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댑싸리와 핑크뮬리가 있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안양천 걷기 본문
백수인 우리 부부에게 매일이 공휴일인데 갑자기 생긴 임시공휴일이라고 별시리 기뻐할 일도 아니다. 다만 손자가 집에 오지 않는 날이니 손자에게서 해방되는 날이긴 하다. 남편은 복지관 수업을 안 하게 되어 서운하다고 한다. 화, 목 수업인데 징검다리 휴일에 걸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침에 비가 내렸다 그쳤다. 비 그친 후 오전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기온이 훅 떨어져 춥다.
기온이 18도이다. 결국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은데 너무 갑작스러워 적응이 안되긴 하다.
점심을 먹고 안양천으로 걸으러 나갔다. 백내장 수술 하고는 한달동안 수영금지라 수영장도 못 가고 만만한 안양천으로 자주 나갔다. 안양천은 평일에도 늘 사람들이 많았는데 역시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다.
안양천변에 핑크뮬리는 솜사탕처럼 아름답고, 댑싸리도 예쁜 색으로 물들어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댑싸리는 어릴 때 보았던 익숙한 식물인데 요즘 댑싸리는 이국적으로 보인다. 내가 알던 그 댑싸리가 아닌 것 같다.
백일홍은 이름도 정겹고 알록달록 아름답다.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안양천에 가을이 물씬 느껴졌다.
도로변에 떨어진 은행들이 어찌나 많은지 발 디딜 곳이 없다. 밟지 않으려고 무지 조심하며 걷는다.
그전에는 가게들이 있어 제때 치우곤 하더니 재개발지역으로 철거 중이라 은행 따위는 누가 치우는 사람도 없어
이 쪽 길로 지나가려면 난감하다.
오늘은 곧장 안양천으로 들어서지 않고 금화마을을 지나서 갔다.
금화마을 옆으로 작은 공원을 조성해 놓아 걸을 만하다. 방음벽 너머는 안양천변 도로이다.
요즘은 공원이나 산책로에 이렇게 스프레이처럼 안개같이 나오는 시설을 해놓은 걸 볼 수 있다.
설치한 이유가 무언지 모르겠지만 아래를 지날 때 시원하여 여름철엔 좋은 것 같다.
아파트 옆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안양천도로변이라 바로 옆 아파트 주민들이 아니면 이곳에 올 일이 없는 공간이기도 한데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데 놀라웠다.
안양천 둑방길은 그늘이고 아래 천변은 포장도 되어 있지만 그늘이 아니라 거의 둑방길을 걷는다.
평소엔 천변으로 내려가진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매번 둑방에서 내려다보던 도시텃밭을 오늘은 내려가서 보았다.
요즘처럼 배추가 비쌀 때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텃밭 배추를 보니 부럽기 그지없다.
가까이서 보니 배추 농사가 정말 잘 되고 있다. 이곳의 배추를 보면서 지금은 배추가 금값이네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네 하지만 김장철이 되면 배추공급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사항이다.
작은 논을 조성해 놓아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다. 그 옆에 식물은 무언지 몰라 지나는 이에게 물었더니 '율무'라고 한다.
그러면서 "율무 모르셔요?" 한다.
율무는 아는데 이렇게 달려 있는 걸 본지 오래전이라 미처 몰랐다고 하는데 마침 지나던 어떤 이가 벼를 보고 뭐냐고 묻는다. 율무를 보고 있던 우리는 혀를 찼다. 대답해 줄 가치도 없는지 나보고 '율무 모르셔요?' 하던 이가 그냥 가버린다.ㅎㅎㅎ
솜사탕 같은 핑크뮬리도 아름답고 노랗고 빨간 댑싸리도 가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백일홍이 있는 옆쪽으로 포켓정원을 여러 개 조성해 놓았다.
올망졸망 보는 재미가 있다.
안양천 둑방길을 걸으며 매번 느끼는 거지만 도심에서 만나는 울창한 이런 '우거짐'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길을 안양천변에서 올려다보니 또 다른 매력으로 멋진 길이다.
안양천은 벚나무 길로 워낙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플라타너스가 있는 이 길을 좋아한다.
오후 5시가 되어 가는 시간대라 나무 뒤편으로 오후 해가 길게 비친다.
늘상 자주 가는 곳이라 너무 익숙하여 새로울 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사진으로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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