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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지리산종주길 운해의 장관을 만나다~지리산(화-대)종주 2nd 본문

지리종주

비오는 지리산종주길 운해의 장관을 만나다~지리산(화-대)종주 2nd

다보등 2011. 10. 19. 15:06

비오는 지리산종주길 운해의 장관을 만나다~~<지리산(화-대)종주 2nd>

 

 

 

코스 : 화엄사-노고단대피소(1박)-임걸령-삼도봉-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세석대피소(2박)-

촛대봉-연화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대원사-탐방지원센터

 

 

 

 

 

 

 

 

 

지리산에서의 첫날밤...밤새 홀로 잠못들다 새벽녘 밤하늘에 슬프도록 밝고 둥그런 달이 별하나 데불고 놀고 있던 모습을 보고 대피소에서 빌린 담요 두장으로 깔고 덮고 새벽 3시경 설핏 잠이 들었었다. 어찌나 밝고 큰 달인지 저게 달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런 달이 지리산의 밤하늘에 둥싯 떠있었건만 비가 온다고 한다. 새벽 4시가 넘었나 싶었는데 산산님이 우리를 깨운다. 비가 오니 서둘러야 한다고...어젯밤 소등하기전에 미리 짐을 챙겨 두었던 베낭들을 들쳐 메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오고 있었다. 일기예보가 이럴땐 정확하다. 어젯밤의 셔치라이트 같았던 그 달과 별들은 다 어디로 가고....오전 5시 서둘러 노고단대피소를 떠났다.한치앞도 보이지를 않는다. 발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앞서 걷는 혜리 뒤를 허둥지둥 따라 잡는다. 다행이 이번엔 머핀이 혜리앞에서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혼자 산행에 나선 부여에서 왔다는 이가 뒤에서 불을 밝혀 주어 비내리는 깜깜한 산길에 등대와 같은 고마운 도움을 받으며 조심스레 지리산깊숙이 들어 선다. 어디가 어딘지 초행길이라 분간도 못하겠고 간간히 이정표가 있으나 미쳐 쳐다 볼 여유가 없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슴푸레 주변이 밝아오며 시야가 조금은 확보가 된다. 비는 여전히 줄기차다. 차츰 주변이 밝아오며 시간은 8시가 가까워 간다. 세시간 가까이 정신없이 걸었다. 비오고 깜깜한 산길에서 잠시 쉴 수도 없고 쉴만한데도 없고 그저 발밑만 보고 내쳐 걸었다. 주변이 밝아지고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며 발밑에 단풍잎이 너무나 예뻐서 이 와중에 사진을 찍었다. 비에 젖은 탓에 바닥에 납작 깔려 있는 단풍잎이 더 없이 곱다.

 

 

 

 

 

 

날이 밝으며 비는 차츰 수그러드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것도 잠시 이내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을 했고...뒤따라 오던 부여에서 왔다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혜리랑 사진을 한장 찍었다. 화개재인가 싶은데 잘 모르겠다. 어디가어딘지....ㅋ

 

 

 

 

 

 

 

 

산행시작한지 5시간이 넘었고 드디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체력은 바닥이 났다. 베낭의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에 도달하였다. 연하천대피소엔 많은 사람들이 식사준비를 하느라 웅성거리고 북적거린다.어젯밤 거진 한숨도 못자고 빗속을 여섯시간이나 걸어 도착한 대피소에서 먹는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따스한 식사가 감사한 순간이기도 하다.북어김치국밥이라고 이름을 붙인 점심을 대피소에서 빌린 커다란 냄비에 끓여 먹었다. 냄비를 어찌 가져왔나 신기하여 묻는 산꾼들에게 대피소에서 빌렸다고 했다. 그네들은 우리들이 얼마나 신기했을까 싶다. 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잠시후에 출발한다고 하지만 막 도착하여 정신없이 주는 밥먹고 휴식조차 없이 떠날 수 없어 먼저 출발하라고 했다. 어차피 함께 걸을 것도 아닌데 같이 떠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후미를 기다리느라 먼저 도착한 이들은 추위를 견뎌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을터...물병에 물도 채우고 간단하게나마 물로 양치도 하고 몸을 추스려 출발 준비를 한다.

 

 

 

 

 

 

 

잠시 비가 잦아드나 싶더니만 멋진 운해가 펼쳐진다. 산너머너머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구름은 골짜기마다 하얀 띠를 두르고 장관을 연출하였다. 연하천에서 세석까지의 구간은 험하다고 한다. 비가 내려서 미끄럽기도 하고 바위들이 많아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길은 이곳만 어려운게 아니다. 걷는 구간마다 어렵지 않은게 없었으니 말이다. 험하디험한 지리산에서 그래도 마음에 쏙드는 구름에 쌓인 물결같은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내가 정녕 지리산에 서있나 꿈같은 기분이 들었다. 짬짬이 저질체력에 지리산의 신령한 기를 받고자 쉼호흡 길고 깊게 들이 마쉬고 내쉬어 본다. 아쟈! 힘을 내자! 내가 그리도 꿈에 그리던 지리산이 아니던가?

