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리보와 앤 / 어윤정 본문
제 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리보와 앤 / 어윤정 글, 해마 그림
도서관에 확산된 바이러스 때문에 방치된 로봇 리보와 앤을 통해 관계의 단절과 고독, 그리고 연결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으며, 나와 타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존귀함이 되살아나고 가슴속에서 뭉클하고도 따뜻한 감동이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한 조각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어느 일요일 도서관에 플루비아에 감염된 사람이 다녀간 후 도서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모든 사람들이 서둘러 도서관에서 나가고 문은 굳게 닫혔다.
그날 이후 문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플루비아...우리가 경험한 코로나19 바이러스라 이해하면 된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 영문을 모른채 로봇만이 전원이 켜진 채로 남겨졌다.
도서관의 이야기 로봇인 앤과 안내 로봇 리보.
안내 로봇 리보는 감정을 학습해 사람과 소통하는 소셜 로봇이다. 시스템에 설치된 앱을 상대방의 기분과 상황에 맞게 활용해 즐거움도 준다. 안내 로봇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다.
오늘은 화요일, 도서관이 문을 여는 날이다. 공휴일도 아니다. 그럼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나는 앤에게 바쁜 하루가 될 거라는 말을 남기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고, 현관문을 바라봤다.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 직원들이 오지 않았다.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 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방문객이 유난히 적은 날이 있긴 했다. 그럼 도서관 직원이 ":리보 심심하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오후 1시가 됐다. 구내 식당에 사람이 붐빌 시간이었다.
오후 2시가 됐다. 도서관 로비가 잠잠해질 시간이었다.
오후 3시가 됐다. 아이들이 몰려와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질 시간이었다.
오후 4시가 됐다. 하나둘 도서관을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시간이었다.
오후 5시가 됐다. 도서관 안에 전등이 일제히 켜질 시간이었다.
오후 6시가 됐다. 지금까지 이 중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근한 직원 0명, 방문객 0명, 사람과의 소통 0%
/ 35-36
<리보와 앤>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여 물성을 가진 '책' 자체를 소통의 도구로 쓴다는 점이 훙미롭다.
"리보는 책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도현이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리보와 앤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책 표지를 사진 찍어 문장을 만들고 도현이에게 보낸다. 코로나 시대의 교사와 아이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교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손자의 책을 나도 보았던 책이다.
아이와 내가 같은 책을 보았지만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안토니오 스카르메타 (0) | 2024.01.18 |
---|---|
소설 최양업 '차쿠의 아침'/ 이태종 지음 (0) | 2024.01.16 |
2023년 한 해 보았던 책들 (0) | 2024.01.01 |
긴긴밤 / 루리 글 . 그림 (0) | 2023.12.21 |
요시다 슈이치 '워터' (0) | 202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