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평해길 6길 거무내길(원덕역 ~ 지평역) 본문
시간이 머무른 계절의 정취가 시작되는 낭만의 길
거무내길은 강변도로의 버드나무 숲을 지나 도심에서 자연으로의 여정이 시작되는 길입니다. 검은 물빛의 흑천길을 걷다 보면 자연에 동화된 자신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흑천은 냇물바닥에 있는 검은색 돌에 의해 물빛이 검게 보인다 하여 흑천이라 불려졌고, 이 때문에 인근 마을은 거무내마을로 오랫동안 불려졌습니다. 코스 자체는 평탄한 길이지만 논길과 숲길, 개울을 지나며 사계절의 서로 다른 향음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하면 좋은 사람과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경기옛길 평해길 6길 : 양평역~원덕역 ~ 용문역 (17.7km) (경기옛길 홈페이지)
기차는 서지 않고 전철만 서는 원덕역
원덕역은 양평역과 용문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1940년 중앙선이 원주까지 개통될 때부터 있었던 역인데,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1965년 보통역으로 승격되는 것을 보면 당시 원덕역을 이용하는 승객수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이용량의 변화에 따라 무배치간이역, 배치간이역을 오가다 2009년 12월 수도권전철 경의중앙선이 용문까지 운행됨에 따라 전철만 정차하게 되었다. 무궁화 열차는 이제 이 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니 더 이상 기차역은 아닌 셈이다.
평해길 6길은 양평역이 출발지이나 원덕역에서 하차를 하였다. 그리고 7길인 지평향교까지 추가로 걷기로 하였다.
한번 오고 가는 거리가 워낙 먼 곳이라 두 구간을 걸쳐 걷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원덕역에서 용문역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섰다.
그렇게 원덕역에서 시작한 거무내길은 평해길 리본도 있으나 물소리길 안내가 잘 되어 있어 둘 중에 눈에 먼저 띄는 것을 따라 걸으면 될 터이다.
쭉 뻗은 농로를 따라 양쪽으로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안을 들여다보니 여러 종류의 쌈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비닐하우스 갈림길에서 공사구간이라며 임시우회길안내가 있어 물소리길 리본을 따라 왼쪽길을 따라간다.
벼이삭이 어느새 실하게 영글었다.
묵직한 이삭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 숙인 벼를 보니 기분이 뿌듯하다.
우리 논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걸 보고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한다지요?
잎도 하얗고 꽃도 하얀 설악초이다.
하얀 잎이 마치 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사이에 작은 꽃이 있다.
꽃 속에 작은 꽃이 또 피어있는 것 같아 보인다.
설악산 흰 눈을 상상하며 설악초 이름을 외웠다. 이 방법이 좋았는지 오래도록 이름을 까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작은 이정표도 놓치지 않고 매의 눈으로 찾아서 걷는다.
왼쪽으로~
좀 전 공사구간이라 우회하지 않았다면 흑천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예서부터 한동안 오른쪽에 흑천을 끼고 걷게 된다.
제법 너른 운동장이다.
축구골대가 있으나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인 듯 무성한 풀들이 운동장을 점령하여 그야말로 천연 잔디구장(?)이 되었다.
앞서 걷던 남편은 갑자기 몸을 숙여 논에서 우렁이 하나를 건져냈다.
논바닥에 우렁이가 많다고 놀라워했다.
남편은 어릴 적 논에서 우렁이를 많이 보았으나 한동안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우렁이가 자라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 한다.
이렇게 들길을 걷다 보니 잊고 있었던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보이는 다리를 건너간다.
냇물바닥에 있는 검은색돌에 의해 물빛이 검게 보인다 하여 '흑천'이라 불려졌단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물빛이 검게 보인다.
문득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이런데서 살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우렁이가 맘에 들었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작은 가게가 있다.
오전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아침도 거르고 일찍 나선 터라 배도 슬슬 고프고 하여 우리는 이곳에서 캔커피를 사서 가져간 샌드위치와 함께 먹었다.
캔커피가 또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새삼 놀랐던 아침이다.
가게 평상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한가롭고 좋았다. 좀 전에 건너온 다리에 솟대소원다리라고 적혀있다.
막다른 길인가 싶은 곳이다.
농원의 정문이 있는 곳이라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데 정문 바로 왼쪽 옆으로 평해길, 물소리길이 나있다.
개인사유지이므로 주의해야 할 구간인 듯싶다.
농원 울타리를 끼고 잠시 걷는 짧은 구간이긴 하지만 나무도 우거지고 길이 예뻤다.
멀찌감치 앞서 걷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이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고 한다.
평해길은 리본을 보고 대강만 아는 눈치다.
거의 매일 이 구간을 짧게 걷는다며 우리가 궁금한지 질문이 많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느린 그녀를 뒤에 두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정자가 있었으나 먼저 차지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지나친다.
흑천을 바라보고 있는 한때는 괜찮았을 호텔인 듯싶은 건물은 폐가가 된 지 좀 되어 보인다.
주변이 을씨년스럽다.
폐건물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면 우틀하여 평해길은 건물 앞으로 진행하여 이번엔 흑천을 오른쪽에 두고 간다.
정방향을 가리키는 동그란 안내를 따라간다.
와~~~
빌라 입구에 왕대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라는 물소리길 코스변경표시가 있었으나 우리는 다리를 건너 그냥 도로를 따라 직진하였다.
개성하이빌이 있는 곳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용문읍내로 들어섰다.
모처럼 면소재지의 소박한 풍경을 보며 용문역 방향으로 향했다.
앞쪽 농협이 있는 곳 방향으로 진행하면 평해길 7길 지평향교길로 이어진다.
6길 거무내길이 끝나는 용문역을 지나 내쳐 7길을 걸을 것이므로 용문역사 앞까지 가지않고 진행해도 되는데
굳이 역사앞까지 갔다.
용문역사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이곳은 평해길 6길인 거무내길이 끝나고 7길 지평향교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지체없이 지평향교길은 이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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