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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다보등 2020. 11. 8. 20:18

채만식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탁류≫의 주된 공간은 군산이다. 인천,부산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물류 기지였던 군산은 식민지 경제 소통의 창구였는데,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수탈의 전초 기지의 일환이었다. 속절없이 빼앗김을 당하는 장소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탁류≫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가련한 여인의 전형처럼 보이는 초봉이다. 초봉은 타락한 시대의 희생양이다. 타락한 현실에서 타락한 남성들에 의해 초봉의 고통은 가중된다. 거기서 벗어나고자 초봉이 시도한 결정적 행위가 장형보 살인이다. 그것은 순진하고 청초했던 영혼에게 가해지는 끝없는 핍박과 억압의 실상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극단적 고난과 상처, 그리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나름의 저항 행동은 의미 있는 어떤 것이었다. ≪탁류≫의 여주인공 초봉의 기구한 운명의 족적을, 금강 물이 점점 탁해지는 현상에 비유하면서, 비유적으로 타락한 당대의 세계상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는 장편이다.

 

"....반지가 백금반진데, 시방 손에 낀 형보가 해준 놈말고 전에 박제호가 해준 놈이 또 한 개, 그리고 사파이어를 박은 금반지까지 도통 세 개다. 죄다 찾아내고 뽑고 해서 돈지갑에다가 넣는다. 반지를 뽑고 하노라니까 문득 한숨이 소스라쳐 나온다. 지나간 날 군산서 떠나올 그 밤에 역시 고태수가 해준 반지를 뽑던 생각이 나던 것이다.

어쩌면 한 번도 아니요 두 번째나 이 짓을 하다니, 그것이 심술사나운 운명의 역력스러운 표적인가 싶기도 했다.

반지 하나 때문에 추억을 자아내어 가슴 하나 가득 여러 가지 회포가 부풀어 오른다.

한참이나 넋을 놓고 우두커니 섰다가 터져 나오는 한숨 끝에 중얼거린다.

  "그래도 그때 그날 밤에는 살자고 희망을 가졌었지!"

초봉이는 안방을 마지막으로 나오려면서 휘익 한번 둘러본다."/p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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