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라이언Lion' 본문
5살 인도에서 호주까지 - 7,600km의 거리
영화의 배경은 1986년, 5살의 사루는 형 구뚜와 함께 달리는 기차에서 석탄을 훔쳐 우유를 사오곤 한다. 인도 칸드 지방의 빈민지역에서 가난하지만 엄마와 삼 남매가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사루는 일 나가는 형 구뚜를 따라나섰다가 비어있던 기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고, 그 사이 기차는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도시 캘커타에 도착한다. 낯선 기차역에서 홀로 남겨진 사루는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기억나는 것은 형 '구뚜'의 이름과 정확하지 않은 동네 이름뿐.
사루는 폐지 위에서 잠을 자고, 인신매매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그렇게 수 개월을 거리에서 방황하다 우여곡절 끝에 미아보호소로 가게 된다.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연고가 없는 사루는 1987년 호주 타즈메니아 호바트의 평범한 가정에 입양된다.
30살, 호주에서 인도까지 - 25년의 시간
양부모와의 사랑과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잘 성장한 사루는 20년 후 대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인도 출신 친구의 초대자리에서 과거 형에게 사달라고 조르던 빨간과자 '젤라비'를 보게 되면서 강한 충격을 받는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살아나 혼란스러운 사루. 사루에게 가족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다는 것을.
친구들이 세상의 모든 지도를 볼 수 있다는 구글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사루는 형과 헤어진 기차역에 커다란 물탱크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기차 안에 있었던 시간들을 계산하면서 1986년의 기차 속도를 곱해 자신이 내렸던 캘커타에서 오차범위를 설정하고 반경 내의 물탱크가 있는 모든 역 주변을 위성사진으로 하나하나 확인해 나간다. 그 많은 기차역을 검색해서 일일이 탐색하는 일은 몇 년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위성사진으로 결국 3년 만에 고향 가네샤 탈루이를 찾을 수 있었다. 기차역의 물탱크...형과 함께 걸었던 길... 집으로 가는 길...바로 그곳이었다.
2012년, 7,600여 킬로미터를 돌아 마침내 고향을 찾은 사루는 잃어버린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25년 동안 기다려온 어머니를 기적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형 구뚜는 그날 플랫폼에서 기차에 치어 세상을 떴다고. 영화 말미에는 실제 인물들이 인도에 가서 만나는 장면을 붙여놓아 감동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루의 본명인 '셰루Seru'가 '사자Lion'라는 뜻이며 영화 제목의 라이언은 사루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길을 잃은지 25년 후, 희미하게 남아있는 5살의 기억만으로 구글어스를 통해 집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사루는 결국은 해냈다. 넓디넓은 땅 인도의 작은마을은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그닥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었을 것이므로 사루가 기억하고 있던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기어이 고향을 찾아내었고 마을 역시 25년 전 기억 속 그대로였다. 달라지지 않은 고향의 모습, 집으로 가는 골목길, 그 골목끝에서 엄마는 언젠가 사루가 찾아올 것이라 믿고 이사를 하지 않았고 사루를 만날 수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당연히 해피엔딩일 것을 알고 보게되었고, 영화 속 긴 여정이 가슴 뭉클한 따뜻한 영화였다. 5살 사루는 말(힌두어)도 통하지 않는 (뱅골어를 쓰는)낯선 도시에서 노숙생활을 하기도 하고,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사루가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잘 자랐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는 매년 8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실종됩니다. 길을 잃어버린 전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이 영화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라는 자막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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