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박노해사진전 ' 내 영혼의 순례길'/라 갤러리 본문
'라 갤러리'를 찾은 날...비가 내렸다. 아니 비오는 날 갔더랬다.
올 봄엔 참 비가 잦다.
초록 창틀 앞에 내놓은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초록이들이 눈길을 끄는 라 갤러리.
비오는 도시속에 사진전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커피 마시는 풍경, 샌드위치 곁들여...
'라 갤러리'는 2012년부터 박노해 시인의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동.아프리카. 중남미.아시아 등 가난과 분쟁현장을 걸어온 '지구시대의 유랑자' 박노해.
그와 함께 떠나는 '내 영혼의 순례길'
흑백 필름 카메라로 찍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사진, 시인이 직접 쓴 한 편의 시와 같은 캡션. 현지에서 수집해 온 월드뮤직을 들으며 산책하듯 천천히 관람하는게 컨셉이다.
'라 갤러리'는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가서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단 위치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라 갤러리 이층에 전시장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방해되지 않도록 가만히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의 사진이 내가 다녀온 곳들과 일치하는 곳이 많아 사진속 풍경들이 낯설지 않았다.
사진을 이해하기 쉽게 사진속 풍경에 대한 스토리가 나란히 붙어있다.
아침마다 짜이를 끓여주던 히말라야에서의 아침이 생각났다.
인도에서도 시장 상인들은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도 반가이 짜이를 나눠주었다.
짜이를 내미는 손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어느 해 티베트을 여행하며 혹은 쓰촨성 깊숙한 여행지에서 만났던 풍경과 흡사하다.
'마지막 순례길
"내 생의 마지막 순례길을 오체투지로 왔다오. 엎드려 대지와 하나가 되면 들꽃이 말을 하고 일어서 합장하면 하늘 구름이 말을 한다오. 일하고 살림할 땐 미처 귀 기울이지 못했는데 텅 빈 마음에 고요한 환희심이 차오른다오.
내 영혼이 낡은 육신을 떠나면 초원의 들꽃이 되고 독수리의 날개가 되어 다음 생으로 유유히 날아가기를 기도한다오."
내 그리운 '바그다드 카페'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머문
시리아 사막 길의 바그다드 카페
카페 주인은 전쟁터에 뛰어든 나를 위해
흰 양피지에 자신이 손수 그린
세상에서 한 장뿐인 지도를 내주었다.
이제 이라크와 시리아는 '여행금지국'이 되었다.
갈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이들은 늘 나를 부르고 있다.
내 그리운 바그다드 카페에서.
이 사진을 보는 순간 파키스탄 '훈자'라는 곳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 챘다.
세상없이 달디 단 살구가 지천으로 굴러 다니던, 빙하가 녹은 물이 산비탈 마을을 구비구비 돌아 나가던.
그 차갑고 회색빛 나던 물을 마시며 멱을 감던 동네 꼬마들.
산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와 강.
'가슴 시린 풍경' 하나 품고 산다는 것.
'가슴 시린 사람' 하나 안고 산다는 것...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바람이 불어오면
에디오피아 고원에 바람이 불어오면
아이들은 어디로든, 어디로든 달려 나간다.
초원을 달리고 흙길을 달리고 밀밭을 달린다.
허기를 채우려는지 온기를 찾는 것인지
소년은 소녀를 만나고, 친구는 친구를 부른다.
바람이 부는 날이며 내 영혼은 달려 나간다.
어디로든, 어디로든, 그리운 네가 있는 쪽으로.
라 갤러리를 갔다온지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박노해 사진전 '길'이 끝나고
2021년 6월8일 부터 2021년 9월 26일까지
박노해 시인의 새 전시 '걷는 독서' 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연락처를 남기고 왔더니 문자로 알려왔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안시성' (0) | 2021.06.24 |
---|---|
노매드랜드Nomadland (0) | 2021.06.20 |
절대쌍교2020/넷플릭스 중드 (0) | 2021.05.31 |
중국의 붉은 별/에드가 스노우 지음 (0) | 2021.05.19 |
빨간머리앤 시즌1~3/넥플릭스 (0) | 202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