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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본 제주올레 1코스, 시흥리정류장 ~광치기해변 본문

제주올레

다시 걸어본 제주올레 1코스, 시흥리정류장 ~광치기해변

다보등 2023. 5. 28. 16:50

제주 이틀째인 오늘은 제주 올레 1코스를 걷기로 한 아침이다. 잔뜩 흐린 하늘이지만 비소식은 없어 다행이다.

오래전에 올레 1코스를 걸었었다. 걸었던 길이긴 하지만 세월도 많이 흘렀고 다시 걸어보고 싶었다.

제주올레 1코스를 언제 걸었나 블로그를 뒤져보니  2010년에 걸었던 길이다. 

딸아이도 몇 년 전에 걸었단다.

제주올레 1코스는 제주도의 오름과 곶자왈, 조각보 같은 제주밭들 사이를 걷고 해변도 걸을 수 있는 제주올레 종합판이라고 생각해서 1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우리 숙소가 제주 동쪽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코스는 시흥리 정류장에서 광치기해변까지 총 거리 15.1km이다. 

인기도 上, 탐방로 상태 上, 난이도 下, 접근성 中이며 여행 포인트는 말미오름 정상에서 우도와 성산일출봉 한눈에 담기,

종달리 마을 길 걷기, 해안 길 즐기기, 광치기 해변의 절경 감상이 있다.

 

 

 

서귀포의 시작, 그리고 제주올레의 첫 마을

"시흥리始興里 마을 이야기"

지금부터 100여 년 전 제주도는 제주, 정의, 대정 등 3개의 행정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시흥리가 속한 당시 정의군의 채수강 군수가 '맨 처음 마을'이란 뜻으로 '시흥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주에 부임한 목사가 맨 처음 제주를 둘러볼 때면 시흥리에서 시작해 종달리에서 순찰을 마쳤다고 한다. 시흥리의 설촌은 약 500년 전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두산봉(말미오름)을 중심으로 여러 성씨들이 살다가 해안가 쪽으로 내려와서 살았으며 이 마을의 옛 이름은 힘센 사람이 많아 '심돌' 마을이라고 했다.

 

 

 

 

1코스 시작점을 들어서니 이내 올레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주황과 파랑 올레리본을 따라 걸으면 길 잃을 일은 없다.

길 위에서 나침판같은 고마운 올레 리본이 여기저기에서 바람에 날리며 반가이 맞아준다.

흐린 하늘과 바람이 좀 부는 날이다. 

어제 와흘마을에서 보지 못한 메밀꽃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이렇게 봐도 좋고, 저렇게 봐도 좋다.

메밀밭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고 법석을 떨었는데 나중에는 '어! 메밀밭이다.' 덤덤하게 되더라.

 

 

메밀꽃이 있는 풍경

 

몇 걸음 가지 않아 또 메밀밭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처음 본 것 처럼 마냥 기뻤다.

5월에 보는 메밀꽃이다.

우리끼리 연신 메밀꽃 축제를 즐겼다.

 

메밀밭
감자밭

 

하얀 메밀꽃과 하얀 감자꽃이 연달아 자꾸 나타났다.

이게 뭐라고 그때마다 감탄하며 메밀꽃과 감자꽃을 번갈아 보며 즐기다 보니 제주올레 사무실이다.

예전에 없던 올레사무실이다.

슬쩍 들어가서 올레기념품들을 구경하고 딸에게는 기념으로 키링 하나를 사서 배낭에 달아 주었다.

 

제주올레사무실

 

시작점인 간세를 지나서 첫 번째로 말미오름으로 오르게 된다.

말의 머리처럼 생긴 이 오름은 두산봉이라고도 불리는데 소를 방목하는 곳이라 오르는 길에 소들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소들을 볼 수 없었다.

 

 

 

 

말미오름은 낮아도 그래도 오름이므로 초반에 오르막을 오르느라 살짝 숨이 차긴 하였으나 이 정도쯤이야~~

말미오름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조각보 같은 푸른 밭도 여전히 아름답다.

