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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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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옛길

경기옛길 경흥길 제2길, 천보산길

다보등 2023. 10. 23. 12:00

천보산은 '하늘 아래 가장 보배로운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천보산에는 조선 선조의 후궁인 정빈 민씨를 비롯해서 인성군, 화룡군, 화창군, 화춘군, 능창군 등 왕손들의 묘가 곳곳에 있다. 특히 의순공주의 한 맺힌  이야기는 우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천보산길은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산재된 길이다.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찾으며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걸어온 길이 새롭게 보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경기옛길 홈페이지)

천보산길(10km)

의정부역 - 동오역 - 천보산입구 - 현충탑 - 축석고개삼거리

 

추석연휴라 상가들 대부분 문이 닫혔다

 

10월 2일 월요일 의정부역에 내려 나가는 곳으로 따라 가다보니 지하상가로 나가는 출구도 있다. 자세히 보니 6-2번 출구가 표시가 되어있다. 오늘 우리가 의정부역 5번출구에서 지하상가 6-2번 출구를 찾아 가야하는 곳이므로 역 출구가 아닌 상가 방향으로 따라 가보았다.

결론은 의정부역으로 나가지 않고 지하상가로 연결된 출구를 통해서 단번에 6-2번 출구를 찾았다.

 

 

 

어제 제1길 사패산길을 마치고 의정부역 5번출구로 나와서 오늘 걸을 경흥길 2길 천보산 스탬프 위치를 파악하고 내친김에 미리 도장까지 찍어 놓은 덕분에 의정부역 5번 출구에서  지하상가 6-2번 출구를 찾아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미리 피하게 되었다.

 

태조 이성계동상

 

6-2번 출구로 나오니 태조 이성계 뒷모습이 보인다.

얼굴 뵙고 문안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눈도장 찍고 길을 나선다.

보니까 5-3번 출구로 나와도 태조 이성계 상과 마주치게 된다.

 

 

태조 이성계상 뒤편으로 잘 조성된 공원의 물길을 따라 가면서 경흥길 2길이 시작된다.

 

 

그래도 매의 눈으로 리본을 다시 확인하며 걸어간다.

도심에서는 자칫 길을 잃을 염려가 있어 매순간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축석고개삼거리 길안내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왼편으로 향한다.

 

도심에서 경흥길 안내 리본은 광고속에 헷갈리기도 하고 매연에 찌들어 보기 민망한 것들도 많다.

경흥길 리본은 보라색이다.

 

 

운동기구에 작은 표시로 왼쪽을 가리킨다.

이것도 놓치고 직진하면 안됨.

 

 

경사로를 내려가면 자전거 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우리는 생각없이 그냥 직진했다가 안내 시그널이 보이질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앞쪽으로 보이는 중량천 다리를 건너간다.

 

 

초록색 길을 따라 직진이다.

그전에 중량천에 물고기들이 어찌나 많은지 잠시 구경하였다.

안양천에도 어른 허벅지 만한 물고기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중량천 역시 그랬다.

 

 

그늘 한 점 없는 길을 걷다가 반대편 그늘진 길로 걸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길은 왼편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자칫 그늘을 찾아 반대편에서 걸었다면 낭패다. 그러니 그늘없는 길이라도 참고 가야한다.

나는 양산을 쓰고 걸으니 그나마 괜찮은데 남편은 늘 모자 하나에 의지하고 걸으니 팔과 얼굴이 새까맣다.

무슨 배짱인지 선크림도 바르지 않는다. 

 

 

곳곳에 있는 이정표를 주의깊게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꽃동네 경로당, 예쁜 꼬마 어린이집 앞을 지나며 멀리 산이 빼꼼 보인다. 아마도 저 산이 천보산인 모양이다.

산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김밥과 캔커피를 사서 배낭에 넣었다.

