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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종주

줌마 5인방 무대뽀 지리종주 둘째날-세석으로

다보등 2013. 6. 4. 08:25

줌마 5인방 무대뽀 지리종주 둘째날-세석으로

 

 

 

 

 

 

둘째날 (1)

 

오전 6시 30분 연하천을 나서며...

어젯밤엔 통 잠을 못잤다. 몸은 피곤하나 정신이 말똥말똥 시간이 갈수록 맑아 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재작년 가을  종주때도 첫날 거의 잠을 설쳤는데 이상스레 지리산에서의 첫날밤은 이렇듯 설치게 되나보다. 코를 골고 자는 이들이 부러운 그런 밤이다. 새벽녁 살푼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6시다. 오늘은 7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지만 다들 부지런을 떨어 30분 일찍 길을 나섰다. 밖은 훤한데 연하천대피소 우리들이 묶은 토끼봉안은 굴속같이 어둡기만하다. 마침 화장실을 다녀오던 친구들이 밖은 대낮이라며 시간채우지 말고 길을 나서길 원한다. 아침밥을 벽소령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물병에 가득 물을 채웠다. 벽소령에서 샘터까지 가는게 귀찮을 것 같아 미리 가득가득 채운다.그 이후론 선비샘에서 물을 채울 요량이다.

 

 

날씨는 좋을 것 같다. 상쾌한 지리산의 아침공기가 숨쉴때마다 몸속의 온갖것의 노폐물들을 다 뱉어내게 한다.밤새 잠을 설쳤으나 몸이 가볍다. 어제 힘들어 하던 친구들도 하룻밤새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다들 날아 갈듯 가볍다. 오늘은 놀멍쉬멍 가도 한낮에 세석에 들어설 것 같다. 일단 친구들도 나도 마음이 편하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모양이다. 산자락을 타고 미쳐 물러나지 못한 안개가 스물거린다.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사를 하였다네 어쩌네 한지도 꽤 시간이 많이 흘렀나보다. 그저 귀여운 이미지의 반달곰과는 달리 곰출현주의의 경고는 무섭고 사나운 모습이다. 그들이 찾은 야성이 반갑긴 하나 그림처럼 이렇듯 맹수가 되었다면 정말이지 조심해야겠다.

 

 

 

 

 

작은 바위, 커다란 바위 두개가 나란히 마주한 형제바위인 모양이다. 그 사이로 다정스레 바위를 의지하고 자라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도 형제이지 싶다. 마침 지나는 산객이 있어 우리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불어 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한동안 쉬었다 간다.

 

 

 

 

 

뒤돌아 건너편에서 본 형제바위 모습이다.

 

 

 

멀찌감치 산허리쭘에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또는 발밑만 보고 가느라 바쁜 산행이 아닌 즐기면서 느긋하게 걷는 산행길이라 절로 노래가 나오고 좋다좋다~~마음이 행복한 산행길이다.

 

 

 

산은 바다입니다     /권경업

 

산은,

파도 밀려가고 밀려오는

푸른 숲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신갈 숲 달빛, 물비늘로 반짝이는

치밭목은 천삼백 고지 그 바다에 떠 있는 섬입니다.

 

 

 

봄날 평촌리 잠녀(潛女)들

나물 캐는 자맥길에 넋 놓은 섬

내 어릴때의 아쉬움 송송 솟아나

물결이 되어 밀려가고 밀려오는

아득한 그리움의 샘이 있는 섬입니다.

 

고운 모래알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

물새 대신 찌르레기 우짖어

소녀같은 꽃구름들 샘물 위에 재잘대며

때로는 먹장구름 억수비 쏟아지던 섬입니다.

 

 

 

배를 타고 가다 비를 맞으면

온기 있는 가슴이 그립듯

쫓고 쫓기는 일상 속, 하루분의 분진과 소음을

정량으로 먹어대야 하는 이 도시에서

쪽배라도 타고 그 섬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맑고 차디찬 그리움 길어 올려

벌컥벌컥, 말라 비틀어진 이 가슴

적시고 싶습니다.

 

 

 

 

 

 

연하천대피소를 떠난지 두시간 오전 8시33분에 벽소령에 도착을 하였다. 아주 순조로운 행보였다. 이 시간의 벽소령대피소는 조용하다. 더욱이나 취사장은 아무도 없이 우리가 독차지 하였다. 벽소령에서 샘터까지 가는게 부담되어 연하천에서 넉넉히 담아 온 물로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데워서 아침을 먹었다. 마침 무알콜맥주를 팔길래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여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키친타월로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그때서야 혼자서 왔다는 총각(?)이 샘터를 다녀오며 두개의 코펠에 가득 물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코펠하나에 가득한 물을 우리에게 준다. 어찌나 고맙고 고마운지~~ 가다가 선비샘에서 물을 보충할 참이었는데 이렇듯 고마울데가 있냐며 기뻐했다.

 

 

 

 

 

최대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오전 10시10분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하여 세석으로 향한다.

아직은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해는 이미 달아 오를때로 달았는지 머리위에서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서울은 얼마나 더울지...

 

 

 

 

처음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던 그 가을...

아침부터 비가 끊임없이 내리던 그날, 노고단대피소에서 연하천으로 그리고 벽소령으로 오면서 내내 비와 함께였었다. 그리고 벽소령을 지나며 서서히 날이 개이더니 여기쯤에서 지리산의 그 유명하다는 운무가 스물스물 산을 넘어 끝없이 밀려오던 황홀한 광경이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탄성을 질렀던 곳이건만...오늘 이곳을 지나며 친구들은 눈길 한번 안주고 지나친다. 별시리 눈길 줄곳도 없는 그저그런 풍경이다. 그저 나만 그날의 그 광경을 떠올리며 자꾸만 발걸음이 멈추어지곤 하였다.

 

 

 

 

 

 

살아 생전 하도 비천하게 살았던지라 죽어서나마 사람들에게 선비대접을 받고 싶었던 이가 샘터위에 무덤을 만들어 달라는 유언을 하였고 이후로 사람들에 오며가며 이 샘터에서 물을 마시려면 자연히 허리를 굽혀 물을 먹게 되니 죽어서 선비대접을 받고 싶었던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선비샘에 도착을 하였다. 사시사철 물맛좋은 샘물이 흘러나오는 이곳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패트병에 커피를 넣고 선비샘물을 담아 흔들어 냉커피를 만들어 빵과 함께 먹었다. 물이 차서인지 시원스런 냉커피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 커피를 무슨 막걸리 마시듯이 벌컥벌컥 석잔이나 마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반대편에서 어린학생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길래 물었더니 김제에서 온 중학교 1학년들이란다. 이 아이들을 시작으로 세석에서도 학생들을 만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산리에서 또는 성삼재에서 반별로 날짜를  하루씩 달리하여 지리종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대단한 학교에 대단한 학생들이다. 그런데 김제의 이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천왕봉가는 길에서 만난 충주에서 온 학생들도 이런식으로 지리종주를 하고 있어 시차가 있긴 하였으나 많은 학생들이 지리종주를 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래서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대피소예약하기도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흠...좋은 극기훈련인것 같아 보기 좋았다.

 

 

 

 

 

 

 

 

 

 

 

 

 

 

 

 

 

 

 

 

 

둘째날의 일정이 다음편으로 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