흐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우도가 보이는 풍경

 

"여행의 시작인 시흥초등학교, 말미오름, 당근밭, 감자밭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한 켠으로 성산일출봉이 떠 있는 푸른 제주의 동쪽 바다와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이 있는 제주의 동부 오름 군락이 밀려든다. 길었던 지난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풀어놓아도 좋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여기 제주의 땅끝에 있다."  -제주올레-

 

알오름으로 오르는 길
희미하지만 한라산이 보인다

 

알오름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얼핏 한라산이 보이고 아침 내내 흐렸던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파래진다.

흰구름은 보너스~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다 넘고 나면 나머지는 평탄한 길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즐기면서 걸으면 된다. 

 

 

제주도의 동쪽 끝 낭만있는 마을 종달리에 들어서며 아기자기 예쁜 집들이 곳곳에 눈길을 끈다.

일일이 들여다보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고.

 

 

종달리 마을에 있는 카페 '바다는 안 보여요'가 여전히 영업 중이라 반가웠다. 10년 전쯤에 올레 21코스를 다 걷고 종달리 마을을 지나다 잠시 들른 적이 있는 카페이다. 이곳 '바다는 안 보여요'에서 구좌 당근쥬스를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같은 듯 다른 분위기의 카페 모습이다. 잠시 들여다볼까 하다가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쳤다. 

 

바다는 안보여요 카페

 

 

종달리 소금밭으로 나오니 15.1km 중 남은 거리가 7km라는 안내가 반갑다. 

소금밭 마을 길을 걷다가 제법 큰 건물에 들어있는 '소심한 책방'을 보고 정말 놀랬다. 십 년 전 처음 소심한 책방을 보았을 땐 아주 작은 책방이었다.  소심한 책방이라는 상호가 잘 어울리는 그런 작은 책방이었다. 그 책방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책 한 권을 산 기억이 생생하다.

그동안 이렇게나 크게 성장(?)을 하였다니.

현재 제주도에 위치한 독립서점 수는 약 56곳으로 서울, 인천, 경기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그 중 제주 동쪽 끝 종달리에 있는  '소심한 책방'이 제주 독립서점 1호이다.

종달리 마을 한복판에서 좀 떨어진 들판 한가운데로 이전을 한 책방은 이제 소심한 책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커졌다. 작은 책방에서 이렇게 서점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소심한 책방

 

 

소심한 책방에 감탄을 하며 딸아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돌담과 들판을 보며 걷다 보니 종달리 해변으로 나왔다.

멀리 해안선 끄트머리에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햇볕과 구름이 들락거리는 해변을 걷는 아주 좋은 날이다.

 

 

종달리 해변의 유명한 볼거리, 먹거리~~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진풍경~

 

 

 

오징어가 널린 해변을 걷다 보면 올레 1코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지점에 목화휴게소편의점이 나타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었으나 일단 오징어 구이와 맥주로 종달리해변을 즐겨 보기로.

들어보니 개그우먼 장도연과 제주 사는 남사친이 함께 티비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란다.

방송 후 한동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는데 지금도 여전히 문전성시다.

 

목화휴게소의 메인은 맥반석 오징어 구이
우도를 바라보며 오징어구이와 찰떡인 맥주 타임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에서 달달구리 커피로 당 보충을 하였다.

바쁠 것 없이 이렇게 놀멍 쉬멍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성산갑문과 성산항을 거쳐 성산일출봉이 있는 수마포 해안에 도착하게 된다.

 

우도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이는 절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을 지나 광치기 해변으로 들어설 무렵, 그럭저럭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다.

오징어 구이를 먹은 탓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으므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성게비빔밥과 해물라면은 그냥 그랬다. 

 

성게비빔밥과 해물라면

 

성산일출봉을 옆에 끼고 바닷길을 따라가면 광치기해변이 나오며 드디어 1코스의 종점이다.

광치기해변은 밀물 때에는 평범한 해변이지만, 썰물 때가 되면 드넓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광치기는 제주어로 빌레 '너럭바위'가 넓다는 뜻이다. 제주올레 1코스는 초반에 두 개의 오름을 제외하면 해안도로를 걷는 어려움이 없는 무난한 코스이다.

 

 

광치기해변의 올레 스탬프함은 모양이 특이하다.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기 위한 방책으로 이런 모양을 한 것인가 생각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시작점이었던 시흥리 정류장으로 돌아가서 차를 회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