 

 

 

 

 

 

 

우리가 묵을 세석대피소까지는 7.8km가 남았다 한다. 아득하다. 현재 시간이 12시28분...일단 벽소령대피소까지 가면 쉴수 있으니 힘을 내어본다.1.5km.....벽소령까지는 한시간이면 갈 수 있겠다.

 

 

 

 

벽소령대피소까지 가는 길에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그때마다 운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비가 와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렇게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ㅋ 단풍조차 지리산엔 한창이다. 조금 이른듯하여 단풍을 볼 수 없으려나 했더니만 쓸데없는 우려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이 지천이고 비맞은 단풍들은 더욱 선명한 빛으로 발밑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었다. 비 맞으며 산행을 하는 우리들을 위로라도 하듯이 말이다. 혜리는 이제보니 낙엽도 금방 떨어진 낙엽이 훨씬 이쁘다고 한다. 그래 낙엽마져도 오래된 것 보다는 금방 떨어진 풋풋한(?) 낙엽이 아름답네~~!! ㅎㅎ

 

 

 

 

산산님과 함께.....

 

 

 

 

 

 

 

 

오후 1시21분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오전과는 달리 체력이 조금은 회복되는듯 했다.탄수화물을 섭취하였기 때문이리라...ㅎㅎ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을 것이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걷느라 미쳐 챙겨 먹지 못한 간식을 챙겨 먹었다. 현선씨가 챙겨 준 우루사를 어디뒀는지 찾지를 못하다가 이제사 한알 먹는다. 20여분 휴식을 취하고 세석대피소로 출발을 한다.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 남았다 한다.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4시간30분이 걸렸다. 휴.......;;

 

 

 

 

오후 1시 43분 벽소령대피소 출발~~

 

 

 

 

뭉게뭉게 구름이 끝도없이 피어 오른다. 간간히 구름장관속에 곱게 든 단풍까지 합세하여 발목을 잡는다.비는 어느덧 잦아들었고 이틈에 카메라를 자주 꺼내게 된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을 고산증으로 허덕이며 걸을 때 만났던 운해는 이곳 지리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구름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정말로 아름다운 나라임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혜리는 여전 차마고도와 히말라야를 지리산과 비교하며 지리산의 모습에 감탄사 연발이다. 혜리는 나랑 작년에 차마고도....올해 히말라야를 함께 하였였다.

 

 

 

 

 

 

 

 

얼마를 걸었을까 벽소령에서 세석사는 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앞서가던 선두를 만났다. 운해의 절경을 눈앞에 두고 5명이 오롯이 사진이란걸 찍었다.

 

 

 

 

 

 

 

 

 

 

 

 

 

 

 

 

 

 

 

 

 

 

 

 

 

 

 

 

 

 

 

 

 

 

어느덧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어둑어둑해진 세석대피소에 오후 6시에 도착을 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새벽 5시에 시작을 했으니 13시간을 걸어 세석에 도착을 한 것이다.무거운 베낭을 메고 빗속에 13시간을 걸었으니 넉다운이 되었다. 체력은 있는대로 소진된듯 하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떠들썩한 세석의 대피소는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밖에서 식사를 하는 단체팀들이 많아 취사장안은 오히려 한가했다. 머핀이 예까지 메고 온 불고기를 꺼내 달달 볶아 먹었다. 체구들은 작으나 당차고 당차기가 이루말 할 수 없는 그녀들이다.혜리랑 둘이서 대피소에서 조금 떨어진 식수대로 물을 길러갔다. 일행들의 몰통에 물을 채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보며 시원한 물을 벌컥 들여 마셨다.세석대피소는 오후8시에 소등을 한다고 한다. 갑자기 분주하고 바빠졌다.대충 물티슈로 세안을 하고 물로 양치질을 했다. 지리산에선 비누도 치약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도 숙소한켠에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으니 정말 개운하다. 히말라야에서 물티슈로 모든걸 해결하였듯이 이곳에서도 물티슈로 발도 닦고,,어쩌고 하였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이러다저러다보니 베낭 한켠엔 쓰레기가 차지하는 자리가 자꾸 늘어난다...내일도 역시 새벽 5시에 무조건 출발이다. 내일의 여정 역시 무진장 길고 길겠다. 어젯밤 거진 한숨도 못잤는데 오늘은 제발 잘 수 있기를 기도한다. 대피소는 춥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