 

 

천보산 소림사가 보이고 하얀 트럭이 있는 쪽에서 초록 펜스를 끼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전 천보산 초입에는 기구한 삶을 살아간 의순공주, 일명 족두리 묘가 있다.

족도리묘에 대한 설명문이 있어서 옮겨 보았다.

 

 

금오동 천보산에는 일명 족두리 산소가 있다. 조선 효종 때 청나라에서 조선 공주와 혼인을 맺고자 하였고 당연히 조선의 입장에서는 공주를 보내기 싫어했다. 평범한 백성을 보내려고 하나 혹시나 발각될까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종실인 금림군 이개윤이 자기 딸을 보낼 것을 자청하고 나서 조정에서는 그녀를 의순공주라 칭하고 사신과 함께 보냈다. 청나라로 가는 도중 평안도 정주에 다다르자 '짐승보다 못한 오랑캐 놈들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고 생각한 의순공주는 가파른 벼랑위에서 푸른 물에 몸을 던져 정조를 지켰다고 한다.

물에 빠진 공주를 찾을 수는 없었고 쓰고 있던 족두리만 건져 천보산에 의관장을 해서 지금도 족두리 산소라 불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전설일 뿐 의순공주는 청나라로 시집을 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청나라에서 의순공주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고 한다. 남편인 도르곤이 혼인 후 1년 만에 낙마 사고로 목숨을 잃은데다가 역모죄로 몰리며 의순공주는 부하 장군에게 넘겨진다. 1년 후에 또 남편을 잃게 된 의순공주는 청나라에서 궁핍하게 살아간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딸을 데려오는데 조선에서도 환향녀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살아가게 된다. 개다가 왕의 명을 받지 않고 데리고 왔다고 하여 아버지는 관직을 잃는다. 

 

 

효종이 세상을 떠나고 현종이 즉위하자 공주 작위를 몰수하고 공식적인 지위도 효종의 양녀에서 '이개윤의 딸'로 격하되었다. 의순공주는 공주라는 이름도 빼앗기고 주변의 냉대속에  귀국한 지 5년만이 29살의 젊은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쳤다. 이런 의순공주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의순공주대제라는 '굿'이 매년 이른 봄에 열린다고 한다.

 

이 사진 속 무덤은 족두리묘가 아닐 수도 있어요.

고만고만한 무덤들이 몇 개 있었는데 지나치다가 찍은 사진이여요.

관리가 안되고 있어 현재 족두리묘는 의순공주 삶 만큼이나 가려한 무덤이라고 합니다.

 

 

 

천보산에는 조선 선조의 후궁인 정빈 민씨를 비롯해서 인성군, 화릉군, 화창군, 화춘군, 능창군 등 완순들의 묘가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경기옛길 제2길 천보산길이 지나는 곳에서는 선조의 일곱 째 아들인 인성군묘를 지나 가게 되는군요.

 

 

인성군 이공(1588~1628)은 선조의 제7자로 어머니는 정빈 민씨이다. 선조 32년(1599) 12세에 인성군에 봉해지고 사옹원 과 종부시의 도제조와 종친부에 유사(有司)를 겸직하였다.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관대하면서도 엄격하여 관기를 확립했고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폐위를 주장했다.

이로 인하여 인조 원년(1632) 인조반정 때 이귀 등에 의해 처벌이 논의 되었으나, 왕의 불허로 무사했다. 이듬해 그는 이괄의 난 때 적당 가담의 죄로 한때 유배되었고, 인조 6년(1628) 유효립이 대북의 잔당을 규합, 모반을 기도할 때 왕으로 추대되었다

하여 다시 진도에 유배되었다가 곧 자살을 강요받았다. 1637년에 복관되었다.

 

 

생전 인성군은 다섯 번의 역모에 연류되었다. 앞서 네 번의 역모는 인성군의 결백을 믿으며 조정 대신들을 설득한 인조의 비호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다섯 번째 역모의 상소를 받은 인조는 더 이상 인성군을 감싸주지 못한 채 스스로 자결하기를 권유한다. 인성군에 대한 역사적 의견은 분분하지만 당파싸움의 희생양이었다는 설도 지배적이다. 

