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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화암사, 내 사랑/안도현 본문
화암사, 내 사랑/안도현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 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 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 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 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 주지는 않으렵니다
...................................................................................................
화암사가 그러하다. 어지간한 지도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고 밝히기를 꺼리는
그래서 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다.
십여 년 전쯤에 우연히 누군가
내게 귓속말로 알려 주었다. 화암사 한 번 가보라고...
숨어 있는 절이라고, 가보면 틀임없이 반하게 될 것이라고.
잘 늙은 절 , 화암사/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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