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평해길 제8길 고래산길 역방향, 일신역~석불역 본문

경기 옛길

경기옛길 평해길 제8길 고래산길 역방향, 일신역~석불역

다보등 2023. 10. 10. 22:30

9월 23일 청량리역에서 오전 11시 39분 새마을호를 타 56분을 달려 일신역에 도착을 하였다. 일신역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있는 중앙선의 철도역이다. 역무원도 매표창구도 없는 역이다. 그만큼 이용객이 없는 역이다. 고래산길은 시종점이 모두 교통편이 불편하다. 일신역 주변은 아무것도 없이 한창 여물고 있는 논만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런 허허벌판(?)에 역을 만든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일신역에서 나와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물소리길 안내를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나섰다.

날씨는 어쩌면 이렇게 좋단 말인가~

 

8길 고래산길은 석불역에서 출발을 하여나 하나 청량리역 출발 석불역 도착 기차표는 매진이었다.

하여 예매 가능한 일신역서부터 역방향으로 걷기로 하고 석불역에서는 청량리로 돌아오는 표를 예매해 둔 상태다.

 

 

물소리길 안내
중앙선이 서는 일신역

 

뒤돌아본 일신역

 

일신역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고래산길은 처음 시작은 룰루랄라 노래가 절로 나오게 예쁜 풍경으로 시작을 했다.

한국판 영화 '리틀포레스트'가 생각나는 빨간집과 키 큰 나무 한그루...(저런 풍경은 누가 봐도 반할 만하다)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멈추고 언제라도 마음 편히 나를 받아 줄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무지 부러운 일이다.

그림같은 풍경이다.

 

 

 

경기옛길 평해길 제8길 고래산길

고래산길은 동화 속 그림 같은 역사의 모습을 지닌 석불역에서 출발한다. 망미리 마을회관을 지나 만나게 되는 고래산 임도길은 아무도 없는 고요함을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지저귀는 새소리와 상쾌함을 전해주는 바람 소리는 도보 여행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다. 고래산길 구간은 함께 하고 싶은 이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경기옛길 홈피)

고래산길(18.3km)

석불역 - 고래산임도입구 - 고래산임도출구 - 구둔역

 

 

마냥 경치에 반해 앞만 보고 갔으면 마을 위쪽에 나무 사이로 살짝 지붕만 보이는 구둔역을 지나칠 뻔하였다.

평해길 8길 고래산길은 원래 일신역에서 시작이었으나 최근에 시.종점이 구둔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어차피 구둔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므로 기차를 타고 왔다면 일신역에서 내려 시작을 해야 하니 바뀐 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옛 중앙선 철도는 평해로의 노선과 유사하게 놓여 있었다. 하지만 경의중앙선 철도복선화 공사 때 산간 지역을 우회하던 철도 노선이 최단거리를 지향하며 직선화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철도는 평해로 노선과 상당히 달라졌다.

현재 평해로가 지났던 구둔마을로 우회하던 중앙선 철도도 노선이 변경되어 레일이 일부 철거되었고, 구둔역 또한 폐역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구둔역사는 옛 기차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남아 있다. 

 

구둔역

 

구둔역은 청량리에서 강릉, 태백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화물들이 오가던 역이지만 청량리 -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기존 노선이 변경되어 폐역이 되고 말았다.

대신 이곳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구둔역을 대신할 일신역이 생겼단다. 그래서 그 허허벌판에 일신역을 만들었나 보다.

 

 

구둔역은 2012년 <건축학개론> 영화촬영지로 사용된 적이 있고, 이후로도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정말 재밌게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구둔역 장면은 생각이 안 나는 건 뭐지? 그게 구둔역이었나?

 

구둔역에서 나와 마을길을 따라 직진으로 내려간다.

 

대추나무와 경기옛길 리본

 

마을 앞에서 얕트막하게 누워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이 고래산이란다.

산세가 고래모양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나중에 저 산 임도를 걷게 된다. 총 18.3km 중 12.5km 임도를 걸어야 한다니 미리부터 질린다.

 

 

일신 2교 앞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농로를 따라 직진이다.

그늘 한 점 없는 농로는 곧고 길게 뻗어있다.

해을 마주하고 걸어야 해서 이럴 땐 모자도 소용이 없다. 양산을 갖고 가길 잘했다.

양산은 여름 걷기엔 나의 필수품이다.

 

 

우리는 지금 석불역으로 가는 중입니다~

 

 

벼 수확을 하고 있는 농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알아서 척척 일을 해주는 농기계들에 세상 편해졌다며 우두커니 서서 구경을 하는 남편에게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며 재촉을 했다. 사실 그렇게 치면 집안일은 말할 것도 없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농로를 벗어나 도로로 나오니 왼편으로 고래산임도출구라는 안내판이 있다.

그 옆에 고래산 등산 안내도도 있다.

 

 

양평군 동남쪽 여주시 북내면과 경계를 이루는 고래산(542m)은 산 남동쪽으로 옥녀봉(419m), 남서쪽으로 우두산(460m)을 거느리고 있고 산세가 고래모양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적혀있다.

 

 

 

입구는 차량 통행을 막고 있으나 사람은 옆으로 지나갈 수 있다. 

정방향에서 오면 이곳은 고래산임도출구이다. 역방향으로 걷는 우리는 출구를 입구처럼 생각하고 임도로 들어섰다.

이때가 오후 1시 46분이다.

 

 

길에는 밤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을엔 이런 재미가 있다며 신나 하는 남편은 자꾸 뒤처진다.

