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평해길 1길 망우왕숙길 본문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은 9월 들어서자 남편을 앞세워 경기옛길 평해길 1길을 걸었다.
평해길은 10길까지 있는데 그중 3, 4, 5길까지는 걸었고 그동안 7-8월 한 더위를 피해 쉬었다.
경기옛길 평해길은 조선 시대에 사용된 6대로(삼남길, 의주길, 영남길, 평해길, 경흥길, 강화길) 중 주요 간선도로의 하나로 서울에서 경기도 동부를 통과하여 강원도 강릉을 지나 동해안의 해안선을 타고 평해까지 잇는 최단거리의 노선을 '평해로' 또는 '관동대로'라고 불렀다. 이 도로는 옛길을 찾아 새길을 걷는 장거리 역사문화탐방로이다. 평해길은 현재 경기도 행정구역상으로 구리, 남양주, 양평을 경유한다. (경기옛길 홈페이지 참고)
7호선 상봉역 5번 출구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딸기원에서 하차를 하였다. 홈페이지를 보면 경의중앙선 구리역에서 딸기원 가는 버스를 타라고 되어 있으나 7호선을 타고 왔으니 상봉역에서 내려 딸기원 가는 버스를 탔다. 딸기원 방향으로 가는 여러 대의 버스 중 가장 먼저 온 202번을 탔고 버스정류장 6개 정도를 지나 내렸다.
막 버스에서 내려 방향을 잡지 못해 어리둥절 잠시 헷갈려하다가 버스가 오던 방향으로 뒤돌아 조금 걸으니 절집 삼봉사 이정표 아래 평해길 제1길 망우왕숙길 스탬프함이 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럴 때 진심 기쁘다~~
평해길 제 1길 망우왕숙길 스탬프함이 있는 시작점이다.
딸기원 ㅡ 구리시청 ㅡ 구리역 ㅡ 미음나루 (8.8km, 2시간 40분)
스탬프를 찍고 구리시청 방향 이정표를 보고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알리는 해태상이 있는 망우리 고개는 평해길 노선 중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오는 첫 관문으로 근심을 잊는다(忘憂)는 의미를 가진 고개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무학대사에게 자신이 묻힐 묏자리를 알아보게 하였는데 검안산 기슭인 건원릉에 자리를 잡게 되자 태조가 자신의 묏자리를 둘러보고 돌아가던 중 이 고개에서 이제야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겠노라고 했다는데서 이 고개를 망우고개라고 불렀다 한다.
서울과 구리 경계를 알리는 해태상을 지나 좀 전에 버스를 타고 지나쳤던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 들어선다.
남편은 망우리 공동묘지라고 알고 있는데 공동묘지라는 어감이 좋지 않았는데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좋다고 한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유관순 열사 외에도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 화가 이중섭 등 수많은 역사적 위인의 묘소와 마주할 수 있는 역사교육의 공간이다.
유관순 열사가 합장된 이태원묘지 무연분묘가 있다.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 후 '이태원 공동묘지'에 무연고 묘에 묻히게 된다.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돌아가셨고 유관순 열사의 후손이 없어서였다. 이후 1936년 이태원 공동묘지를 망우리 공동묘지로 이장하면서 무연고 묘들을 화장하여 합동묘와 위령비를 세웠는데 그 무연고 묘 속에 유관순 열사도 있었던 것이다.
유관순 열사를 이렇게 밖에 기릴 수 없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남편은 이런 사연들을 접하고 망우리를 벗어날 때까지 한참 동안 우울해했다.
평해길은 갑자기 좌측 구리시청 방향으로 꺾어서 내려가게 된다.
언듯 이 길이 맞나 싶은데 평해길 리본이나 이정표가 촘촘하게 잘 되어 있어 안심하고 길을 따라간다.
구리시청 앞에서 도로를 건너간다.
도로를 건너니 이문안호수공원이다.
호수가 크진 않지만 제법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져 예쁜 모습이다.
망우왕숙길은 이제 구리시청을 지나 구리전통시장으로 안내가 되어 있다.
이문안호수공원에 이미 지고 있는 연꽃이 태반이지만 그럼에도 역시 연꽃은 예쁘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먹고 가는 게 편하겠다 싶어서 구리전통시장을 거의 다 지나치다
점심특선으로 하는 민물새우 손수제비를 먹었다. 수제비는 좋았으나 국물이 짠데 (나만 그런지) 남편은 연신 맛있다며 잘 먹는다. 그러면서 장수막걸리 한 병을 주문하여 시원하게 들이켠다. 이 양반은 언젠가부터 이렇게 걸을 때 점심시간에 막걸리 마시는 재미가 톡톡히 들었다.
구리전통시장을 지나면서 구리역 방향 이정표를 보며 길을 건넌다.
롯데백화점을 보고 길을 건너면 구리역이다.
구리역 인근에 지인의 집이 있어 대충 아는 곳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도심으로 들어오면 자칫 길을 잃기 쉽다.
어떤 땐 이정표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찾아봐야 한다.
구리역을 지나며 구리광장이 나온다. 그곳에 평해길 망우왕숙길 안내문이 있다.
우리가 가야 할 합수머리세월교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확인하고 구리광장을 지나간다.
구리광장을 지나 구리역 뒤쪽 도로를 따라 구리시 보건소 뒷길과 인창도서관 후문을 지나면 왕숙천으로 가는 길이다.
인창고등학교도 보인다.
도로를 건너 왕숙천으로 내려서니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요 며칠 비가 자주 내려서인지 왕숙천 수량이 제법 많다. 몇 개의 징검다리도 있었으나 물이 넘쳐 건널 수는 없겠다.
햇볕이 장난 아니게 뜨거운 한낮이라 그늘 한 점 없는 천변을 걷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다.
일단 시작 전에 배낭에 넣어온 사과를 먹고 가기로 했다.
청송 후배가 보내온 올해 처음 먹어보는 햇사과
홍로이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요즘 아침마다 사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덟 밤을 유숙한 곳이라 전하는 왕숙천은 현재 자전거길과 산책로, 다양한 체육시설과 휴게시설을 갖춘 시민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한편에 있는 벤치에 경기옛길 평해길의 시그널도 있어 사진을 찍었다.
한낮의 해는 뜨겁지만 물놀이하기엔 좀 춥지 않을까 싶은데 늦더위를 즐기는 아이들이 있어 물놀이장이 떠들썩하다.
지나며 드는 생각, 물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저렇게 신나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이라니.
그나저나 그늘 한 점 없는 이런 길을 걷는 것은 정말 재미도 없고 멋도 없다.
아이고~~ㅠ
평해길 이게 뭐라고.
종점까지 1.2km 남았단다.
길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어보자~~
남은 거리 1.2km~~~
앞에 보이는 합수머리 세월교를 건너자마자 오늘의 목적지이다.
그리고 제2길인 미음나루 시작점이다.
미음나루길이 시작되는 곳이라 계속 걷기로 하였다.
먼저 걸었던 티벗 연꽃님의 경험을 토대로 제2길 미음나루길을 내쳐 걸어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덕소역까지 걷기로 하였다. (목적지까지 한 시간 반 정도 더 걷게 된다)
현재 시간 오후 2시가 되어 가는 시간이다.
햇볕은 쨍쨍이었으나 한여름 무더위는 아닌지라 그런대로 걸을 만 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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