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까마득한 절벽끝 반야사 문수전 본문
반야사에서 저녁 공양을 한 후 잠시 쉬었다가 해가 설핏 기우는 시간에 문수전엘 올라갔더랬다. 문수전은 반야사에 오면 놓치면 안될 곳 중 한 곳이다. 지장전 옆에 자리한 절집 장독대를 지나면 좀은 가파른 계단이 문수전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은 길인 듯 하다. (나중에 일고보니 예전부터 있던 문수전 가는 길은 좀 많이 힘든 길이다)
좀은 가파른 계단은 아마도 어떤이에게는 숨차게 힘든, 어떤이에게는 그럭저럭 걸을만한 길일 터이다. 다행인건 가파른 계단도 짧게 끝나고 문수전까지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이다.
살짝 숨가프게 올라온 문수전앞에 서니 이래 멋진 선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문수전에서 굽어보는 백화산 깊게 굽이치는 계곡은 세상 근심을 잊게 한다. 경치가 어찌나 좋은지 탄성이 절로난다. 문수전 계단에 앉아 푸르른 산과 산, 쉼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껴봐야 한다. 여기가 무릉도원이지 싶다. 구비구비 저 산너머는 상주라고 한다. 백화산 구수천을 따라 상주시 모동면에서 영동군 황간면으로 오는 천년 옛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 길을 백화산둘레길 중 백화산 호국의 길이라 한다고.
문수전에는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한 미소를 보내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굽어보고 있었다. 법당은 작았고 신심 가득 담아 깊게 절을 하고 나왔다.
문수전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와는 다른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이 계단은 많이 가파르다. 예전부터 있던 문수전 가는 길인 것 같다. 새로 조성한 지장전에서 올라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
계곡으로 내려서서 보니 100여 미터나 되는 절벽 끝 망경대(일명 문수바위)에 문수전이 위치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보다 까마득히 더 높아 보인다. 망경대아래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조용하다. 수량이 많지 않아 물흐름이 느리다. 그래그런지 바닥엔 물이끼가 잔득 끼어 선듯 발이나 손을 담글 마음은 나지 않는다.
이 곳에 문수보살이 이끌어 조선7대 임금인 세조가 목욕을 하였다는 영천이 있다. 세조는 정변을 일으켜 어린 조카로부터 임금의 자리를 빼앗으며 많은 피를 흘린 왕이다. 야사에는 자신이 죽인 조카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가 세조의 꿈에 나타나 침을 뱉었는데 그 침방울이 튄 자리마다 종기가 생겨 고름이 나오고 썩기까지하며 피부병으로 고생을 한 왕이었다. 세조는 전국 각지의 온천과 약수를 찾아다니며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애를 쓴 장소들이 전해진다. 반야사도 그중 한 곳인 모양이다.
반야사를 문수도량이라 하는데는 세조대왕과 문수보살에 얽힌 설화에 기인한다.
조선 제 7대 임금인 세조대왕이 반야사를 중창하라 명하시고 회향법회를 열어 여러 보살님께 공양드리니 문수보살이 사지를 타고 홀연히 나타나 영천으로 인도하여 목욕할 것을 권했다. 이윽고 문수 보살은 "왕이 불심이 갸륵하여 부처님의 자비가 따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자를 타고 망경대 꼭대기에 올라 사방을 조망 하시다가 홀연히 사라졌다는 설화가 유명하다. 사찰 이름을 반야사라 한 것도 문수 보살의 지혜를 상징한 것이다.
세조가 말년에 불교에 심취하여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각종 사찰에 매우 많은 지원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유명한 불교 유적 중에는 이러한 세조의 흔적이 남은 곳이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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