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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화암사, 내 사랑/안도현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 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 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 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 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
점심공양을 끝으로 1박2일 짧지만 더할 나위없이 좋았던 반야사템플스테이를 마치고 회향. 매미소리 요란한 반야사를 뒤로 하고 일주문을 빠져나오며 오른편으로 따라오는 반야호수에 눈길을 준다. 인연이 닿는다면 가을 단풍이 들었을 때 또 오고 싶다는 생각하며. 여러가지로 심난한 어느 여름날, 나를 위한 위로여행 템플스테이는 역시 잘왔다 싶을 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어 평화로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반야호숫가 걸으며 나에게 말 걸기, 하얀 수련과 관음상, 사자를 타고 나타나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세조에게 목욕을 하라 권하였다는 문수보살의 자상함 등 반야사에서 만난 조용한 아름다움에 홀로 지낸 이틀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다 나는 어제를 바꾸지 못한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단지 오늘을..
어젯밤엔 8시부터 잤나보다 자다 몇 번 깨긴 하였으나 아침 6시까지 잤다. 잠에서 깨어 나도 놀랐다. 이럴 수가? 헛웃음이 났다ㅋㅋㅋ 6시가 넘은 시간에 법당에 앉아 홀로 예불을 올렸다. 템플와서 아침예불시간을 놓치기도 처음이다. 7시에 아침공양을 하고 어제 그냥 스쳐 지나온 일주문까지 갔다올 생각으로 방을 나오다 스님을 만났다. 그런 나를 보고 스님이 어제 관음상을 보았냐고 물어본다. 징검다리를 건너 관음상을 보고 편백나무숲까지 갔다왔다고 했더니, 관음상이 있는 연못에 수련꽃을 보았냐고 묻길래 생각해보니 꽃을 본 기억이 없다했더니 대부분 수련이라하면 水자를 생각하는데 잠잘 수睡가 들어간 睡蓮이다며 오후엔 꽃이 닫히고 아침에 꽃이 피니까 지금쯤 수련꽃을 볼 수 있을거라며 산책가는 길에 갔다오라고 한다. ..
반야사에서 저녁 공양을 한 후 잠시 쉬었다가 해가 설핏 기우는 시간에 문수전엘 올라갔더랬다. 문수전은 반야사에 오면 놓치면 안될 곳 중 한 곳이다. 지장전 옆에 자리한 절집 장독대를 지나면 좀은 가파른 계단이 문수전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은 길인 듯 하다. (나중에 일고보니 예전부터 있던 문수전 가는 길은 좀 많이 힘든 길이다) 좀은 가파른 계단은 아마도 어떤이에게는 숨차게 힘든, 어떤이에게는 그럭저럭 걸을만한 길일 터이다. 다행인건 가파른 계단도 짧게 끝나고 문수전까지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이다. 살짝 숨가프게 올라온 문수전앞에 서니 이래 멋진 선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문수전에서 굽어보는 백화산 깊게 굽이치는 계곡은 세상 근심을 잊게 한다. 경치가 어찌나 좋은지..
충북과 경북의 경계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반야사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눈이 제일 먼저 붉은 꽃 배롱나무가 강렬하게 반겨준다. 반야사는 그리 크지않는 작은 절집이다. 한달음에 꽃나무 앞으로 걸음이 빨라진다. 세상에나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8월, 여름 꽃 배롱나무는 지금이 한창이다. 백일 동안 피고지고 여름을 불태우는 여름꽃이다. 우리 주변에 배롱나무가 여기저기 참 많다. 그래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 나무를 알아볼 수 있다. 옆에 서있던 어떤 분은 '아! 이 나무가 배롱나무구나'한다. 빨간꽃을 피우는 나무 이름이 배롱나무임을 오늘에사 알게 되었다며 나못지 않게 신기해 한다. 배롱나무하면 반야사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된 배롱나무이다.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나만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더위도 못 견디겠고 나날이 폭발적으로 늘어만 가는 코로나확진자 수도 지치게 한다. 백신을 맞고나면 올여름은 마스크라도 벗고 살랑가 했더니만 이건 더욱 힘들어졌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단둘이 만나는 것 아니면 곤란하게 되었다. 살다살다 참 고약한 세상이다. 마침 아들네도 휴가를 가고 없는 사이 나름의 탈출구를 찾기로 하였다. 그래서 혼자가도 별 이상하지 않는 템플스테이를 생각해냈다. 가끔 절집을 찾아 템플을 하곤 하였는지라 처음도 아니고 하여 영동 반야사 템플을 예약하였다. 사실 반야사는 처음이고 반야사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를 생각하면서 템플스테이사이트에서 영국사를 검색하다가 마침 같은 지역에 있는 반야사에서는 백신접종 혜택을 주는 행사(5만원→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