늘 나를 앞질러 저만치 가던 양반이 갑자기 웬 밤 욕심을 그리 내는지.

 

 

밤을 줍느라 늦은 남편을 기다리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을 먹어야 했다.

우리 동네에서 사 온 김밥과 미니사과 루비에스를 먹었다. 한 개씩 와삭 깨물어 먹는 미니사과는 먹는 재미가 있다.

남편은 꼭지만 남기고 싹 다 먹어버려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이리저리 발라 먹기 귀찮다나 어쨌다나.

 

 

시원한 물소리에 잠시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후로 산을 다 내려갈 때까지 물은 만나지 못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요즘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도 숲이 울창하다. 

나무들이 빼곡한 숲을 걸을 땐 늘 감탄하게 된다.

 

 

남편은 밤 줍는 재미가 쏠쏠한 가 보다.

자꾸 밤을 주워 배낭에 넣는다.

그만 주우라 해도 말을 안 듣네.

 

 

밤 줍는 재미도 그만이고 딱히 이렇다 할 것이 없는 지루한 임도이다.

분명 경기옛길 평해길을 걷는 중인데 조선시대에는 없었던 근대에 와서 산림자원을 관리할 목적으로 만든 임도를 왜 걷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고래산 임도를 걷는지 당최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임도를 걷고 또 걸으며 이 길을 지정한 관계자를 소환하고 또 해 본다.

고래산정상 3.0km

무왕3리마을회관 0.8km라고 적혀있다.

우리가 가야 할 고래산임도입구는 얼마나 남았는지.

 

 

산을 점령한 칡넝쿨...

이러면 나무들이 살 수가 있나...

 

 

다시 나타난 이정표에는 고래산 정상까지 1.0km라고 적혀있다. 

우리가 설마 고래산 정상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길은 험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임도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고래산 정상이 1km라고 하더니 정상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가파름 그 자체다. 

걷는 도중에 의자라고는 임도 들어서며 초입에서 한번 보고 세 시간을 걸어 두 번째 의자이다.

길도 이리 긴데 의자라도 좀 자주 있으면 누가 뭐래?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다.

아까 고래산임도출구로 들어선 게 1시 46분이었는데 거의 세 시간 가까이 걸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임도 끝은 어딘지 알 수가 없네.

 

 

고래산임도입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왜 안 알려주는 거임~~

궁금하지 않은 고래산 정상과 무왕3리회관만 자꾸 알려주네.

 

 

갑자기 물소리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 평해길 이정표도 얌전히 서있다. 

고래산임도입구라고 적혀있는 표시를 보고 뒤돌아서서 보면 이 길이 맞나 싶게 풀이 무성한 길이 보인다.

 

 

이렇게!

 

 

그 길을 빠져나오니 갑자기 앞이 확트였다.

마을이다!

임도가 끝났다는 신호이다.

 

 

모양은 가정집이지만 백운정사라는 사찰이다.

 

 

 

탁 트인 시야 속으로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정방향으로 왔다면 이 마을이 이리 반갑지는 않겠다. 임도 끝에서 만난 곳이라 반가웠다.

 

 

 

 

드디어 그리도 바라던 고래산임도입구로 나왔다.

이게 이렇게 기쁠 일인가 하면서 함박웃음이 절로 났다.

 

 

어느새 벼가 무르익어 황금빛을 띠고 있다.

조만간 수확을 하게 되겠다.

 

 

길은 리본이나 이정표가 잘 이끌어 주니 발걸음도 빨라진다.

 

 

드디어 석불역이다~~!!!

 

 

석불역에 가까이 가니 평해길 스탬프함이 얌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라.

남편과 나의 스탬프북에다 도장을 찍고 석불역으로 갔다.

 

 

초록색 지붕으로 된  지하도를 지나서 석불역 앞으로 가게 된다.

 

 

장난감도 아니고 예사롭지 않은 석불역사이다.

파란 집에 빨간 지붕이라니. 색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렇고 아주 작은 역이다.

동화 속 그림 같은 석불역은 24시간 운행하는 역이 아니라 하루 상, 하행 모두 8회만 정차하는 역으로 열차 정차시간이 아닐 때는 역사가 잠겨 있는 간이역이다. 

화장실 이용을 하고 나오니 역무원이 나오며 6시면 문을 닫는단다.

다음 기차 오는 시간에 맞춰 7시에 문을 연다면서 그동안 자기는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올 것인데 우리는 어찌할 거냐 묻는다. 

조금만 늦게 왔어도 화장실 이용도 못할 뻔했다.

천만다행이다.

역 근처에 카페나 식당이 있냐 물었더니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어디 들어가 있을 곳이 없으니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택시를 불러 용문역으로 갈 수도 있지만  용문역에서 전철을 타면 택시비에 청량리까지 가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므로 석불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기차표는 예매해 놓은 상태이니 기차를 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니 한 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겨울 같으면 밖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것이 무리일 수 있으나 뭐 아직은 날씨도 그만하고.

 

 

7시가 되기 전에 역무원이 돌아왔다.

우리를 밖에 두고 간 것이 마음에 걸려 일찍 나왔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달이 반달이라 찾아보니 오늘은 양력으로 23일이고 음력으로는 아흐레날(9일)이다.

추석이 일주일 남았다.

그동안 달은 점점 커지겠다.

 

 

 

우리는 석불역에서 19시 14분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에 20시 05분에 도착을 하였다.

51분 걸렸으니 석불역에서 한 시간 기다릴 만하였다.

다시 1호선으로 환승하여 한 시간을 더 가 우리 동네에서 전주콩나물국밥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