보면

 

산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그냥 마음이 넉넉하고

늘 기쁜걸 보면

 

 

 

 

 

 

 

 

 

 

 

해발 1915m의 천왕봉이 눈앞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에 올라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혜리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천왕봉에 올라 사진찍기위해 한참을 기다린 끝에 사진 한장 찍는데 성공! 일찌감치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산산님과 꿈꾸는 식물과도 합류하여 다시 4명이 인증샷을 남기는데 성공~ 하이고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천왕봉 하면 바람을 빼놓을 순 없다. 차가운 바람이 목을 훝고 지나 가지만 겨울바람이 아닌지라 그나마 조금이라도 머물 시간을 번다. 사방을 둘러보며 며칠동안 죽을 고생하며 예까지 온 보람을 한껏 느껴본다.법계사방향에서 올라 오는 사람들이 많다. 2006년 12월 처음으로 천왕봉엘 올랐었다. 법계사에서 하룻밤 유하고 밤사이 내린 눈을 헤집고 천왕봉을 올랐었다. 그 환상의 눈꽃 산행.....그때의 시간이 참 아득하다. 그때 함께 했던 10여명의 그리운 사람들....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2006년 12월 3일>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며 설경~~^^*

 

2006년 12월 지리산 천왕봉에서~~~^^*

 

 

 

2006년 설경속에 천왕봉에 오른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구나! 지리산중산리에서 시작하여 그날 법계사에서 하루를 머물며 스님과 함께 마신 따스한 차가 그립다.빛바랜 앨범을 다시 꺼내 보며 천왕봉을 올려다 보며 그때의 그리운 사람들을 그려본다. 산산님과 꿈꾸는 식물을 먼저 내려 보내고 나는 혜리랑 잠시 머물렀다. 법계사에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무진장 가파른 이 코스를 그때는 어인 일인지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올랐었다. 나 자신에게도 놀랐던 그 때....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천왕봉아래에서 머언 그 때를 추억하며 그동안 나의 삶은 정말 많은게 변하였고 많이 바뀌었는지 새삼 놀라는 나.....^^;;

 

 

 

 

천왕봉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보다.....^^*

 

 

 

 

 

 

 

 

 

 

중산리 법계사방향으로 나있는 계단위에서 혜리랑.....

 

 

 

 

 

 

 

 

 

잠시 머물며 추억에 잠기던 천왕봉에서 오전 10시 출발을 하여 10시35분 해발 1,874m 중봉에 도착을 하였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중봉에서 혜리랑 기념 사진을 서로 찍어 주기도 하며 시원한 경치를 만끽하고...시원스레 물을 마신다. 달다....

 

 

 

 

 

 

 

 

햇살이 따스한 양지바른 곳에서 혜리랑 휴식을 취했다. 고소한 콩볶은 것을 먹으며 울릉도에서 사온 피대기오징어를 달달한 사탕과 함께 먹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물이 제일이다. 역광으로 햇살을 받고 있는 보랏빛 이쁜 꽃이 눈에 띈다.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산오이풀이다.<산오이풀>은 잎을 따서 비비면 오이향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오이풀이라 얻었나 보다.

 

 

<지리산 잣>도 만났다.^^*

 

 

 

 

앞쪽에 해발 1,602m의 써래봉이 보인다. 산산님과 꿈꾸는 식물이 써래봉아래 있다. 서래봉에서 일행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짧으나마 휴식을 취하고....여기서 대원사까지는 9.5km이며 치밭목대피소까지는 1.8km남았다고 한다. 치밭목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써래봉에서 보이는 멋진 전경~~^^*

 

 

 

 

 

 

 

치밭목대피소에서 산산님과 나는 컵라면을 먹었다. 한번쯤은 먹어줘야할 것 같은 컵라면~~ㅎㅎ

혜리와 현선씨는 커피와 비스켓으로 점심을 대신하고.....치밭목대피소에선 원두커피를 즉석에서 내려 머그컵에 주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혜리는 천왕봉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지친다고 많이 힘들어 하더니만 커피 한잔에 기운을 차리고 싱싱해졌다.ㅎㅎ

이곳 치밭목대피소에서 대원사까지는 7.8km라 한다.천왕봉에서 대원사로의 하산길은 여타의 등산로에 비해 길고 등산로 자체도 다른 코스와는 달리 육산에서 보기드문 암릉이 많기 때문에 마지막날 자칫 긴장이 풀려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치밭목까지는 그런대로 지루하지 않게 잘 올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대원사까지는 정말 길고 긴 하산길이었다.

 

 

 

 

 

 

 

컵라면과 원두커피 & 비스켓으로 기운을 차린후 대원사로의 본격적인 하산길은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여전히 혜리와 둘이서의 하산길의 외로운 사투가 계속되어 지고...사방에 펼쳐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이 있어 어느정도 지루함을 잊을 수 있기도 했다. 간간히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은 어데서 오는지 우리가 궁금하여 말을 걸어 오기도 했다. 지리산종주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가 놀랍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지리산화대종주란걸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길고 긴 하산길이 어렵고 힘들고 지루하기도 했다. 내리막인가 싶은데 산으로 다시 올라서서 이게 맞는 길인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발목이 시끈거리는 통에 한발한발 내딛기가 아주 고통스러워 천천히 천천히 내려왔다. 느려터진 내 걸음에 맞춰 걷느라 혜리도 많이 힘들었을 터인데 혜리는 나 때문에 천천히 걸은 덕분에 오히려 원기를 회복했다하니 하하하하~~ 웃을 수 밖에.....

 

 

 

 

 

 

 

 

 

 

대원사 1.5km.....지점이다. 치밭목대피소를 출발한지 4시간째....마침 이곳 산장에서 나가는 차가 있어 대원사까지 얻어탔다. 이제 긴장까지 풀려서 도저히 더 이상은 걸을 수가 없었다. 대원사에서 일행들이 기다리려니 하고 대원사입구에 내렸더니 대원사 버스정류장으로 출발하였다 하여 지칠대로 지친 나와 혜리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이고 그럴줄 알았으면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준다할때 그럴걸 그랬어~~~ㅠ.ㅠ 하지만 때는 늦으리....대원사참배에 오신 분에게 힘들게 도착한 대원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부탁하였고 그리고 대원사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차를 얻어 타고 gogo~~원지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머핀과 합류하여 오후6시58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대원사에서 원지까지 버스를 타고 나오며 멀미를 하여 또 다시 서울 갈 일이 걱정되어 원지에서 멀미약을 사서 먹었다. 버스시간이 임박하여 따로 저녁을 먹을 시간은 없었다. 머핀이 준비해 놓은 치킨이 있었으나 도저히 넘어가지는 않고 콜라를 연거푸 두잔을 마셨다.그리고 서울도착까지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남부터미널 오후10시30분에 도착을 하였다.집에 도착 11시30분....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컵라면 하나먹고 종일을 버텼으니 우선은 뭐라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깊은 바다속에 빠진듯 죽음같은 잠은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참으로 긴 잠을 잤다. 내가 지리산종주를 하긴했나보다.....꿈같은 2박3일간의 지리산이여~~^^*

 

 

 

 

 

아무리 힘들어도 이제 끝?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