 

 

인성군 묘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 오면 소풍길 갈림길에 화장실도 있다.

소풍길 현충탑으로 가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리본을 확인하고 계곡을 건넜다.

 

 

산 능선 정상부에 갑자기 성벽같은 모양의 커다란 돌덩이들이 줄지어 있어 놀랐다.

성벽 느낌이지만 아닌듯.

 

경흥길리본과 소풍길리본

 

미끄러지기 딱 좋은 마사토 내리막길이 한참 이어진다.

 

 

그러다 다시 걷기 편한 길로 이어진다. 산은 이래서 늘 긴장하며 걷게 된다.

이런 길들은 걷는 재미도 있다. 

 

 

굴다리를 지나고

 

갑자기 산을 벗어나게 된다.

횡단보도 건너 직진하면 버스정류장을 지나 바로 왼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시집이 나타났다.

국수집 규모라고 하기엔 너무나 커서 놀랐다.

이런 국수는 일부러 오기는 뭣해도 지나는 길이니 한번쯤 먹어봐도 좋을 듯 한데 추석연휴 휴업중이라 아쉬웠다.

닫힌 문만 해도 무슨 관공서 느낌이다.

 

국시집 정문

 

이 국시집 정문 바로 왼편으로 끼고 계단으로 올라선다.

축석고개밑마을을 경유하는 코스이다.

 

 

전체적인 느낌으로 길이 너무 좋았다.

소나무 우거진 길을 종일 걷는다.

 

 

백석이고개로 가는 줄 알고 진입했으나 시그널이 보이질 않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잠시 헷갈려 하다가 축석방향으로 가야 하더라.

 

가다 돌아온 방향

 

그냥 다리를 건너 직진이다.

 

 

43번 국도가 나타났다.

축석고개삼거리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차들이 어찌나 쌩쌩 달리던지 겁나 무섭더라.

한참을 기다려 녹색불이 들어왔다.

횡단보도 건너자 왼편으로 가라고 이정표가 되어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도 43번 국도를 따라 잠시 걷다보면 은근한 오르막으로 길은 이어진다.

조금전 걸었던 그 길이 새로난 길이고 이 길은 옛길이라고 한다.

그래 그런지 차량 통행이 없어서 좋았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요란스레 공사중인 곳을 조심스레 지난다.

 

 

 

경흥길은 왼쪽이지만 현충탑 가는 길 오른쪽으로 올라섰다.

짧은 오르막을 올라서면 너른 주차장 옆으로 현충탑이 있다.

 

 

현충탑을 나가면 이젠 오른쪽으로 가는 소풍길과 헤어지고 경흥길은 직진이다.

소풍길이란 이름은  의정부시의 대표시인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한 구절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본자일 약수터는 의정부시에서 먹는물 공동시설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약수물을 받아가는 이들이 물통에 가득 담아지길 기다리다가 내가 다가가니 물통을 치우고 마시라고 배려를 한다.

시원하게 한모금 마시고~

 

 

다시 43번 도로로 나와 도로를 따라 가면 의정부시를 지나 포천시로 들어섰다.

이제 오늘 걸을 구간도 끝이 나는 듯 보인다.

 

 

축석고개 삼거리

 

 

축석령 호국로 공원에 제2길 천보산길이 끝나고 다음에 걸을 제3길 축석고갯길 시작점 스탬프함과 안내판이 있다.

오늘은 여기에서 끝이다.

길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의정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30분도 채 안되어 의정부역에 도착하였다.

 

 

 

스탬프함에 들어있는 경기옛길 가이드북 두 권을 챙겨왔다.

경기옛길 6길이 다 들어있는 책이다.

남편과 내가 걸을 경기옛길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북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